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끝까지 ‘외교참사’ 자초하는 박근혜 정부

한미 동맹 재확인? 끝까지 ‘외교참사’ 자초하는 박근혜 정부
‘사드 조기 배치, 전략자산 배치’ 등 합의 없는데도 뻥튀기
[민중의소리] 김원식 전문기자 | 발행 : 2017-02-05 19:48:30 | 수정 : 2017-02-05 19:48:30


'한미 동맹 강화 재확인', '사드 연내 배치 재확인', '전략자산 순환 배치 검토', '대북 선제 타격 검토'...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한국 언론들이 쏟아낸 기사 제목들이다. 요약하자면, 미국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도 한미 동맹은 더욱 강화될 것이며, 사드 추진도 예정대로 하고 북한을 더욱 강력하게 제재나 응징하겠다는 것을 미국 측이 밝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평가들은 모두 사실일까? 4일, 평소 지인인 미국의 한 외교 전문가에게 매티스의 방한에 관해 의견을 묻자, 그는 "한미 동맹에 무슨 문제라도 있었냐"며 쓴웃음으로 반문했다. 아무 문제가 없는데 왜 소란을 떠느냐는 말이었다. 그는 더 나아가 "핵심은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으로 한미 동맹에 대한 우려가 커지니까, 한국 정부가 미국에 급히 요청한 것이고, 이를 달래기 위해 매티스가 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사실, 그의 평가는 일리가 있다. 현실적으로 아직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 이른바 '도발적 행동'을 하지도 않았는데, 한국 정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방방 뜬다'는 것이다. 미국 국방부나 국무부는 북한을 비판하면서 늘 '수사적(rhetoric)'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북한이 성명 등으로 겁박을 하지만, 실제는 능력도 갖추지 않았으면서 말로만 과장된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수사적(rhetoric)'이라는 표현은 이번에는 매티스 방한을 계기로 한국 정부가 써먹는 수법에 어울리는 듯 하다.

▲ 매티스 미국 국방부장관이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한민구 국방부장관과 함께 경례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엄밀히 따져 보자면, 트럼프 행정부의 신임 국방부 장관인 매티스로부터 한국 정부가 받은 것은 하나도 없다. '한미 동맹'이야 오바마든 트럼프든, 박근혜 정부든 앞으로 한국에 들어설 차기 정부든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기본 명제이다. 그런데 왜 그것을 그렇게 강조할까? 한 꺼풀만 벗겨 보면 바로 그만큼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으로 한미 동맹마저 변할 수 있다는 불안감의 표출일 뿐이다.

탄핵 위기에 놓인 박근혜 정부는 매티스 방한을 계기로 "제발 사드 조기 배치를 합의해 달라"며 애걸복걸했지만, 매티스는 "연내 배치 예정"이라며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을 뿐이다. 쉽게 말해 한국의 차기 정부 출범 전에 사드 배치에 '대못질'을 하려던 박근혜 정부의 전략은 실패한 셈이다. 미국도 바보가 아닌 이상,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다시 말해 한국에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그 정부의 성격에 따라 사드 한국 배치는 얼마든지 철회가 가능한 상황을 연출하고 말았다.


국민 눈속임용 '통사정'
심각한 후유증 국민이 그대로 떠안을 판

'전략자산 순환 배치'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강화되자, 미국 측에서 강조하는 것은 이른바 '확장 억제력(extended deterrence)'을 강화해 주겠다는 것이다. 이 말에는 무서운 의미가 내포돼 있다. 북핵 위협에 관해 한국 내에서도 일부에서 자체 핵무장론 등이 등장하자, 미국에서 쐐기를 박고 나선 것이다. 즉, "핵우산 등으로 우리(미국)가 방어해 줄 테니, 자체 핵무장 등은 꿈도 꾸지 마라"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핵은 기존 강대국만 가져야 하는 것이므로, 북한이든 남한이든 절대로 핵무장 국가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다. 사실상 북한의 핵무장을 방치한 미국은 어떻게 보면, 남한의 핵무장만은 반드시 막겠다는 의미에 다름 아니다. 더 노골적으로 말한다면, "동맹이니 우리를 믿고 너희는 따르기만 하라"는 지시와 별반 다르지 않다.

▲ 황교안(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방한 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을 접견,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박근혜 정부가 다시 애걸복걸하는 것이 이른바 '전략자산 순환 배치'이다. 즉, 핵무기를 실은 전략 핵폭격기를 한반도에 상시적으로 순환 배치해 달라는 것이다. 그래야 그나마 한국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지 않냐는 몸부림이기도 하다. 하지만 매티스 장관은 방한에서도 이에 관한 답을 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이순진 합참의장이 조셉 던포드 미 합참의장에게 매티스 방한 전날 전화로 전략폭격기 같은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정례 배치를 통사정했지만 결국,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

이순진 합참의장에게 과거 미국의 전략폭격기가 한반도에 전개되어도 중국 등을 의식해 핵무기를 탑재하지 않은 채, 이른바 '에어 쇼'만 하고 간 사실을 모르는지 되묻고 싶을 뿐이다. 박근혜 정부는 다음 달에 개최될 한미 합동군사훈련에서 핵항공모함을 비롯한 여러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전개돼 강력한 군사훈련을 할 것이라고 언론 플레이에 나서고 있다. 김칫국을 먼저 마시는 것은 자유지만, 이 또한 러시아와 중국을 강력하게 의식하고 있는 트럼프가 결정할 문제이다.

박근혜 정부는 더욱 코너에 몰리자, 이제는 이른바 미국이 '대북 선제 타격론'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마지막 몸부림을 치고 있다. 워싱턴 조야 일각에서 때때로 나오는 '대북 선제 타격' 옵션이나 '선제적 북한 정부 교체론'을 마치 현 트럼프 행정부가 검토하고 있다는 식으로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이다. 북한 정부에 대한 위협은 고사하고 한반도가 전쟁의 벼랑으로 떨어지든 말든 국민의 눈을 잠시 가려서 속이면 된다는 그 발상이 놀라울 뿐이다.

문제는 탄핵 국면에 몰린 박근혜 정부의 이러한 외교적 참사가 박근혜 정부의 몰락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에 새로운 트럼프 정부가 등장했음에도 하나도 파악하지 못하고 한반도 문제를 더욱 혼란으로 빠뜨린 후유증은 차기 정부에게 전해진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그 심각한 피해를 우리 국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는 '국정 농단'으로만 몰락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들은 무대 뒤로 숨은 채, '외교적 참사'라는 짙은 먹구름을 우리 국민들에게 드리우며 그 차디찬 비바람을 그대로 맞게 하고 있다.


출처  “한미 동맹 재확인? 끝까지 ‘외교참사’ 자초하는 박근혜 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