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특수학교 반대' 배후에 '김성태 월권공약' 있었다

‘특수학교 반대’ 배후에 ‘김성태 월권공약’ 있었다
학교부지에 한방의료원 설립?... 교육청과 협의 없이 내놓은 ‘공약’이 화근
[오마이뉴스] 글: 윤근혁, 편집: 최유진 | 17.09.08 18:14 | 최종 업데이트 17.09.08 18:14


▲ 5일 오후 서울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에 찬성하는 장애인 학부모 50여 명이 무릎을 꿇었다.(위) 그러지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이 지역 주민 10여 명이 맞 무릎을 꿇었다. ⓒ 윤근혁

특수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 50여 명이 무릎을 꿇었다. "집 가까운 곳에 특수학교를 세울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게 이들의 요청이었다.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강서지역 주민 10여 명도 맞 무릎을 꿇었다. 이들은 "특수학교 대신 국립한방의료원을 설치해야 한다"고 반대 이유를 내세웠다. (관련기사 : 무릎 꿇은 장애인 학생 엄마들, "우리 아이는 혐오시설이 아니다")


‘무릎 꿇기’로 맞선 주민들, 그 이유는?

지난 5일 오후 9시 58분, 서울 탑산초 체육관에서 열린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 주민토론회'에서 벌어진 일이다. 특수학교 설립 반대 주민들은 왜 무릎을 꿇으면서까지 맞서고 있는 것일까?

그 뒤엔 김성태 의원(자유한국당, 서울 강서을)이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내세운 '강서 르네상스'란 공약이 있었다.

김 의원은 가양2동에 '국립한방의료원 건립'을 지역개발 공약 17번로 내세웠다. 이곳이 바로 서울공진초가 옮겨간 강서 특수학교 설립 부지다. 당시 김 의원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선거 홍보물을 입수해 살펴본 결과다.

▲ 지난 해 4.13 총선 당시 김성태 의원이 만든 홍보물. '국립한방의료원 건립'이 17번째 개발공약으로 지도와 함께 제시되어 있다. ⓒ 김성태 의원실

당시 김 의원은 '대한민국 최초 국립한방의료원 건립!'이란 선거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당선 뒤에는 "약속, 반드시 지키겠다"면서 '국립한방의료원 건립' 등을 적은 당선사례 글을 돌리기도 했다.

이런 김 의원의 행동을 근거삼아 강서지역 일부 주민들은 '특수학교 대신 한방의료원 건립'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수학교 설립' 반대 논리로 활용하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이후 여러 차례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 관계자를 만나 '공진초 이전 유휴부지에 한방의료원 설립이 필요하다'고 직접 강조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지난 5일 오후 주민토론회 현장에도 나타나 "왜 이렇게 (찬반) 갈등이 큼에도 왜 (교육청이) 밀어붙이려고 하는 건지에 대해서 솔직히 이해하는데 많은 어려움과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인사말을 남긴 뒤 30여 분간 더 머물다 자리를 떴다. 그러자 이은자 장애인 학부모가 "장애 아이들도 교육받을 권리가 있지 않느냐. 김성태 의원님 가시지 마시고 저희를 도와 달라"고 호소하자 뒤를 한 번 돌아보고 곧바로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그런데 8일 서울시교육청에 확인한 결과, 김 의원은 지난해 '공진초 이전 유휴부지에 한방의료원 설치' 공약을 내세우기 전 서울시교육청과 사전에 협의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공진초 유휴부지는 학교용 부지이기 때문에 사용권한을 갖고 있는 소유자는 서울시교육감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김성태 의원이 학교용지에 한방의료원 설치 공약을 하면서 교육청에 미리 허락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서울교육청이 공진초 유휴부지를 특수학교 설립부지로 최초 예고한 때는 4년 전인 2013년이다.

실제로 지난 5일 조 교육감은 설명회 중간에 마이크를 잡고 "한방의료원 설립 얘기는 지난 해 총선 때 처음 들었다. 여러분 땅이 있는데 허락 없이 (다른 사람이) 무엇을 짓겠다고 하면 어떤 입장을 취하겠느냐?"면서 "학교용지에 한방병원을 지을 수 있다는 건 김성태 의원이 만든 가공의 희망"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공동행동 “김 의원이 책임져라”
김 의원 쪽 “대체부지 얘기되어 공약 낸 것”

'강서구 특수학교 지지 강서양천공동행동'의 박진보 집행위원장은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김 의원이 특수학교로 예정된 학교부지에 한방의료원을 짓겠다고 공약한 것은 표를 얻기 위해 교육기관의 권한을 빼앗으려한 행위"라면서 "이런 김 의원의 행동은 서울시 학생과 학부모를 무시한 것이기 때문에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서양천공동행동은 다음 주부터 김 의원의 책임을 묻기 위한 행동에 직접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의원실 관계자는 "이미 공진초 유휴부지가 아닌 다른 곳의 대체부지가 2015년 말부터 (특수학교 부지로)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김 의원님이 한방의료원 설치 공약을 내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서민들이 많이 사는 그 지역에 서민들이 의료혜택을 받도록 한방의료원 설치 공약을 내놓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울시교육청이 2015년 대체부지를 검토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특수학교 부지로는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내리고 2016년 8월, 공진초 유휴부지에 특수학교를 세우는 방안을 다시 행정 예고했다.


출처  '특수학교 반대' 배후에 '김성태 월권공약'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