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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태블릿PC 국정농단 문서 작성자는 누구일까

태블릿PC 국정농단 문서 작성자는 누구일까
태블릿PC안 TV토론 문서 단독공개
검찰수사보고서 언급 17개 문서 작성자는?

[경향신문] 정용인 기자 | 입력 : 2017.12.02 18:08:01 | 수정 : 2017.12.02 18:19:00



“전문가 토론은 정치분야(네거티브 포함)와 외교·안보분야로 둘로 나눠서 각각 2시간씩 총 4시간은 필요함. 이때 대표님께 들어올 질문에 대해 어떻게 답변할지와 그런 질문에 대해 어떻게 되받아칠지, 그리고 상대방에게 무엇을 질문할지에 대해 연습함.”

태블릿PC에 들어 있던 ‘TV토론 관련’이라는 문건의 한 대목이다.

여기서 언급된 TV토론이란 2012년 12월 4일 오후 8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된 첫 대선후보 TV토론으로 정치·외교·안보를 주제로 한 토론이었다. 토론은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 그리고 박근혜 후보의 3자 토론으로 진행됐다. 문건의 작성자는 “리허설은 실제 상황(2시간 토론)과 똑같이 연습하되 총 3시간이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연습시간과 날짜를 지정하고 있다.

태블릿PC와 관련한 지난 기사에서 <주간경향>은 박근혜 당시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구체적으로 육영재단 이사장 시절, 신군부 인사들에 대한 술접대 충격으로 인한 어린이집 교사 자살사건과 관련한 의혹 대응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 역시 앞의 ‘유치원 문건’과 같은 날(11월 29일) 작성된 것으로,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것이다.

문건을 보면 정치분야 패널(네거티브 포함)의 리허설은 “권영진, 서장은, 김회선(남기춘)”이 후보를 상대로 진행하고 외교·안보 패널은 “윤병세, 홍용표, 백승주”가 담당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외교부 장관을 역임한 윤병세 장관이나 박근혜 정부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담당하다가 통일부장관을 역임한 홍용표 전 장관, 박근혜의 인척인 ‘친박’ 백승주 의원, 정치외교분야의 권영진 대구시장, 남기춘 검사 등은 알려진 인물이다.

그런데 서장은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김회선 전 의원이 박후보의 리허설 파트너였다는 것은 그동안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2012년 대선 당시 기록을 보면 서장은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중앙선대위 종합상황실의 전략기획단장을 맡았었다. 박후보 당선 직후 연합뉴스 보도를 보면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당시부터 실무에 깊숙이 개입한 실세 전문가로 권영진·신동철 전 비서관과 함께 트로이카로 불리기도 했다.

2014년 2월, 서 전 부시장이 주 히로시마 총영사로 발탁되면서 보은인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대선 때의 ‘공’으로 임명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는 아직도 히로시마 총영사로 근무하고 있다. 11월 29일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작년 말 송년회 때부터 이임인사를 시작했었는데 꼬박 1년째 송별회를 하고 있는 셈이다”라고 적고 있다.

MB정부 국정원 2차장 출신으로 서초갑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김회선 전 의원은 대선 전 치러진 2012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사진조작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선거공보물에 실린 박근혜 후보와 함께 앉은 사진이 포토샵으로 조작된 것이 아니냐는 것. 당시 보도기사를 보면 고 이춘상 보좌관이 “해당사진은 국회의원 회관에서 찍은 것으로 조작되지 않았다”고 해명하는 것이 눈에 띈다.


박근혜 2시간 리허설 상대자 눈길

이 문서는 누가 작성했을까. 해당 파일의 아래아한글 문서정보에 따르면 ‘user’로 표기되어 있는 사용자가 당일(2012년 11월 29일) 오후 4시45분49초에 작성해 마지막 수정은 오후 6시14분47초에 이뤄진 것으로 되어 있다. 지난번 검토한 ‘유치원반론.hwp’ 파일과 같은 사용자다. 그렇다고 반드시 같은 사용자라고 볼 수는 없다. 각기 다른 사용자가 사용자 표기를 user로 놓고 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문건 작성자를 특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주간경향>은 앞서 두 차례에 걸쳐 검찰 태블릿PC 포렌식 보고서의 재구성을 통해 태블릿PC의 사용자가 포렌식을 통해 드러난 비선권력, 다시 말해 zixi9876@gmail.com 메일과 이 태블릿PC에는 일부밖에 남아있지 않지만 greatpark1819@gmail.com을 통해 지시를 주고받는 핵심 인물이라는 것을 밝혀낸 바 있다. 검찰 포렌식 보고서의 ‘통화내역 분석’에는 암호화되어 있는 ‘zixi9876’ 메일의 첨부메일이 표시되어 있지 않다. 11월 29일자 사용내역을 시간대별로 재정렬하면, 17시13분31초에 ‘정…토론관련’이라는 메일이 발송되었음을 알 수 있다. (검찰 태블릿PC 포렌식 보고서, 355쪽)

같은 제목의 이메일은 한 번 더 발송되는데, 18시14분58초다. 위의 첫 번째 메일에 대한 답신 내지는 추가지시 내용이 포함되어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실제 ‘TV토론관련.hwp’가 태블릿PC의 이메일 캐시에 저장된 시간은 23시00분25초로, 두 번째 이메일 발송시간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5시간가량 차이가 난다. 작성과 최종 컨펌에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날 이들 ‘비선캠프’가 메일을 통해 주고받은 것으로 태블릿에서 발견되는 것은 이 ‘TV토론관련.hwp’와 ‘유치원반론.hwp’(22시28분58초) 이외에도 ‘4일차부산.hwp’(23시22분34초), ‘20121129_위기에강한글로벌 리더편.wmv’라는 이름의 동영상(23시37분01초)이다. 부산 유세문을 담은 4일차 부산 선거운동 유세문 역시 아래아한글의 작성자 정보를 보면 user다. 앞서 메일을 통해 TV토론 관련 기안자는 정호성 전 비서관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른 파일들도 정호성 전 비서관이 작성자일까. 앞의 유치원 관련 네거티브 대응 문건 담당이 이춘상 보좌관이었던 것을 고려해보면 ‘zixi9876’ 메일의 “정…” 표기에도 불구하고 정 전 비서관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다른 작성자 표기된 국정농단 문건들

<주간경향>은 태블릿PC 등에서 작성된 국정농단 관련 문서 17건을 분석한 검찰 보고서를 단독입수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각각의 중요문서 작성자는 앞의 user와 narelo, 유연, 유○○, administrator, kim, TG 등으로 되어 있다. 17건 중 user가 작성자인 경우가 9건으로 제일 많다.(표 참조) 그런데 이 작성자들을 살펴보다 보면 ‘특정 경향성’이 발견된다. narelo는 종전에 보도된 것처럼 정호성 전 비서관의 아이디다. ‘user’가 작성 내지는 스크린하는 것은 주로 정치·외교분야다. 반면 ‘18대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 발행’과 같은 다른 업무와 확연히 구별되는 업무는 ‘kim’이라고 되어 있는 인사가 챙긴다. 인상적인 것은 정무적인 부분에서 최고로 중요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는 박근혜·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회동 관련 문건은 TG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작성되었다는 것이다. user와 TG는 과연 누구였을까. 물론 한 사람이나 한 컴퓨터라고만 할 수는 없다.


확실한 건 이 캠프 내 비선라인의 결정과정이나 태블릿PC에 남아있는 사용 흔적에는 태블릿PC가 자신이 사용한 것이라고 주장한 신혜원씨나 SNS 본부 관계자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혜원씨가 소속되어 있었던 SNS 본부의 핵심 관계자는 <주간경향>에 “‘zixi9876’ 메일 등을 통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비선라인에 참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김한수씨나 김휘종씨는 SNS 본부 소속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SNS 본부 운영은 카톡은 거의 활용하지 않고 카톡 친구 플러스를 썼는데, 그것 역시 관리자 계정 하나만 있으면 되며, 그것 역시 PC를 썼다”며 “신혜원씨는 폐북 전담자였다”고 밝혔다.

실제 태블릿이 사용된 ‘흔적’ 중 상당 부분은 이 태블릿이 세상에 나오기 전에 주의깊게 삭제된 것이 사실이다. 지워진 내용이 진실을 규명하는 데 핵심적인 정보를 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남아있는 흔적, 그리고 검찰이 포렌식을 통해 복구해낸 삭제파일만으로도 규명해낼 수 있는 ‘사실들’은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 그리고 그 ‘사실들’은 신혜원씨의 이른바 ‘양심고백’과는 전혀 다른, 진실의 편린을 담고 있다.


국과수 감정보고서 제출 후에도 태블릿PC 진실 공방

▲ 박근혜 국정농단의 핵심인물인 최순실씨가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12월 1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도착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재판장님, 저도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태블릿 보여 달라고 할 때 그렇게 자신 있으시면 왜 보여주지 않으셨죠?” 12월 1일, 재판정에서 최순실의 말이다. 이날 재판에서는 불꽃 튀는 설전이 벌어졌다. 최순실 변호인단은 2만쪽이 넘는 ‘태블릿 PC’ 감정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최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태블릿이 누구의 소유인가가 핵심적으로 규명해야 하는 문제인데,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 법정에서 최순실 것이라고 했다”며 “누구의 것이다라는 건 법률적 개념이 아니고 매우 모호하다”고 밝혔다.

법리적으로 따져봤을 때 일리 없는 말이 아니다. 일단 지금까지 법정에서 밝혀진 것을 두고 정리해보면 태블릿PC의 개통이나 요금 납부는 김한수씨가 했다. 통화기능이 없는 010-4080-5783 번호도 카톡 설정 등에서는 ‘선생님’이라고 되어 있지만 역시 개통자가 김한수씨이므로 법적으로는 김한수씨 명의다. 태블릿PC는 아주 한시적인 기간에, 제한적으로 사용되었다. 그것도 마지막으로 사용된 것은 2014년 4월이다. 장시호씨는 역시 최순실씨가 사용한 또 다른 태블릿PC를 제출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기억이 왜곡될 수도 있다.

11월 27일, 국과수는 재판부에 태블릿PC 감정보고서를 제출했다. 재판부가 의뢰(11월 9일)한 뒤 18일 만이다. 이날 JTBC 측은 “최순실씨 셀카와 친척들 사진이 최씨 측 주장처럼 사후에 옮긴 것이 아니라 해당 태블릿PC로 촬영된 것이었고, 수정 불가능한 이미지 파일이라고 주장한 드레스덴 연설문도 이메일로 다운받은 문서파일로 조작 기능성이 없었다”고 밝혔다. JTBC는 “한글파일이 JTBC 발견시점보다 먼저 열람된 것처럼 나온 것도 해당 프로그램이 그리니치 표준시로 표시되어 생긴 착오”라며 “국과수 조사결과는 기존 검찰 주장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씨 변호인 측과 조작설을 주장하는 일부 매체들의 국과수 감정보고서 해석은 정반대다. 일단, JTBC 측은 “친박단체 집회는 물론 미디어워치와 월간조선 등 일부 매체에서, 그리고 심지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저희 보도는 물론 검찰의 포렌식 분석 보고서까지 왜곡해 근거 없는 주장을 펼쳐 왔다”며 “검찰과 국과수 결론을 바탕으로 의도적으로 왜곡된 태블릿PC 조작설을 제기해 온 개인이나 단체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법적 대응에 나서고, 앞으로 제기하는 개인이나 단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다.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법정에서도 태블릿PC를 둘러싼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출처  [단독] TG, 유연, user…태블릿PC 국정농단 문서 작성자는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