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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우병우 청문회 D-1, 이 질문 꼭 나온다

우병우 청문회 D-1, 이 질문 꼭 나온다
빠르게 훑어보는 우병우 의혹 8가지
[한겨레] 이유진 기자 | 등록 : 2016-12-21 15:19 | 수정 : 2016-12-21 16:24


▲ 네이버 웹툰 <마스크걸>(작가 매미)에 등장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네이버 웹툰 제공


참 보고 싶었습니다. 한동안 행적이 묘연하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9일 인터넷매체 <더 팩트>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그는 22일 열리는 ‘최순실 국정농단’ 국조특위 5차 청문회에 대비하는 듯 분주한 모습이었습니다. 보고 싶었던 만큼 묻고 싶은 것도 참 많습니다. 청문회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그가 응답해야 할 의혹 8가지를 정리했습니다.

▲ 12월 19일 서울 반포동 가족회사 ‘정강’ 사무실에서 포착된 우병우 전 민정수석. 사진 <더 팩트> 제공



Q. “해경 상황실 서버 압수수색 말라” 세월호 수사팀에 압력 넣었나

<한겨레>는 우 전 수석이 민정비서관으로 있던 2014년 6월5일, 해경 본청을 압수수색하고 있던 광주지검 세월호 수사팀에 직접 전화를 걸어 ‘외압’을 행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청와대와 해경 사이의 통화내역이 보관된 해경 상황실 전산 서버를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하라는 겁니다.

청와대와 해경의 통화내역은 ‘세월호 7시간’ 동안 정부 대처에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 등을 알아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증거입니다. 우 전 수석은 세월호 참사와 청와대 사이의 연결고리를 어떻게든 끊어놓으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의 ‘훼방’으로 시간은 계속 지체됐고, 수사팀은 자정이 돼서야 상황실을 압수수색할 수 있었습니다. 청와대의 누구도 검찰의 사건 수사를 간섭하거나 지휘할 법적 권한이 없습니다. 명백한 직권남용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관련기사: [단독] 우병우 “해경 상황실 서버 수색 말라”…세월호 수사팀에 압력)


Q. “해경 123정장, 업무상 과실치사 적용 불가” 수사팀 압박했나

우 전 수석은 세월호 승객 구조를 방기한 김경일 전 해경 123정장에 ‘업무상 과실치사’를 적용하지 말라고 수사팀을 압박한 의혹도 받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근 대법원은 김 전 정장의 ‘업무상 과실치사’ 유죄를 확정했습니다. 판결문을 보면 사고 당일 123정이 현장에 도착한 오전 9시 30분부터 9시 45분까지가 실질적으로 승객들을 구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이었습니다.

대법원은 이 ‘골든 타임’에 123정이 세월호에 접근해 대공 마이크 등으로 퇴선방송을 실시하거나 승조원이 갑판에 승선해 퇴선을 유도했다면 승객들이 밖으로 나오거나 바다로 뛰어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판단했습니다. ‘현장 지휘관’이었던 김 전 정장의 유죄는 곧 인명 구조 책임을 다하지 못한 국가의 책임을 물은 것과 같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였을까요.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중간에 누굴 넣어서 해경 123정장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 ‘적용 불가’ 입장을 전해왔다”고 합니다. 당시 광주지검장이었던 변찬우 변호사는 “청와대와 법무부는 영장 청구는 물론 기소조차 꺼려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도 이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관련기사: [단독] ‘직권남용’ 딱 걸린 우병우…“이번엔 빠져나가기 힘들 것”)

(▶관련기사: 황교안이 막은 ‘123정장 과실치사’ 대법원은 유죄 인정)


Q. 세월호 수사팀에 ‘보복인사’ 했나

자신의 압박에도 세월호 수사팀이 꺾이지 않자, 우 전 수석이 ‘보복인사’를 했다는 의혹도 나옵니다. 우 전 수석의 인사 관여는 검찰 내에 ‘공지의 사실’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4년 5월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된 뒤부터 인사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끼치면서 이른바 ‘우병우 라인’을 굳건하게 심어놨다는 겁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세월호 수사 라인이 거의 ‘전멸’한 2015년 1월 정기인사 직후 ‘(세월호) 수사 맘대로 시원하게 했으니, 그 결과도 책임져야 할 것 아니냐’는 말을 했다는 청와대 인사는 우 전 수석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검찰 인사는 “광주지검장을 두고 우 전 수석이 ‘개념 없는 검사장’ 때문에 힘들다’고 한 말이 들려오기도 했다”고 말했는데요, 이 ‘개념 없는 검사장’은 2015년 2월 대검 강력부장으로 사실상 좌천된 뒤 끝내 옷을 벗었습니다. “우병우 민정수석에게 밉보인 탓”이라는 게 검찰 내부의 정설입니다.

(▶관련기사: 권력에 피부처럼 녹아든 우병우의 힘)

▲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1월 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횡령과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피고발인 조사를 받으러 나와 ‘가족회사인 정강의 자금 유용 여부’를 묻는 기자를 노려보고 있다. 김정효 기자



Q. 장모 김장자가 연결고리? 최순실 언제부터 알았나

안종범 전 경제수석 등을 동원해 수년간 국정농단을 저지른 최순실 씨를 우 전 수석은 전혀 몰랐을까요? 각종 정보의 취합, 사정의 컨트롤 타워, 공직 후보자 검증 등 공식적으로 부여된 권한만으로도 막강한 자리가 민정수석입니다. 청와대 근무자들에 따르면, 때와 인물에 따라서 그 권한은 훨씬 커지기도 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1월 6일 “우 전 수석이 최 씨의 국정농단을 감찰, 예방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방조했다는 정황이 있다”며 그에 대한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배경입니다.

우 전 수석은 10월에 차은택 광고감독에 대한 조사 내용을 받아보고도 ‘별거 없다’며 덮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동아일보>는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이 2015년 차 씨의 비위 자료를 수집하고, 차씨가 문화체육관광부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확인하고도 아무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역시 지난 9월 <한겨레> 인터뷰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이미 나를 조사했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저기서 우 전 수석의 ‘직무유기’와 관련한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들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는 ‘힌트’는 뜻밖에도 차 씨의 입에서 나왔습니다. 차 씨는 지난 11월 검찰 조사에서 “최순실이 우 전 수석이 민정비서관이 되기 전 그의 장모인 김장자 씨와 (경기도 화성 기흥컨트리클럽에서) 골프 회동을 했다. 그 자리에 나도 있었다”고 진술했습니다.

(▶관련기사: [단독] 우병우, 차은택 조사 ‘별거 없다’ 덮어...수사대비 말 맞췄나)


Q. 최순실 관련 민정수석실 감찰반 보고 묵살했나

우 전 수석은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민정수석실 감찰반 보고를 묵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우 라인’으로 꼽히는 국가정보원 추명호 국장을 통해 최 씨 관련 정보를 ‘직보’ 받았다는 의혹도 있습니다. 그의 ‘직무유기’ 혐의를 강하게 뒷받침하는 정황들입니다.

<노컷뉴스>는 창조경제추진단 문화창조융합본부 핵심 관계자의 말을 빌려 “올 4~5월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차은택 관련한 것들을 알아보기 위해 수시로 찾아왔다. 주로 문체부 소속 김 아무개 팀장에게 내용을 캐물었는데 김 팀장은 민정수석실 관계자를 만나고 와서 밝은 얼굴로 별일 없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차 씨는 청문회에서 스스로 인정했듯이 최 씨의 지시대로 움직인 인물입니다.

(▶관련기사: [단독] "우병우 민정실, 올 4월 차은택·창조경제단 집중 조사")


Q. 롯데 압수수색 정보, 최순실쪽에 넘겨줬나

최순실 씨가 실제 운영자인 케이(K)스포츠재단은 지난 5월 롯데그룹으로부터 추가로 받은 70억 원을 6월 9~13일까지 5일 동안 계열사별로 나눠서 돌려줍니다. 6월 10일 비자금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은 롯데 본사 등을 압수수색 했습니다.

롯데와 재단 쪽은 “사업에 필요한 용지 매입이 어려워져 돈을 돌려줬다”고 주장하지만, 그보다는 압수수색 전날 문제의 소지가 있는 돈을 부랴부랴 돌려준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3개월 동안 협상을 통해 받은 돈을 얼마 되지 않아 돌려준다는 것 자체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이렇게 돈 반환 시점을 절묘하게 맞출 수 있었던 것은 최 씨 쪽으로 압수수색 정보가 미리 흘러들어 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옵니다. 검찰로부터 수사 정보를 수집하는 민정수석실에 의심의 눈길이 가는 이유입니다.


Q. 청와대 특별감찰실 무력화 간여했나

이석수 전 청와대 특별감찰관은 15일 4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와 “7월경 우 전 수석 아들의 병역 특혜와 가족기업 ‘정강’ 횡령 두 건에 대해 감찰을 진행했고 혐의가 상당히 입증돼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검찰 수사 의뢰를 하루 앞두고 ‘감찰기밀 유출’ 논란이 불거졌고, 이 문제는 이 전 특감의 ‘국기 문란’ 사건으로 변질하고 맙니다.

<한겨레>는 이 전 특감이 사표를 낸 지난 8월 사설에서 “우 수석이 궁지에 몰렸을 때마다 절묘한 ‘폭로’가 거듭된다. 폭로된 내용은 도·감청의 내용이거나 수사기밀이 아니라면 알기 어려운 것”이라며 ‘정보 공작’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또다시 민정수석실로 눈길이 갑니다. 우 전 수석뿐 아니라 미르·케이스포츠재단에 대한 조사에까지 나선 이 전 특감을 그냥 둘 수는 없었다는 얘기죠.

박근혜 대선 공약으로 만들어진 청와대 특별감찰관실은 이 전 특감 사임 뒤 사실상 해체돼 버렸습니다. 사표를 내면서 “이 기관(대통령 특별감찰관)을 없애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던 이 전 특감의 말이 현실이 됐습니다. 우 전 수석은 10월 30일이 돼서야 민정수석 자리에서 내려옵니다.

(▶관련기사: 특별수사, 우병우 비리의혹 눈감고 이석수 유출의혹만 겨누나)

▲ 박근혜가 지난 8월 22일 청와대-세종청사간 을지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아들 보직 특혜 의혹 등으로 이석수 전 청와대 특별감찰관에 의해 검찰에 수사의뢰된 상태였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도 자리에 배석해 앉아 있다. 연합뉴스



Q. 정윤회 문건 파동, 검찰에 ‘문서유출에 집중’ 가이드라인 제시했나

2014년 11월 <세계일보> 보도로 세상에 알려진 ‘정윤회 문건’ 파동은 박근혜의 ‘비선 실세’로 군림한 최순실 씨의 존재를 알아차릴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 역시 어느 순간 청와대 기밀 유출, 국기 문란 문제로 호도되고 맙니다.

유출 당사자로 지목된 최경락 경위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검찰은 수사 결과 “비선 실세의 만남이나 국정 개입은 사실무근”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 일련의 과정에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 전 수석이 깊숙이 간여했다는 의혹이 큽니다.

최 경위와 함께 유출 당사자로 지목됐던 한일 전 경위는 11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의 회유가 있었다. 문건을 최 경위에게 넘겼다고 진술하면 불기소도 가능하다며 협조를 종용했다”고 폭로했습니다.

당시 민정비서관은 우 전 수석입니다. 비선 실세 진위보다 문건 유출로 프레임을 돌리려는 청와대의 ‘플랜’을 기획·실행한 사람이 우 전 수석이라는 이야기가 그래서 나옵니다. 검찰 수사 결과는 우 전 수석의 ‘플랜’이 성공했음을 보여줍니다. 우 전 수석은 이 사건을 계기로 박근혜의 신임을 얻고 민정수석으로 승진했습니다.

(▶관련기사: 검찰 내부 ‘청와대 우병우 감싸기, 정윤회 사건 판박이’)

(▶관련기사: ‘김영한 비망록’으로 다시 보는 정윤회 게이트)


Q. 아들 ‘꽃보직’ 특혜, ‘정강’ 자금횡령, 처가 화성땅 차명보유 및 탈세, 진경준 검증 실패…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는 어울리지 않을지 몰라도, 우 전 수석과 관련한 의혹은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코너링이 좋다”는 이유로 의경 근무 당시 ‘꽃보직’인 서울청 차장 운전병으로 전출된 아들 특혜 논란, 자신의 지위를 악용해 게임회사 넥슨이 처가 땅을 사도록 했다는 의혹, 가족회사 ‘정강’의 2억 원대 법인 차량을 사적으로 유용하고 개인 재산을 줄여 탈세했다는 의혹 등이 대표적입니다.

최근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진경준 전 검사장에 대한 부실한 인사 검증도 짚고 넘어가야 할 의혹이죠. 진 전 검사장과 우 전 수석은 서울대 법대 선후배 사이입니다. 우 전 수석은 진 전 검사장의 미심쩍은 재산 문제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습니다. 우 전 수석은 ‘자기 사람’을 검사장으로 앉히기 위해 알고도 묵인했거나 검증을 대충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 6인의 흑역사)

(▶관련기사: 우병우뎐의 검사들)

이제 ‘우병우 청문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우 전 수석은 청문회 출석 요구서를 받지 않는 방법으로 청문회 출석을 피해 ‘법꾸라지(법+미꾸라지)’ ‘우꾸라지’라는 조롱을 받았습니다. 청문회장 증인석에 앉은 그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출처  우병우 청문회 D-1, 이 질문 꼭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