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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정윤회 12년간 출입국 기록

최순실, 정윤회 12년간 출입국 기록
최순실-정윤회 비선, 아직 10%도 드러나지 않았다
[경향신문] 정용인 기자 | 입력 : 2016.11.05 17:01:01 | 수정 : 2016.11.05 23:35:06


▲ 박근혜 정부의 실세로 지목받고 있는 최순실씨가 10월 31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두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박근혜의 최순실·정윤회 비선(秘線) 정치는 언제부터였을까. 이번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새롭게 쏟아진 ‘증언’은 아주 오래전부터라는 것이다. 국회의원 박근혜 시절이었던 2000년대 초반, 정윤회와 故 이춘상 보좌관을 포함한 ‘4인방’을 만났던 출입기자는 “정윤회 비서실장과 4인방의 특징을 말한다면 과묵하다는 것이었다. 다른 의원실, 심지어 당시 한나라당 의원 보좌관들과도 일절 교류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한다. 이번 게이트 국면에서 박근혜 의원이 대통령 경선 출마를 선언한 2006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도 정윤회와 최순실씨가 동행 보좌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주간경향>은 정윤회·최순실씨의 2001년부터 2013년까지 12년간의 출입국 기록을 단독 입수해 정밀 대조해봤다. 2006년 독일 동행 목격담이 사실이라면 최순실씨 등은 이때부터 ‘보안’을 염두에 두고 암행보좌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 들어온 이후 혹여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염려하여 가족간의 교류마저 끊고 외롭게 지내왔습니다. 홀로 살면서 챙겨야 할 여러 개인사들을 도와줄 사람마저 마땅치 않아서 오랜 인연을 갖고 있던 최순실씨의 도움을 받고 왕래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곁을 지켜주었기 때문에 저 스스로 경계의 담장을 낮췄던 것이 사실입니다.”

11월 4일 대국민 담화에서 박근혜가 최순실씨와의 ‘인연’을 언급한 대목이다. ‘힘들었던 시절에 곁을 지켜주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은 1차 대국민 사과 때 발언을 반복한 것이다. 힘들었던 시절이란 언제를 말하며, 곁을 지켜준 때는 언제인지 박근혜는 거론하지 않았다. 이날 연설에서 박근혜는 “그동안의 경위에 대해 설명을 드려야만 마땅하지만 현재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일일이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만 말했다.


10년 전 독일 대선 출마선언 자리에선 무슨 일이?

기자는 2014년 12월, 정윤회·최순실 실세설에 대한 기사를 쓰며 여의도에 퍼진 ‘비선실세설’에 대해 거론한 적이 있다. (<주간경향> 1105호, ‘정윤회·최순실 실세설… 아니 땐 굴뚝의 연기?’ 기사 참조) 이 실세설의 내용은 ‘2006년 독일 방문 당시 잠적한 것으로 알려진 정윤회씨도 동행했으며, 동행한 이정현 비서와 비선문제로 대판 싸웠다’는 것이었다. 이정현 의원은 이 ‘설’에 대해 “그런 말도 안 되는 소설이 이번 사태-당시 불거졌던 정윤회 십상시 국정농단 의혹 사건-의 진면목”이라고 일축했다. (11월 3일, 이 설을 기자에게 전해준 유력지 기자는 “소스는 새누리당 최고위급 핵심인사이며, 이 인사는 팩트가 아닌 이야기를 전해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번 최순실 게이트 사건 중에 흥미로운 반박이 나왔다. 10월 26일 TV조선은 2006년 박근혜 당시 의원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2007년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 배석한 이들은 같이 간 친박 정치인들이 아니라 정윤회·최순실씨였다는 독일 교민의 증언을 단독으로 내보냈다. ‘정윤회 동행설’을 소설이라고 일축한 이정현 의원의 주장을 뒤집는 증언이다. <노컷뉴스> 등은 기자의 2014년 기사를 근거로 ‘이정현 의원, 최순실 존재를 10년 전에 알았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기자 간담회 하는 자리에서 이제 거기… 나올 생각이 있냐고 대선에, 그래서 제가 아니, 그걸 모르셨나고, 새삼스럽게 그러시냐고.”

2006년 10월 2일, 귀국한 뒤 인천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난 박근혜 당시 의원의 말이다. 박근혜의 말을 ‘번역’해보면 당시 언론을 통해 알려진 ‘독일 대선 출마선언’의 전모는 이렇다. 독일 방문 성과를 두고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는 중에 한 언론사 기자가 박 의원에게 ‘이번 대선에 나갈 계획이냐’고 물었고, 자신은 ‘당연히 나갈 것인데, 그걸 몰랐냐, 새삼스럽게 왜 또 물어보냐’고 답했다는 것이다. 이날 보도 전후를 보면 박 의원이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다음날, 이명박 당시 전 서울시장도 고향인 경북 포항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

▲ TV조선 뉴스쇼판 방송화면 캡쳐

위의 TV조선 보도를 보면 독일 행사 사진을 한 장 제시하고 있다. <주간경향>의 취재 결과 이 사진은 대선 출마선언 당일 사진이 아니다. 출마 선언 하루 전인 9월 28일 프랑크푸르트의 살바우 빅쿠츠홀이라는 곳에서 열린 재독동포와의 간담회 때 찍은 사진이다.

이날 진행된 간담회 내용은 한 블로그에 올라온 당시 재독한인상공인총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던 유상근씨의 글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1월 3일 기자와 통화에서 유상근씨는 “교민과 간담회 자리에서 대선 출마선언은 없었고, 그때까지 대선에 나올지 교민들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대선 출마선언 자리에 독일 각지에서 모인 교민들은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씨는 이날 행사장에서 정윤회·최순실씨를 만난 기억은 없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당시 의원을 따라 온 분들 중에서는 김기춘 실장이 대표급이었고, 명함을 받은 것도 김기춘 당시 의원 것뿐이었다.”

▲ 오른쪽부터 독일 교민 권영목씨, 성규환 퇴직 광산근로자 협회 회장(이하 당시 직책), 유상근 전 재독한인 퇴직광산근로자 협회 회장, 이종학 퇴직 광산 근로자협회 프랑크프루트지역협의장 , 박근혜의원, 황장우 전 재독한인상공인총연합회 부회장 , 조창희 마인츠지방 한인회장 , 윤기대 재독한인상공인연합회 임원. /blog.daum.net/wuban777/

교민신문인 <우리신문> 베를린지사장을 맡고 있는 채수웅씨는 “2006년 독일 방문 당시 박 대통령이 베를린 공항을 통해 들어왔을 때 여성 2명이 수행했던 것을 기억한다”고 증언했다. “한인회장으로부터 공항 영접 요청을 받고 꽃다발을 준비해 나갔는데, 박 대통령이 우리 차를 안 탄다며, 다른 분이 모시러 나온다고 했다. 꽃다발과 명함만 건네고 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당시 한국대사관에서도 나온다고 했는데, 박 대통령 일행이 거절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성들이 두 사람이 있던 것은 기억하는데, 최순실씨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독일교민 ‘최순실·정윤회 배석’ 자신하는 까닭

TV조선은 앞의 보도에서 ‘교민들’의 증언이라고 밝혔지만 의외로 10년 전인 2006년 당시 정윤회·최순실 부부의 존재를 아는 교민들은 거의 없었다. TV조선에 해당 증언을 한 인사는 윤남수 당시 독일 한인회장이다. <주간경향>이 접촉한 다른 단체장들은 정·최씨 부부를 기억하지 못하는데, 윤씨는 어떻게 2006년 출마 당시 동행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을까. 혹시 윤씨의 기억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을까. <주간경향>은 윤씨의 독일 휴대폰과 자주 가는 식당 등의 연락처를 확보해 연락을 취했지만, ‘메시지를 남기라’는 음성사서함으로만 연결될 뿐이었다.

“여식이 운동(승마)을 하기 때문에 여식의 운동과 관련해 같이 해외에 몇 번 따라 나갔었다.”

지난 7월, 한 재판에서 비공개 증인으로 참석한 정윤회씨의 말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정윤회씨와 최순실씨가 주로 독일에서 벌인 사업의 구체적 내용이 드러나고 있다. 국정농단의 중심이 된 ‘비덱’ 이전에 정·최씨 부부가 독일에 설립한 회사들이 있었다. 트위터에서 ‘abaris@riedberg_k’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한 독일 현지 교민이 확인한 독일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정·최씨 부부는 1992년 9월 3일 동업자 관계로 유벨 수입-수출(Jubel Import-Export)이라는 회사(GmbH)를 설립했다. 이 독일 현지 교민에 따르면 이 회사는 슈미텐 옆 바트홈부르크에 설립되는데, 1998년 2월 6일까지 운영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는 “1993년쯤에는 유천호라는 교민도 동업자로 참여하는데, 다시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최순실의 독일법인 ‘럭셔리(LUXURY-Handels & Vertriebs)’에 독일 쪽 공동대표로 참여하는 분”이라고 덧붙였다.

‘유벨’이라는 회사의 존재나 유천호라는 이름은 그동안 정·최씨 부부의 ‘비선실세설’을 추적하던 기자들 사이에서도 전혀 거론되지 않았던 것들이다.

비덱 이전의 정·최씨 부부 행적과 관련된 내용은 이제 막 파악되기 시작하고 있다.

11월 4일 <매일경제>는 독일에서 최씨의 최측근으로 활동한 유성준씨라는 사람의 인터뷰를 전한다.

지금까지 독일 현지 교민으로 최순실씨 등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진 사람은 교포2세 데이빗 윤씨(48·한국명 윤영식씨)다. 재미교포 안치용씨는 10월 31일 자신이 운영하는 <시크릿 오브 코리아>에 올린 글에서 데이빗 윤씨가 윤남수씨의 아들이라고 전하고 있다. <매일경제>의 인터뷰에서 유성준씨는 데이빗 윤씨와 막역한 사이이며, 두 사람은 모두 최순실씨와 딸 정유라씨와 10년 넘게 알아온 사이다. 유씨는 인터뷰에서 “(데이빗 윤씨의 아버지인) 윤남수씨가 최씨를 도우라”고 해서 최씨와 딸 정씨의 승마 관련 일을 도왔다고 밝히고 있다. <주간경향>이 독일 현지 교민들에게 문의해본 결과, 앞서 정·최씨 부부 회사 서류에 등장하는 유천호씨는 유성준씨의 아버지다. <시크릿 오브 코리아>는 윤남수씨가 <세계일보> 지국장 출신이라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 <세계일보>가 어떻게 단독으로 최순실씨를 인터뷰할 수 있었는지 추론이 가능하다. <세계일보> 관계자인 아버지가 최순실씨의 최측근인 아들(데이빗 윤씨)을 통해 최씨를 연결할 수 있었다는 추론이다.

“통일교가 최씨 도피를 도운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통일교 관계자는 “알아보니 윤씨가 <세계일보> 지국장을 그만둔 것은 4~5년 전이며, 통일교 신도는 아니었다는 것이 최종 확인되었다”고 말했다. 앞서 <매일경제> 인터뷰는 “윤남수씨가 2006년 독일 방문 당시 정·최씨 부부와 동행했다”는 증언도 전했다. 다시 말해, ‘다른 교민들은 얼굴도 모르는 최순실씨의 10년 전 독일 동행을 어떻게 윤남수씨가 자신있게 증언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풀리는 대목이다.

2006년 박근혜 의원의 독일 출마선언과 관련해 정·최씨 부부의 역할에 대한 의혹이 다시 도마에 오른 것은 지난해 4월 고 성완종 회장의 자살 당시였다. 성 회장은 자살 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롯데호텔 헬스클럽’에서 김기춘 의원을 만나 독일 방문 경비로 10만 달러를 건냈다”고 주장했다. 그가 남긴 유서에도 구체적인 날짜를 박아 돈을 건넨 사실이 기록되어 있었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당시 “독일 프리히드리 에버트 재단의 초청에 의해 이뤄진 방문이었고, 은행에서 500유로(약 619만원)를 환전해 갔기 때문에 10만 달러(약 9,690만원)는 필요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함께 출국한 부부, 12년의 수상한 행적

인터넷에는 당시 박근혜 의원의 독일 방문을 수행했다는 비서의 글이 남아있다. 실명을 밝히지 않은 이 박근혜 의원의 수행비서는 “초청에 들어가는 비용은 에버트 재단 측에서 모두 댔다”고 밝히고 있다. 일단, 이 비서는 누구일까. 이정현 현 새누리당 대표일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취재 당시 프리히드리 에버트 재단 측이 <주간경향>에 제공한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들에는 다른 비서는커녕 이정현 대표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당시 박근혜의 공항 귀국 사진을 보면 이른바 ‘문고리 3인방’ 중 안봉근 비서가 박근혜 의원을 밀착 수행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공항 사진이므로 사진만으로 안봉근 비서가 독일 현지에 동행했다고 말할 수도 없다.

▲ 2006년 9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의원 일행의 독일 방문 사진. 이정현 현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한 당시 비서진은 사진에 등장하지 않는다.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제공

<주간경향>은 이 당시 정윤회씨와 최순실씨의 2001년 1월부터 박근혜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3년 2월 27일까지의 출입국 기록을 단독 입수했다. 이 기간은 두 사람이 이혼하기 전이다. 2006년 1월 최순실씨가 홀로 프랑스를 방문한 것을 제외하곤, 두 부부의 출입국 날짜와 행선지가 일치한다. 매년 5~6차례, 길게는 한 달 가까이 해외에 출국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 출입국 기록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전, 비방과 명예훼손으로 구속된 조웅 목사의 재판에 증거자료로 검찰 측이 제출한 자료다.

<주간경향>은 대통령이 되기 전 정치인 박근혜의 출입국 일정과 정·최씨 부부의 해외출국 일정이 일치하는 부분이 있는지 면밀히 검토했다. 박근혜 의원 일행이 2006년 독일 방문 당시, 정·최씨 부부는 9월 29일 일본으로 출국하여 10월 3일 다시 돌아온다. 이들 부부가 출국하던 날은 박 의원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교민 간담회를 하던 날이었다.

애초에 돌던 소문, ‘정·최씨 부부가 비선 문제로 이정현 비서와 호텔에서 싸왔다’는 이야기는 성립하기 어려워 보였다.

일본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다시 독일로 향했더라도 9월 29일 교민 행사에는 참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TV조선 보도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대선 출마선언은 9월 30일에 있었으며, 따라간 다른 친박 의원 없이 정·최씨 부부만 출마선언을 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는 증언이다.

윤씨 증언이 사실이라면, 조웅 목사 재판에 제출된 출입국 자료는 다시 거꾸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최씨 부부는 도대체 무엇을 감추기 위해 일본으로 출국했던 것일까. 출옥한 뒤 최근 기자를 만난 조웅 목사는 북한 관련 여부를 의심하고 있다. 박근혜가 2012년 대선 직전까지 이사로 참여했던 유럽·코리아재단의 이사장을 맡은 프랑스인 장 자크 그로하 소장 등이 북한의 ‘이중간첩’이라는 주장이다.

▲ <주간경향>이 단독으로 입수한 최순실·정윤회씨의 2001년부터 2013년 2월까지 출입국 기록/정용인 기자

<주간경향>은 지난 3월 유럽·코리아재단의 내부문서를 입수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박근혜와 북을 잇는 비선, ‘재중동포 강향진 여성’이 있었음을 보도한 바 있다. (<주간경향> 1170호, ‘박근혜 유럽-코리아재단 이사의 알려지지 않았던 행적’ 기사 참조) 새로 밝혀진 정·최씨 부부의 독일 행적에서도 조선족으로 추정되는 중국인들이 정씨의 회사 설립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 이 ‘비선’ 역시 아직까지 알려진 것이 전혀 없다. 박근혜 주위의 비선실세 존재는 이제 사실로 판명났지만, 비선실세의 정확한 실체와 규모, 참여인물들을 정밀하게 조사해봐야 하는 까닭이다.


<정윤회·최순실씨 회사 얀슨 등기부등본에 기록된 ‘사실’들>

정윤회씨와 최순실씨의 회사 ‘주식회사 얀슨’의 등기부등본 상에는 독일에서 만든 회사는 언급되지 않지만,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들을 담고 있다. <주간경향>의 정윤회씨 아버지 정관모씨의 인터뷰에서 정윤회씨의 여동생으로 밝혀진 정윤희씨는 이 회사의 이사로 기록되어 있는데, 등기부등본 상의 생년월일은 1955년 11월 30일로, 정윤회씨와 같다. 이른바 ‘정윤회 개명설’이 나왔던 근거다. 등기부등본 상의 이 회사 설립일은 1991년 6월 14일로, 최순실씨는 두 사람이 결혼 전인 1994년 6월 14일 이사로 중임한 것으로 되어 있다. 최초 설립단계인 1991년 시점부터 두 사람은 함께했을 가능성이 높다. 올해 7월 말 열린 재판에 비공개 증인으로 참석한 정씨는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사업을 진행했다”고 밝히는데, 얀슨과 비덱 이전 독일에 설립한 회사들의 관계도 앞으로 들여다봐야 할 부분이다.

등기부등본 상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정윤회씨의 주소지다. 1996년 4월 15일자로 되어 있는 정씨의 주소는 강남구 역삼동 689-25번지 A 501호로 되어 있는데, 이 주소는 1994년에 사망한 장인 최태민씨의 주소지이기도 하다. 정씨 아버지 정관모씨는 기자를 만나 “고등학교 때부터 만나 대한항공 승무원 시절에 독일에 왔다갔다 하면서 최순실씨를 만나 결혼했다”고 밝혔지만, 대한항공 스튜어드를 그만둔 후 정씨의 행적은 뚜렷하지 않다. (강원도에서 경찰로 복무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확인되지 않는다) 같은 집 주소가 2002년 이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은 것으로 되어 있는 최순실씨의 주소에서도 발견된다. 비록 사후이지만, 정씨가 최태민씨의 집 자리에 지어진 빌라에 살았다는 것은 정씨가 대한항공 사직 후 최태민씨의 경호업무를 하다가 최순실씨와 결혼했다는 일각의 설을 뒷받침하는 이야기가 된다. 정씨는 가토 다쓰야 재판 등에서 “장모의 소개로 박근혜를 1996년에 처음 만났다”고 주장하지만 ‘박근혜 육영재단 이사장 비서실장 정윤회’이라고 적힌 명함을 봤다는 증언도 나온다.

현재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의혹에서 최순실씨만 집중적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오랫동안 비선으로 활동해온 정윤회의 역할이 간과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일보> 인터뷰를 계기로 나왔던 ‘통일교 최순실 배후설’의 중심인물인 사광기 전 <세계일보> 사장과 정윤회씨가 과거 독일에서 두세 번 만난 적이 있는데, 이번 ‘통일교 배후설’은 2014년 <세계일보>의 정윤회-십상시 국정농단 문건 폭로에 대한 ‘정윤회의 반격’의 의미가 담겨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출처  [단독입수] 최순실, 정윤회 12년간 출입국 기록…최순실-정윤회 비선, 아직 10%도 드러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