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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국·검정 혼용’ 방침이 ‘꼼수’인 이유

교육부 ‘국·검정 혼용’ 방침이 ‘꼼수’인 이유
정권과 여론 둘 다 의식한 국·검정 혼용
‘지원금’ 유인책으로 국정교과서 보급?

[민중의소리] 옥기원 기자 | 발행 : 2016-12-27 17:31:21 | 수정 : 2016-12-27 17:45:31


▲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자료사진) ⓒ민중의소리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전면 적용시기를 1년 늦추고, 2018년부터 국정과 검정을 혼용해 사용케 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학교 현장에서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정화에 대한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폐기 대신 국검정 혼용 방침을 발표하고, 국정교과서 사용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해 금전적 지원 등을 하겠다는 방침이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정교과서에 대한 학교 현장 적용 방침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중·고등학교 국정교과서의 전면 적용시기가 애초 내년 3월에서 1년 연기되고, 2018년도부터 학교 선택에 따라 국정과 검정교과서를 혼용해 사용하게 된다. 다만 2017년에는 국정교과서를 희망하는 모든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해 국정교과서 시범 운영 사업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 외의 학교는 기존처럼 검정교과서를 사용한다.


“‘지원금’, ‘가산점’ 주며 국정교과서 보급하겠다는 ‘꼼수’”
“정부와 여론 의식한 국·검정 혼용··· 학교 현장만 혼란”

▲ 28일 교육부가 공개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 국회에서 공개되고 있다. ⓒ정의철 기자


먼저 ‘연구학교’ 지정과 관련해 정부의 지원과 압력을 통해 국정교과서를 학교 현장에 도입시키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에 따르면 연구학교로 지정되면 연간 1,000만 원의 지원금이 지급된다. 또 학교 현장에서는 연구학교 담당 선생님 등의 승진에 영향을 주는 가산점까지 주어져 연구학교 지정이 국정교과서 보급을 위한 상당한 유인책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장휘국 교육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일정한 예산 지원과 연구 담당 선생님들의 승진에 결정적인 가산점을 주는 연구학교로 선정되기 위해 기존에 많은 학교가 경쟁을 벌였었다”면서 “국정교과서를 사용하는 조건으로 연구학교로 지정해 예산과 가산점을 주겠다는 유혹에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거센 반발 여론을 의식한 교육부가 국·검정 혼용을 방침을 통해 국정교과서를 현장에 보급하려는 ‘꼼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8대 국사편찬위원장을 역임했던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역사학계, 시민사회 정치권 등의 반발에도 교육부가 국·검정 혼용을 선택한데는 정치적인 입장이 반영됐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면서 “정부의 국정화 방침을 유지하면서 정부기관의 압력을 통해 국정교과서를 보급하려는 속이 너무 훤히 보이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교육부 발표 후 “국정교과서 전면 적용 유예 방침은 교육부 스스로 문제점을 밝히지 않고 은폐하려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비민주적이며 반 교육적인 방식으로 추진한 박근혜 교과서 자체를 즉각 중단하고 폐기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정화 ‘불복종 운동’ 등 반발 거세질 듯

▲ 야3당과 시민단체가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정의철 기자


교육부의 이날 발표로 국정교과서 보급을 둘러싼 논란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야3당과 교육청,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국정교과서 폐기를 위한 정치·교육·시민사회 비상대책회의’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 민심은 명확히 국정교과서의 폐기였지만, 교육부는 찬성과 반대가 있다며 여론을 왜곡해 사실상 국정화를 강행했다”면서 “국정교과서 전면 폐기를 위해 정치권, 시민사회 등과 함께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야3당은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된 역사교과서 국정화 금지법을 통과시키고, 이준식 교육부 장관의 해임건의를 함께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460여 개 시민·교육 단체들로 구성된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등은 학교 현장과 함께 국정교과서를 안 사고, 안 가르치고, 안 배우는 ‘불복종 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8일에는 현직 역사교사 1,372명이 “국정교과서로 수업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선언을 발표했고, 현재까지 1만여 명의 학부모들이 국정교과서 불매운동에 참여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광주지역과 충북지역 모든 중학교에서 내년 중1 교육과정에서 역사 과목을 가르치지 않기로 뜻을 모으는 등 이후 국정교과서 도입을 둘러싼 혼란이 더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출처  교육부 ‘국·검정 혼용’ 방침이 ‘꼼수’인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