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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도, 닭도 안산다”…온 나라가 ‘살충제 달걀’에 패닉

“달걀도, 닭도 안산다”…온 나라가 ‘살충제 달걀’에 패닉
대형마트·편의점 등 곧바로 판매중단
“아이들 계속 먹어왔을 게 가장 걱정”
달걀 쓰는 제빵·제과업계도 비상
재고분 떨어지면 생산차질 불가피

[한겨레] 이정연 기자 | 등록 : 2017-08-15 15:56 | 수정 : 2017-08-15 20:03


▲ 그래픽_장은영

“아이들이 계속 살충제 달걀을 먹어왔을 수도 있다는 것이 가장 걱정된다. 달걀에서 나왔다면 닭고기에서도 나올 수 있는 것 아닌가. 정확한 정보와 사실을 알 때까지는 달걀이든 닭이든 사지 않겠다.”

서울 여의도에 사는 두 자녀의 엄마 지 아무개(35)씨는 달걀뿐만 아니라 닭고기까지 불안해했다. 국산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나와 유통업체들이 판매를 중지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1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불안감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온종일 이어졌다.

유통업체들은 달걀 전면 판매 중지에 들어갔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와 농협 하나로마트 등 대형마트들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이날 오전 국내 산란계 농장 달걀에서 피프로닐과 비펜트린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고 발표하자, 전격적으로 달걀 판매 중단 조처를 내렸다. 대형마트들은 농식품부가 밝힌 해당 농장에서는 달걀을 납품받지 않았지만, 정부의 전수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달걀 판매를 중단할 방침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현재 파악하기로는 정부가 발표한 문제 농장에서 달걀을 납품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 다만 정부가 전수 조사를 벌이기로 한 만큼 문제 농장이 한두 군데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달걀 판매를 중단하게 됐다”고 밝혔다. 대형마트들은 정부의 산란계 농장 잔류농약 검출 조사 결과가 나오면 순차적으로 판매 재개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1주일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 국산 계란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것과 관련해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등이 계란 판매 중단에 들어간 15일 오전 서울 용산 이마트 계란판매대가 텅 비어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이날 오후 이마트 은평점에는 평소 사람 키 높이로 쌓인 달걀들이 모두 사라졌다. 달걀이 있던 자리에는 판매 중지 안내문이 대신했다.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 사는 회사원 김주원(29) 씨는 “달걀은 아침 식사를 간편하게 해결하려고 꼭 사두는 품목이었는데, 이제 대체 식품을 찾아야 할 형편”이라며 “그나마 정부 발표가 있자마자 유통업체들이 판매를 중단해,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롯데마트와 이마트 등은 영수증과 달걀 완제품(10개들이 제품의 경우 모두 미사용)을 가져오면 환급해주고 있다.

훈제란 등을 비롯한 가공란의 주요 유통경로인 편의점 업체들도 판매를 중단했다. 편의점 업체인 씨유(CU)는 전국 1만여 개 모든 점포에서 생란·가공란과 더불어 국내산 달걀을 원재료로 한 간편식 전 제품의 신규 생산 발주와 판매를 중단한다고 이날 밝혔다. 씨유 관계자는 “소비자 불안감 해소를 위해 상품의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달걀 제품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앞으로 안전성이 확인된 뒤 재판매 등을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달걀을 원료로 한 제품을 많이 생산하는 제빵·제과 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달걀의 유통기한이 길지 않아 재고가 많지 않은데 정부의 달걀 출하 금지 조처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에스피씨(SPC)가 운영하는 파리바게뜨의 경우, 달걀 재고분이 3~4일 치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출하 금지 조처가 길어지면, 달걀을 주원료로 하는 카스텔라와 롤케이크 등의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에스피씨는 앞서 유럽에서 살충제 달걀 유통 소식이 국내에 전해지자,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제품 생산에 쓰이는 달걀의 잔류농약 검사를 자체적으로 실시했다고 밝혔다. 에스피씨 관계자는 “소비자들 사이에 불안감이 있어 달걀을 공급받는 계약 농가를 대상으로 자체 조사를 했는데, 이 검사에서는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출처  “달걀도, 닭도 안산다”…온 나라가 ‘살충제 달걀’에 패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