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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분신 정원스님 “국민의 힘으로 박근혜 물러나게”

분신 정원스님 “국민의 힘으로 박근혜 물러나게”
정원스님, 지난달 소신공양 밝혀
“한국은 몇몇의 탐욕으로 불태워져”
박대통령 등 권력자 비판 내용 담겨
“장기기증 못해 아쉽다”는 뜻도
본인 뜻에 따라 연명치료 않기로

[한겨레] 허승 조현 기자 | 등록 : 2017-01-08 14:36 | 수정 : 2017-01-08 16:14


11차 촛불 집회가 열린 7일 밤 10시 30분께 서울 종로구 경복궁 맞은편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분신을 시도한 정원스님(속명 서용원·64)이 분신 전 시국을 걱정하고 몇몇 권력자의 탐욕을 비판하는 메모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의 안진걸 공동대변인이 8일 <한겨레>에 공개한 정원스님의 메모를 보면, 정원스님은 오래전부터 분신을 고민했던 것으로 보인다.

11월 24일에 작성한 일기에는 “소신공양(부처에게 공양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불사르는 것)을 올리겠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것은 11월 13일이다. 그 후 지금까지 타이밍을 보고 있다”며 “박근혜가 계속 내려오지 않고 버티고 있다…국민의 힘으로 박근혜를 물러나게 하고 친일 매국노 숭미주의자를 척결해서 주권을 찾고 더럽혀진 이 땅의 정기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적고 있다.

11월 30일 일기는 붓다와 아난의 대화를 인용하며 “한국은 몇몇의 탐욕에 의해 불태워지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만은 그 불길 속에서 빠져나가려 하고 있다”고 적어 국정을 농단해놓고도 책임을 면하려고 애쓰는 박근혜 등 권력자를 비판했다.

▲ 7일 분신한 정원스님이 분신 전에 남긴 메모. 사진 안진걸 제공.


▲ 7일 분신한 정원스님이 분신 전에 남긴 메모. 사진 안진걸 제공.


정원스님이 직접 지은 ‘민중’이란 시에서도 “아직도 너에 대한 사랑은 완성되지 않았다…뜨겁게 뜨겁게 타오를 것이다. 활화산처럼. 그렇게 완성될 것이다”라고 해 소신공양의 뜻을 암시했다. 또 다른 메모에서는 “소신공양으로 장기기증 못함이 아쉽습니다”라고 적기도 했다.

▲ 7일 분신한 정원스님이 분신 전에 남긴 메모. 사진 안진걸 제공.


▲ 7일 분신한 정원스님이 분신 전에 남긴 메모. 사진 안진걸 제공.


▲ 7일 분신한 정원스님이 분신 전에 남긴 메모. 사진 안진걸 제공.


이 메모는 정원스님이 지난달 소신공양의 뜻을 밝히자, 이를 만류하는 지인에게 “소신공양의 뜻은 접겠지만, 내 마음이 이렇다는 것은 알아달라”며 전달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끝내 정원스님은 분신을 결행했고, 지인은 “스님의 뜻을 정확히 알리고 싶다”며 이를 퇴진행동 쪽에 전달했다고 한다.

정원스님은 분신 직전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촛불이 승리하기를…”이라는 글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또 스님은 며칠 전인 6일 밤에도 촛불민심에 대한 시를 남겼다. 정원스님은 자작시에서 “한국땅에 태어날때 / 이런줄은 몰랐다네 / … / 분통하다 국민들은 / 더이상은 이대로는 / 못살겠다 갈아엎자”고 써, 분노한 민심을 표현했다. 정원스님의 분신 현장에서도 “나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나의 죽음이 어떤 집단의 이익이 아닌 민중의 승리가 되어야 한다. 나는 우주의 원소로 돌아가니 어떤 흔적도 남기지 말라”며 “박근혜는 내란 사범, 한일 협정 매국질 즉각 손떼고 물러나라”고 적힌 메모가 발견됐다.

정원스님은 분신 직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지만 위독한 상태다. 가족들은 스님의 뜻을 존중해 생명을 유지하는 연명치료를 원치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은 “환자 보호자의 뜻에 따라 화상전문병원으로의 전원 및 연명 치료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퇴진행동은 이날 성명을 내고 “반드시 쾌유하셔서 스님이 소망하시던 ‘일체의 민중들이 행복한 그날’을 함께 만들 수 있기를 간절하게 소망한다”며 “박근혜 정부에서 죽어간 사람들 곁에서 눈물과 고통의 날을 보내왔던 우리는 또다시 아름다운 사람을 잃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출처  광화문 분신 정원스님 메모보니 “국민의 힘으로 박근혜 물러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