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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한화테크윈, 현장관리자 노조 탈퇴시키려 부당노동행위

“한화테크윈, 직장·반장 노조서 탈퇴시키려 부당노동행위”
금속노조 ‘반장’ 조합원 탈퇴 위해 회사, 계획 세워 조직적 탈퇴 종용
중노위 “부당노동행위 해당”, 탈퇴 안하면 인사상 불이익 공지도
법원도 인정…노조 가처분 받아들여

[한겨레] 박태우 기자 | 등록 : 2017-01-05 13:54 | 수정 : 2017-01-05 14:53



2015년 삼성에서 한화로 인수된 방산업체인 한화테크윈의 조직적인 노동조합 탈퇴 계획·시행과 노조 탈퇴 종용 행위가 중앙노동위원회와 법원에서 잇따라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됐다. 중노위는 이례적으로 회사 쪽에 대표이사 명의로 부당노동행위 내용을 작성해 사내게시판을 통해 공지하도록 명령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이 한화테크윈을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사건에서 “회사가 다수의 조합원으로 가입돼있는 현장관리자(직장·반장)에 대한 노동조합 탈퇴 계획을 수립·시행하고, 노조 탈퇴를 종용한 행위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고 5일 밝혔다.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민사3부(재판장 강동명)도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금지 가처분 항고심에서 “금속노조 조합원에게 조합원 자격을 유지할 경우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공지를 중단하라”고 결정했다.

한화테크윈에는 본사 연구·사무직을 중심으로 조직된 한화테크윈 노동조합(기업노조)과 창원공장 생산직을 중심으로 조직된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 이렇게 2개의 노동조합이 있다. 한화테크윈은 2015년 1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면서 조합원 숫자가 더 많았던 기업노조가 교섭대표노조가 됐고, 2015년 12월 기업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조합원 가입 범위를 지난해 4월까지 보충협약을 통해 확정하기로 했는데, 최종적으로 직장·반장 등 현장관리자들은 조합원 자격이 없는 것으로 결정됐다.

당시 반장은 현장에서 다른 노동자들과 똑같이 일하면서 반원 4~8명의 근태를 관리하고, 직장은 반 3개를 관리하는 역할을 했다. 금속노조 조합원 가운데 직·반장은 84명에 달했는데, 회사가 조직적으로 탈퇴를 종용한 2015년 12월을 기점으로 직·반장들이 탈퇴하거나 반장에서 면직돼 현재는 직·반장 조합원이 한명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다.

중노위 판정문을 보면, 회사는 2015년 12월부터 금속노조 조합원인 직·반장을 노조에서 탈퇴시키기 위한 계획을 세워 이행했다. 회사가 작성한 사업현황 보고를 보면 ‘반장 노조 탈퇴 진행 중(총 8명)’, ‘5명 탈퇴 完(12/17)’, ‘1명 면 반장/반 조직 축소’ 등이 적혀있고 조합원 현황을 일일 보고하기도 했다. 중노위는 이를 두고 “사용자가 반장의 노조 탈퇴를 적극적·주도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강한 추정을 하게 하고, 실제로 업무보고 내용대로 현장관리자인 반장들이 노조를 탈퇴하거나 반장직을 면했다”고 밝혔다.

또, 중노위는 이아무개 파트장의 업무 수첩에 ‘반장 1차(12/17) 탈퇴 목표’, ‘1차 50% 이상’과 함께 반장들의 ‘성향’ 분류를 적어둔 점과, 이 파트장이 조합원들에게 노조 탈퇴서 양식을 전달한 사실, 노조 탈퇴 계획 문건에 따라 직·반장들이 집중적으로 노조를 탈퇴한 사실을 바탕으로 “회사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노조 탈퇴를 종용한 행위가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중노위는 “회사는 즉시 그리고 향후에 같은 노동조합에 대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고, 판정서를 받은 뒤 10일 이내에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받은 구제명령의 내용을 사업장에 있는 게시판과 내부 전산망에 게시하라”고 명령하면서, 용지 크기와 글자크기까지 이례적으로 정해줬다.

법원 역시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회사의 노조 탈퇴를 종용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회사에 명령했다.

회사는 기업노조와의 단체협약으로 현장관리자가 노조 가입범위에서 제외된 시점인 지난해 4월 소식지를 통해 “본인의 의사로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고자 할 경우, 회사는 부득이하게 해당 인력의 직무 또는 부서를 전환하거나 보직해임 등의 적절한 방안을 강구해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이후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직·반장 소속 반원들에게까지 잔업·특근을 취소하며 조합원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했다. 그러나 법원은 회사의 이러한 행위를 “단체협약에 조합원 범위가 정해져 있다고 해서, 조합원 신분을 유지했다는 이유로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가해지는 것을 가능케 한다면, 노동자들의 자주적 단결권을 해치는 사용자의 행위를 정당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노조가 회사에 이런 부당노동행위의 요소가 포함된 행위를 금지해달라는 신청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법원은 또 회사가 노조 상근자가 부당노동행위·부당징계 등에 대한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사건 심문회의와 노동조합 활동 관련 조합원·노조의 민·형사 재판에 참석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무단결근으로 처리하는 행위 역시 금지하도록 했다.

삼성테크윈의 한화 매각계획이 알려진 2014년 12월에 창립된 삼성테크윈지회는 노조 창립 이후 회사 쪽과 끊임없는 갈등을 빚어왔다. 회사는 노조가 지난해 10월 한화테크윈 매각 관련 주주총회 장소에서 집단행동을 하거나, 공장 안에서 중식 집회를 열었다는 등의 이유로 전체 조합원의 10분의 1에 달하는 100명에게 무더기 징계를 내리고, 간부 6명을 해고하기도 했다. 징계를 받은 조합원의 상당수가 노동위원회에서 부당징계로 판정나고 해고자 가운데 4명은 중노위에서 부당해고로 인정됐으나, 회사는 복직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채 행정소송을 내고 지난해만 2억원에 가까운 이행강제금을 내고 있는 상태다.

특히 조합원 숫자가 금속노조보다 더 적음에도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에 따라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노조를 공개적으로 두둔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8월 회사 노사협력팀이 낸 소식지인 ‘성주 줌인’을 보면 “교섭대표노조는 무엇보다도 노사 상생과 협력을 통해 회사와 조합원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합리적 노사관과 역량을 함께 가진 조합만이 그 역량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업노조의 교섭대표노조 지위 유지기간인 2017년 12월 이후에도, 금속노조가 현재와 같은 투쟁일변도의 노선만을 고집할 경우, 회사는 창구단일화 절차 대신 개별 교섭을 진행할 수도 있어 조합원 숫자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금속노조가 교섭대표노조가 될 수 있는 방법은 없게 된다”고 밝혔다.

삼성테크윈지회 관계자는 “회사가 직·반장들의 노조 탈퇴를 종용한 것은 직·반장 들을 회사 편으로 만들어 조합원들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2012년 공개된 삼성그룹의 노조파괴 공작 문건인 에스(S)그룹 전략문건처럼 노조를 적대시하고, 기업노조와 차별하면서 금속노조를 깨기 위한 획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출처  [단독] “한화테크윈, 직장·반장 노조서 탈퇴시키려 부당노동행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