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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한 수첩’에 박상옥 이름 적히고 몇달 뒤 대법관에

‘김영한 수첩’에 박상옥 이름 적히고 몇달 뒤 대법관에
법원 노조, 사법부 길들이기 정황 분석 13일 발표
“검찰출신 대법관 임명 작전 성공, 대법원 해명하라”

[한겨레] 허재현 기자 | 등록 : 2016-12-13 14:44 | 수정 : 2016-12-13 17:11


▲ 박상옥 대법관. 이정우 선임기자


‘사법부 길들이기’ 정황이 적시된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수첩(비망록) 내용이 알려지면서 법원 구성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이하 법원 노조)는 업무수첩을 자체적으로 분석한 내용을 13일 공개하고 “대법원은 사법권 독립을 훼손하려 한 세력에게 규탄하고 저항하라”고 촉구했다.

법원 노조는 우선 청와대가 검찰 출신 인사의 대법관 임명 계획을 세웠고 실제 박상옥 대법관의 임명으로 이를 관철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2014년 6월~7월께 작성된 업무수첩에는 유난히 검찰 출신 인사들의 이름과 접촉 경과 등이 적혀있는데 이는 대법관 후보들을 청와대가 물색한 것이라고 법원 노조는 보고 있다. 수첩에는 10여 명 이상의 검찰 출신 인사들의 이름이 적혔다. 2012년 8월 안대희 대법관 퇴임 이후 검찰 출신 김병화 전 인천지검장, 정병두 전 인천지검장의 대법관 임명이 국회 부동의 등으로 실패하자 당시 검찰 출신 대법관 인맥이 끊길 수 있다는 분석이 있었다.

서울북부지검 검사장 출신인 박상옥 당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원장의 이름은 2014년 6월 24일 치에 등장한다. 박상옥 원장 이름 옆에는 “(대법관 후보)추천위 통해서 추진”, “법무부 짠 대로 진행되는 듯한 인상”이란 글귀도 붙었다.

박 원장은 임기 만료된 신영철 전 대법관 후임으로 2014년 7월 24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을 거친 뒤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난해 1월 21일 대법관으로 임명 제청했다. 법원 노조는 “‘이번 기회 놓치면 검찰 몫은 향후 구득 난망’(2014년 6월 28일)이란 문장이 적시된 것으로 보아 검찰 출신 박상옥 대법관 만들기 청와대 작전은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그 외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개별 판사들에 대한 통제 움직임도 업무수첩에서 발견된다고 법원노조는 분석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증거조작사건 이후 법원이 2014년 9월 4일 ‘보위사 직파 간첩 홍강철 사건’도 국가보안법 무죄를 선고한 다음 날에는 “견제수단이 생길 때마다 다 찾아서 길을 들이도록, 홍강철 주심이 Key, 법원도 국가안보에 책임있다 멘트 필요” 등의 내용이 적혔다.

또 ‘김일성 주석 궁전 참배 국가보안법 무죄’ 선고한 박 아무개 부장판사, 새만금 방조제 인근 어선 전복 사건에서 해경의 업무상 과실치사 기소를 기각하며 ‘세월호 참사 축소판’이라고 거론한 이 아무개 부장판사,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 관련해 글 올린 김동진 부장판사 등의 이름도 업무수첩에 적혀있다.

‘세월호 시국선언’을 주도한 김정훈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2014년 9월 3일 기각되자 김영한 전 수석은 다음날 ‘법원 영장-당직 판사 가려 청구토록’이라고 기재하기도 했다.

법원 노조는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김기춘 비서실장이 이끄는 청와대에서 재직한 민정수석 비서관이 메모한 내용이 전혀 실행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는 국민이 과연 몇 명이 되겠는가. 대법원은 지금이라도 전체 국민에게 진실을 숨김없이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사법부 독립성을 의심하는 분위기는 일선 판사들 사이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한 판사는 “비망록 내용이 사실이라면 법원 행정처 고위 관계자 등을 청와대가 접촉해 미리 찍어둔 판사들의 보직에 영향을 주는 방식으로 사법부 간접 통제를 한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지난 9일 고영한 법원행정처장은 판사들에게 ‘법원 길들이기 의혹은 억측에 불과하다’는 설명 글을 발표했다.


출처  [단독] ‘김영한 수첩’에 박상옥 이름 적히고 몇달 뒤 대법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