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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무너진 용인 타워크레인…전문가도 “이런 사고는 처음”

앞으로 무너진 용인 타워크레인…전문가도 “이런 사고는 처음”
용인 타워크레인 참사 의문투성이
무거운 뒤쪽 아닌 앞쪽으로 붕괴
기계결함·조작실수 두 갈래 조사
일반공사장에 원전용 사용도 의문
업계 “공기 맞추고 인건비 줄이려”

[한겨레] 용인/김기성 이정하 기자 | 등록 : 2017-12-14 07:38 | 수정 : 2017-12-14 08:25


▲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용인동부경찰서, 고용노동부, 용인시청 등 관계자들이 10일 오후 경기 용인시 기흥구 고매동의 동원물류센터 신축공사장에서 전날 일어난 타워크레인 사고에 대한 합동 현장감식을 벌이고 있다. 용인/이정아 기자

7명이 숨지거나 다친 경기도 용인시 동원물류 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 신축공사장 타워크레인 붕괴 사고의 원인을 놓고 의문이 쌓이고 있다. 애초 공사 현장에 투입하기로 했던 타워크레인의 기종 변경 이유가 뚜렷이 밝혀지지 않는데다, 이례적으로 크레인이 앞으로 넘어져 업계에서는 ‘매우 드문 사고’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 “앞으로 넘어진 매우 드문 사고”

지금까지 알려진 국내 타워크레인 사고는 주로 안전관리나 부정·불량 부품 사용 등이 원인이 돼 무게가 많이 나가는 평형추(뒤쪽) 쪽으로 넘어졌다. 하지만 이번 사고는 자재를 들어 올리는 훅(고리)이 매달려 있는 앞쪽으로 넘어졌다. 상대적으로 무게가 적게 나가는 앞쪽으로 중심이 쏠렸다는 것이다.

한 타워크레인 업체 기술연구원은 “부러지거나 붕괴되는 현상은 무거운 쪽으로 진행되므로 이번 사고는 매우 보기 드문 경우”라고 말했다. 이창환 서울경기타워크레인노조 사무국장도 “보고되지 않는 작은 사고가 많아 단정하기 어렵지만, 지금껏 들어보지 못한 사고 사례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드문 사고라 타워크레인 업계도 관심이 많다. 국내 타워크레인 임대업체 119개 사업자가 회원사로 참여한 한국타워크레인협동조합은 사고 당시 상황이 담긴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 분석했다. 자체 분석 결과, 중간 부분이 부러진 것이 아닌 크레인 기둥(마스트)을 올리는 인상작업 도중 운전 부주의 또는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가동부(인마스트)와 상부가 뽑혀 나간 형태의 사고로 추정했다.

한상길 타워크레인협동조합 이사장은 “무게추 반대 방향으로 타워크레인이 넘어진 사례는 보고된 적이 없다. 인상 과정에서 과실이 있었더라도 무게중심이 뒤쪽 무게추 쪽에 있어서 뒤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영상에서 가동부가 움직이는 모습이 보이는데 기계 결함인지, 조작 실수인지는 수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 한국타워크레인협동조합은 용인 타워크레인 사고 당시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해, 분석했다. 조합은 크레인 팔 역할을 하는 상부 가동부가 바닥으로 심하게 기울었을 때도 기둥이 수직을 유지하는 점 등으로 미뤄, 인상작업 과정에서 무게가 앞으로 쏠리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타워크레인협동조합 제공


타워크레인 기종 변경 왜?

동원물류는 용인시 기흥구 고매동 산38-25 일대 3만6419㎡에 지하 5층, 지상 4층 규모로 물류센터를 짓고 있었다. 공사기간은 2016년 9월 1일~2018년 8월 30일로 신고했다.

그러나 애초 계약한 시공사는 계획보다 한달여 늦은 지난해 10월 7일 착공했다. 같은 해 11월 23일 공사가 중단됐고 시공사는 그해 12월 대림종합건설(대림종건)로 변경됐다. 현재 공정률은 15%다.

또 대림종건에서 타워크레인 하청을 받은 ㅅ기업은 지난달 1일부터 높이 90m의 타워크레인 설치 작업을 12월 10일까지 끝내기로 ㅁ타워와 계약했다. 그러나 설치 완료 하루 전인 지난 9일 크레인이 무너졌다. 공사 흐름을 보면, 사고 현장은 착공 뒤 석달가량 제대로 공사를 못한 셈이다. 게다가 공사 기간 중 혹한기가 두차례 포함된 점 등을 살피면 예정된 공사 기간을 맞추기가 빠듯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분석이다.

한 타워크레인 업계 관계자는 “12t가량의 양중 능력(들어 올릴 수 있는 최대 무게) 타워크레인 기종보다는 40t의 양중 능력이 있는 타워크레인 기종을 쓰는 게 ‘속도전’을 할 수 있을 것 아니냐”고 말했다. 빡빡한 공사 기간에 밀려 공사 속도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니 고난도 작업이 요구되는 크레인을 쓸 수밖에 없지 않았느냐는 추측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비록 2배 이상 임대료가 비싸지만, 소형 크레인 2대에서 대형 1대로 바꾸면 만만치 않은 설치·해체 비용과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 일반 공사장에서 잘 쓰이지 않는 기종은 임대료가 더 저렴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공기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국내 사업장에서 거의 쓰지 않는 타워크레인을 신고 없이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해당 공사장에서 정부에 낸 안전관리계획서에는 타워크레인으로 290HC기종 2대를 사용한다고 돼 있으나, 실제로는 원전 건설 등에 쓰이는 MD1100 기종 1대를 사용했다.

13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와 함께 희생자 김아무개(55)씨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도 의정부시 한 병원을 찾은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사고 공사장 크레인 기종을 바꾼 사실을 확인하고 조사 중”이라며 13일치 <한겨레> 보도를 확인했다. 그는 이어 “원청에서 하청,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크레인 작업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시공사인 대림종건 등 기업 관계자들을 수차례 불러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으며, 관련 서류를 확보해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경찰은 타워크레인 운전자와 작업 인부들이 소속 회사가 다른 점을 중시하고 있다. 위험한 고난도 작업이라 작업자들끼리 소통이 안 될 경우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데도, 회사가 다른 이들이 작업에 투입된 이유를 캐고 있다. 입원치료 중인 크레인 운전기사 등 4명이 조사를 받을 정도로 회복되지 않아서 이들의 구체적 진술은 듣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등과의 합동점검 결과 등을 놓고 추가 조사를 벌인 뒤, 타워크레인 추락 부위 등을 해체해 정밀 감식할 방침이다.


출처  앞으로 무너진 용인 타워크레인…전문가도 “이런 사고는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