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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 말 안 듣는 택배기사 해고하려 ‘위장폐업’?

CJ대한통운, 말 안 듣는 택배기사 해고하려 ‘위장폐업’?
‘오후 분류 작업’ 거부한 대리점 4일만에 폐점
해고된 택배기사들 ‘출근 투쟁’

[민중의소리] 옥기원 기자 | 발행 : 2016-12-21 17:34:23 | 수정 : 2016-12-21 17:52:38


‘업계 1위’ CJ대한통운이 본사 배송 방침에 따르지 않은 택배기사들을 해고하기 위해 대리점을 ‘위장 폐업’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리점 소속 택배기사들이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배송시간을 줄이기 위해 오후에 들어오는 택배 분류(하차) 작업을 거부한 것에 대한 보복 해고라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택배 업계 등에 따르면 CJ대한통운 용산지점 동부이촌대리점이 지난 16일 폐업돼 소속 택배기사 7명 전원이 계약 해지됐다. 지난 13일 지점장 명의의 ‘대리점 운영 종료 안내문’을 받은 후 4일만의 폐업이다.

택배기사들은 본사와 계약을 맺은 대리점에 고용된 ‘특수 고용직’ 신분으로 대리점이 폐업되면 자연스럽게 일자리를 잃게 된다.

▲ CJ대한통운 터미널에서 택배기사들이 물건을 분류하고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주 평균 76시간 일하는 CJ대한통운 택배기사
배송 출발 앞당기기 위해 ‘분류작업 오전 마감’ 운동 벌여
운동 주도한 대리점 4일만에 폐업
해고된 택배기사들 “말 안 듣는 기사 ‘찍어내기’ 위한 ‘위장폐업’”

계약 해지된 대리점 소속 택배기사들은 “본사 배송 방침에 따르지 않은 택배기사들을 해고하기 위한 ‘위장 폐업’”이라는 입장이다. 택배기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기사들은 그간 물건 하차작업이 오후까지 진행돼 배송이 밤늦게까지 이어진다며 사측에 낮 12시전에 분류 작업을 끝마치고 배송을 시작하게 해달라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넘치는 물량대비 시설·인력 부족 문제 등으로 물량을 전달하는 대형 간선차량 도착이 지연되는 상황이 빈번했고, 물건 분류 작업도 늦어져 택배기사들이 밤늦게까지 배송을 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지난 4일 ‘CJ대한통운 택배기사 권리찾기 모임’(권리찾기 모임)이 소속 택배기사 3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75% 이상의 택배기사들이 주 70시간 이상의 격무에 시달렸다. 주 90시간 일하는 택배 기사도 전체의 17.6%에 달했다. 기사들의 주 평균 근무 시간은 76.88시간으로, 근로기준법 기준인 주 40시간의 2배 가까웠다.

이같은 상황에서 권리찾기 모임 소속 택배기사 등이 배송 출발 시각을 앞당기기 위해 ‘분류작업 오전 마감’ 운동을 벌였고, 낮 12시가 넘어서 지역 터미널로 들어오는 물량에 대해서는 다음날 배송하는 정책을 유지해왔다. 폐점된 동부이촌대리점은 서울 지역에서 이 운동을 주도적으로 해왔던 대리점이다.

택배기사들이 본사 배송 지침에 반해 오후 분류 작업을 거부하는 것과 관련해 본사에서 대리점을 지속적으로 압박했다는 게 택배기사들의 설명이다.

해당 대리점 택배기사 김모 씨는 “통보 4일만에 대리점 폐업이 갑작스럽게 진행됐고, 폐업 직후 다른 대리점 기사들이 대신 우리 지역 물건을 배송하는 등 본사 차원의 배송 계획이 사전에 세워져 있었다”며 “폐점된 대리점 소속 기사들의 고용승계에 대한 이야기도 없어 말 안 듣는 택배기사들을 해고하기 위한 전형적인 위장폐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리점주 “스트레스 인한 자발적 폐업”
해고된 택배기사들, 1인시위·출근투쟁

▲ CJ대한통운 용산지점이 동부이촌대리점에 지난 12일 대리점 운영종료 안내문을 보냈다. ⓒCJ대한통운 택배기사 권리찾기 모임

‘위장폐업’ 주장에 대해 대리점주 박모 씨는 <민중의소리>와 전화통화에서 “대리점 운영이 어려워 내린 자발적인 폐업 결정”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대리점 소속 택배기사들이 오전 분류 작업 운동을 하는 상황에서 배송이 늦어져 본사의 눈치가 보였고, (택배기사들과) 타협할 수 있는 기미가 안 보였다”면서 “스트레스를 받다가 힘들어 내린 결정이고, 그 과정에서 본사의 (폐점) 지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CJ대한통운 본사 관계자 역시 “대리점주 자발적인 폐업 결정”이라며 “택배기사들이 주장하는 본사 주도의 위장폐업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운영만으로 월 수백만 원의 수익을 보장받는 택배 대리점 폐업 과정에서 본사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신규 대리점을 내기가 어려운 상황이고, 일정 대가를 주고 대리점 양도가 가능한 상황에서 대리점장이 자발적으로 대리점을 폐업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CJ대한통운은 지난 6월 노조설립을 방해할 목적으로 택배기사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있었던 사업장이다. 때문에 회사의 방침에 반해 집단행동을 한 택배기사들을 찍어내기 위한 위장폐업이라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 해고된 택배기사들은 지난 17일부터 ‘복직’을 요구하며 출근 투쟁, 본사 앞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권리찾기 모임은 국회, 시민사회와 연대를 통해 해고자 복직과 CJ대한통운에 책임을 묻기 위한 행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출처  CJ대한통운, 말 안 듣는 택배기사 해고하려 ‘위장폐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