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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시간외수당 추가 지급해도 회사 경영상 어려움 없어”

“시간외수당 추가 지급해도 회사 경영상 어려움 없어”
고정성 없는 ‘일비’ 휴일수당 ‘중복할증’은 인정 안 해
재판마다 ‘경영상 어려움’ 판사 판단 따라 결과 엇갈려

[경향신문] 이혜리 기자 | 입력 : 2017.08.31 22:22:01 | 수정 : 2017.08.31 22:45:37


퇴근하는 기아차 직원들 31일 경기 광명시 기아자동차 소하리 공장에서 오후 근무를 마친 직원들이 퇴근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법원이 31일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을 새로 계산해 추가 지급하라고 청구한 기아자동차 노조의 손을 들어준 것은 기업이 추가 지급을 못 하겠다고 주장하는 근거인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엄격하게 따져서 내린 결론이다. 기아차가 추가 수당(임금)을 지급할 능력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법원은 연장근로와 휴일근로가 겹칠 때 수당을 할증해야 한다는 등 노조의 일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애초 노조가 요구한 1조930억 원 중 4,224억 원만 사측이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추가 임금 지급해도 위기 아냐”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의 임금 청구 소송에서 각종 수당과 퇴직금 산정 시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의 범위와 적용 기준에 대한 새로운 판례를 세웠다.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노사 합의는 근로기준법에 위반되므로 무효지만 이에 덧붙여 청구를 받아들일 경우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발생한다면 ‘신의 성실의 원칙’(신의칙)에 따라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게 허용될 수 있다는 판결이다.

이후 하급심 법원에서는 통상임금 사건에서 신의칙에 대한 판단이 왔다 갔다 했다. 어떤 경우를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라고 볼 것인지가 명확지 않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의 경우 1심에선 노조가 승소했지만, 지난 18일 있었던 항소심에선 노조가 패소했다. 금호타이어는 2010년 1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경영정상화를 위한 워크아웃 절차를 밟는 등 경영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1심은 워크아웃이라는 이유만으로 청구를 거부할 수 없다고, 항소심은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날 법원은 기아차의 경우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도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봤다. 기아차는 2008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지속해서 상당한 당기순이익을 거뒀고, 한 번도 당기순손실을 낸 적이 없다는 것이다. 또 이 기간 매년 약 1조 원에서 16조 원의 이익잉여금을 보유했고, 자본 대비 부채비율도 169%에서 63%로 낮아지는 등 경영상태가 호전되기도 했다.


기아차는 영업이익이 감소했으나 재판부는 “회복 가능성이 있으므로 기아차가 투자 불능의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노조의 청구금액을 모두 지급한다고 가정했을 때 기아차의 지급 전후 손익계산표까지 근거로 댔다. 이 표를 보면 기아차는 청구금액을 모두 지급해도 영업이익률만 다소 떨어질 뿐 2020년까지 당기순이익은 계속 나오는 것으로 돼 있다.

현재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기업은 115개에 달한다. 금호타이어와 기아차 등의 사례에서 보듯 이들 소송도 재판부가 해당 기업의 경영상태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엇갈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비·휴일수당 중복할증은 제외

재판부는 영업활동에 따라 지급되는 일비는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고, 노조가 주장한 근로시간 일부도 수당 계산에서 제외했다. 재판부는 일비의 경우 지급에 있어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노조가 주장한 휴일수당 중복할증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휴일수당 중복할증은 1주일에 40시간 넘게 일했는데 휴일에도 근무했을 경우 연장근로와 동시에 휴일근로에 해당하기 때문에 ‘연장·휴일 근로수당은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해 지급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규정에 따라 100%를 가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근로기준법에서 휴일근로는 (연장근로를 인정하는) 근로의무일과 별도의 보호규정을 두고 있어 휴일수당 중복할증을 하려면 별도의 입법적 조치가 필요하다”며 “휴일근로에 따른 50% 가산만 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정기상여금이 포함된 통상임금 액수에 따라 생리휴가·상병휴직·병가 보상수당 등도 더 지급됐어야 한다는 노조 측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생리휴가는 유급휴가라고 보기 어렵고 상병휴직·병가에 대한 보상수당도 근로기준법상 기준을 정한 바 없다”고 했다.


출처  [기아차 통상임금 판결] 법원 “시간외수당 추가 지급해도 회사 경영상 어려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