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반대 1인시위 나선 93세 할머니의 한숨
사드 배치 예정지 성주군 소성리 2016년 마지막 날 이야기
[민중의소리] 옥기원 기자 | 발행 : 2017-01-01 16:28:22 | 수정 : 2017-01-01 16:28:22
“왜 그 비싼 걸 우리 동네에 둔다카노. 그리 좋으면 자기네 고향(미국)에나 두라캐라.”
2016년 마지막 날인 31일 오후, ‘사드 반대’ 1인시위를 하던 성영낙(93) 할머니는 시위에 나선 이유를 설명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성 할머니는 영하의 추운날씨에도 사드 배치 예정지인 성주군 초전면 롯데스카이힐 골프장 입구(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었다.
“사드 들어와 미사일 떨어지면 우리나라 사람 다 죽는다드나. 그 위험한 걸 여기 두면 어떡카나. 젊은이들은 (시위하러) 읍내간다, 서울간다 그라니 늙은이라도 나서야제.”
성 할머니는 마을의 최고령자다. 건강상의 문제로 장시간 1인시위를 할 수 없는 상태지만, 자신의 순번에는 짧게라도 시위에 참여한다. 보행기에 의지해 마을회관에 도착한 성 할머니는 의자에 앉아 피켓을 들고 20여분간 시위를 진행했다.
“마을이 6.25 전쟁통 때보다 더 난리다카이. (사드 배치되면) 우리 아들딸들 모두 여기 못산다더나. 나는 죽으면 그만이지만,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해야제. 죽기 전에 그 썩을 거 못 오게 할끼다.”
성 할머니의 말처럼 정부의 사드배치 발표 후 소성리는 혼란에 휩싸였다. 평화롭게 농사짓던 농민들에게는 이름도 생소한 미군의 군사시설이 마을에 배치된다는 사실 자체가 큰 두려움이었다.
소성리 주민들은 정부 발표 후 노인회·청년회·부녀회 단위로 순번을 정해 릴레이 1인시위를 진행하고, 매주 수요일 오후 2시에는 정기 집회를 열고 있다. 머리띠를 두르고 피켓을 드는 일 모두가 마을 주민들에게는 평생 처음 겪는 낯선 일이었다. 현재 소성리에는 70여가구 10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한해 마지막 날 오후 소성리 주민 70여명이 마을회관에 둘러앉았다. 한해를 평가하고 새해 계획을 세우기 위한 자리였다.
사람들이 모이자 현 정권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주민 신천수씨는 “하루에도 박근혜 대통령 욕을 100번은 넘게 한다”면서 “박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손을 자르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리 무능한 사람인 줄 알았나. 국민이 싫어하는 일들만 골라하드나. 대통령을 찍었던 우리가 죄인이라카이. 백번 탄핵을 당해도 싸다”는 그의 말에 주민들은 맞장구를 쳤다.
그래도 소성리 주민들이 가장 원망하는 사람은 사드 배치에 동조한 지역 정치인들이었다. 이같은 주민여론은 ‘김항곤 성주군수 김치 투척 사건’으로 대변된다.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11월 말 소성리 주민 20여명은 김항곤 군수가 참석하는 군내 김장나눔행사에서 ‘사드 반대 기습시위’를 벌였다. 이날 자리에서 소성리 부녀회장 임순분(63)씨 등은 김 군수를 향해 김치를 투척하기도 했다.
임씨는 “주민 위해 일하라고 뽑아놨더니 군수가 앞장서 주민들을 팔아먹고 있다”면서 “면담을 요청해도 들어주지 않아서 김 군수가 참석하는 행사에서 항의하기 위해 김치를 던졌다”고 설명했다. 성주군민 사이에서는 이 일이 ‘김항곤 김치 싸대기 사건’으로 회자되고 있다. 지난 7월 성주에 방문한 황교안 국무총리가 군민들에게 달걀세례를 받은 지 4개월여 만에 벌어진 일이다.
국방부가 사드 배치 예정일을 오는 5월로 앞당겼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주민들의 불안도 더 커지고 있다. 이석주(62) 이장은 새해에 더 강력한 연대 투쟁 등 통해 사드 배치를 막아내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마을 주민 수가 적고 나이든 노인이 많아 외부에서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사드가 단순히 우리 마을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 평화와 관련된 문제인만큼 국민들도 함께 싸워줬으면 좋겠어요. 우리 주민들에게 사드 배치는 ‘죽음’을 의미합니다. 더 이상 물러날 길이 없기에 소성리서 모두 죽겠다는 각오로 싸울 겁니다.”
이날 성주의 산골 마을에는 유독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날씨에도 마을 입구를 지키며 1인시위를 하는 주민들의 표정에 결연함이 느껴졌다. 길가를 따라 꽂힌 사드 반대 깃발이 더욱 세차게 휘날렸다.
출처 [르포] 사드 반대 1인시위 나선 93세 할머니의 한숨
사드 배치 예정지 성주군 소성리 2016년 마지막 날 이야기
[민중의소리] 옥기원 기자 | 발행 : 2017-01-01 16:28:22 | 수정 : 2017-01-01 16:28:22
▲ 성주군 소성리의 최고령자인 성영낙(93) 할머니가 마을 입구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왜 그 비싼 걸 우리 동네에 둔다카노. 그리 좋으면 자기네 고향(미국)에나 두라캐라.”
2016년 마지막 날인 31일 오후, ‘사드 반대’ 1인시위를 하던 성영낙(93) 할머니는 시위에 나선 이유를 설명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성 할머니는 영하의 추운날씨에도 사드 배치 예정지인 성주군 초전면 롯데스카이힐 골프장 입구(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었다.
“6.25 전쟁 때보다 더 난리”
90대 노인까지 보행기 끌고 나와 1인시위
90대 노인까지 보행기 끌고 나와 1인시위
“사드 들어와 미사일 떨어지면 우리나라 사람 다 죽는다드나. 그 위험한 걸 여기 두면 어떡카나. 젊은이들은 (시위하러) 읍내간다, 서울간다 그라니 늙은이라도 나서야제.”
성 할머니는 마을의 최고령자다. 건강상의 문제로 장시간 1인시위를 할 수 없는 상태지만, 자신의 순번에는 짧게라도 시위에 참여한다. 보행기에 의지해 마을회관에 도착한 성 할머니는 의자에 앉아 피켓을 들고 20여분간 시위를 진행했다.
▲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위한 제3후보지로 떠오른 성주군 초전면 롯데스카이힐 골프장 멀리 김천시 농소‧남면과 인접지역인이 보이고 있다. ⓒ민중의소리
“마을이 6.25 전쟁통 때보다 더 난리다카이. (사드 배치되면) 우리 아들딸들 모두 여기 못산다더나. 나는 죽으면 그만이지만,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해야제. 죽기 전에 그 썩을 거 못 오게 할끼다.”
성 할머니의 말처럼 정부의 사드배치 발표 후 소성리는 혼란에 휩싸였다. 평화롭게 농사짓던 농민들에게는 이름도 생소한 미군의 군사시설이 마을에 배치된다는 사실 자체가 큰 두려움이었다.
소성리 주민들은 정부 발표 후 노인회·청년회·부녀회 단위로 순번을 정해 릴레이 1인시위를 진행하고, 매주 수요일 오후 2시에는 정기 집회를 열고 있다. 머리띠를 두르고 피켓을 드는 일 모두가 마을 주민들에게는 평생 처음 겪는 낯선 일이었다. 현재 소성리에는 70여가구 10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총리 달걀세례’ 이은 ‘군수 김치 싸대기 사건’
“소성리서 죽겠다는 각오로 싸울 겁니다”
“소성리서 죽겠다는 각오로 싸울 겁니다”
▲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주민들이 마을회관에 모여 새해계획 수립을 위한 회의를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한해 마지막 날 오후 소성리 주민 70여명이 마을회관에 둘러앉았다. 한해를 평가하고 새해 계획을 세우기 위한 자리였다.
사람들이 모이자 현 정권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주민 신천수씨는 “하루에도 박근혜 대통령 욕을 100번은 넘게 한다”면서 “박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손을 자르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리 무능한 사람인 줄 알았나. 국민이 싫어하는 일들만 골라하드나. 대통령을 찍었던 우리가 죄인이라카이. 백번 탄핵을 당해도 싸다”는 그의 말에 주민들은 맞장구를 쳤다.
▲ ‘평화를 위한 사드배치철회 성주군민결의대회’에 참석한 김항곤 성주군수와와 이완영 국회의원. (자료사진) ⓒ정병혁 기자
그래도 소성리 주민들이 가장 원망하는 사람은 사드 배치에 동조한 지역 정치인들이었다. 이같은 주민여론은 ‘김항곤 성주군수 김치 투척 사건’으로 대변된다.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11월 말 소성리 주민 20여명은 김항곤 군수가 참석하는 군내 김장나눔행사에서 ‘사드 반대 기습시위’를 벌였다. 이날 자리에서 소성리 부녀회장 임순분(63)씨 등은 김 군수를 향해 김치를 투척하기도 했다.
임씨는 “주민 위해 일하라고 뽑아놨더니 군수가 앞장서 주민들을 팔아먹고 있다”면서 “면담을 요청해도 들어주지 않아서 김 군수가 참석하는 행사에서 항의하기 위해 김치를 던졌다”고 설명했다. 성주군민 사이에서는 이 일이 ‘김항곤 김치 싸대기 사건’으로 회자되고 있다. 지난 7월 성주에 방문한 황교안 국무총리가 군민들에게 달걀세례를 받은 지 4개월여 만에 벌어진 일이다.
국방부가 사드 배치 예정일을 오는 5월로 앞당겼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주민들의 불안도 더 커지고 있다. 이석주(62) 이장은 새해에 더 강력한 연대 투쟁 등 통해 사드 배치를 막아내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마을 주민 수가 적고 나이든 노인이 많아 외부에서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사드가 단순히 우리 마을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 평화와 관련된 문제인만큼 국민들도 함께 싸워줬으면 좋겠어요. 우리 주민들에게 사드 배치는 ‘죽음’을 의미합니다. 더 이상 물러날 길이 없기에 소성리서 모두 죽겠다는 각오로 싸울 겁니다.”
이날 성주의 산골 마을에는 유독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날씨에도 마을 입구를 지키며 1인시위를 하는 주민들의 표정에 결연함이 느껴졌다. 길가를 따라 꽂힌 사드 반대 깃발이 더욱 세차게 휘날렸다.
▲ 성주군 소성리 마을 입구에 사드반대 깃발이 달린 트랙터가 세워져 있다. ⓒ민중의소리
출처 [르포] 사드 반대 1인시위 나선 93세 할머니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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