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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死大江

`명박산성`에 막혀 갈팡질팡하는 물고기들

'명박산성'에 막혀 갈팡질팡하는 물고기들
[현장] 회귀하지 못하는 어류, 낚시꾼 먹잇감으로... 자연형 어도 '무용지물'
[오마이뉴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정책기획국장 | 12.07.15 21:15 | 최종 업데이트 12.07.15 21:15


공주보의 모습 앞쪽으로 인공어도와 멀리 자연형 어도가 보인다. 자연형 어도는 3월 설계변경을 통해서 복합형 어도로 다시 시공 중에 있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대형보에 꼭 함께 건설되어 있는 자연형 어도! 자연적인 물길로 어류의 이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며 4대강 사업 16개보에 공히 설치한 시설물이다. 자연형 어도 설치를 통해서 어류이동을 자유롭게 하여 생태계 영향 최소화를 장담해왔다. 4대강 사업이 생태계를 파괴하는 사업이라고 주장하는 환경단체에 대응하는 첫 번째 논리가 자연형 어도 건설사업이었다.

어류에게 산란을 위한 회귀는 일생에 가장 중요한 거사이다. 연어가 죽음을 각오하고 산란을 하러 강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만 보더라도 회귀의 중요성은 두 번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연어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회귀성 어종에게도 종족번식을 위한 회귀는 일생일대의 가장 중요한 과업이다.

이런 과업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시설이 보와 댐이다. 과거 농사를 위해 작게 만들어온 보는 높이가 낮아 물고기의 회귀를 단절하지 않았다. 하천의 여울을 올라갈 수 있는 힘이 있는 물고기에게 과거의 보는 그리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설치되는 하천의 보와 낙차공, 그리고 대형 댐들은 물고기에게 너무나 큰 장애물이다. 4대강에 설치된 16개의 대형보 역시 물고기 회귀에는 너무나 높은 장애물이 될 수밖에 없다. 작게는 4m에서 높게는 10m나 되는 4대강의 대형 구조물은 물고기에게는 과업을 가로막는 성벽과 같다.

이런 구조물을 거슬러 오르지 못하는 어류들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해 만든 것이 어도이다. 금강의 3개 보에는 자연형 어도가 모두 설치되어 있다. 금강보에는 인공어도까지 총 4개의 어도가 설치되었다. 하지만 실제 어도가 기능을 하고 있는지는 의심스럽다.


물고기가 자연형 어도를 찾아갈 것이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3일 금강 현장답사를 진행했다. 금강보의 인공어도는 만수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물이 거의 흐르지 않고 있었다. 물이 흐르지 않는 어도에 물고기가 거슬러 올라 갈수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이다.

거기에 금강보의 자연형 어도는 지난 3월 붕괴로 재설계와 시공절차를 진행하고 있었다. 6월 준공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완공을 못한 채 아직도 공사 중에 있다. 3월에 급하게 설계한 자연형 어도가 제 기능을 할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백제보에서는 보를 통해 이동하려는 물고기들이 보를 거슬러 오르기 위해 힘찬 점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등바등 노력했지만 높은 보를 거슬러 올라가지는 못했다. 큰 누치에서 작은 피라미까지 회귀에 실패하고 다시 미끄러져 내려가는 물고기들을 보는 마음은 아프기만 했다. 한 관광객도 보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아픈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회귀하려는 물고기 백제보의 고정보에서 물고기가 회귀하려고 튀어오르고 있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올라가지 못하고 다시 미끄러져 내려가는 물고기 유속과 높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다시 떠내려가는 물고기의 모습! 많은 물고기들이 튀어오르려고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오르지 못하고 내려가는 물고기 팔뚝만 한 물고기가 오르지 못한 채 다시 미끄러져 내려가고 있었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이런 물고기의 상황을 가장 빨리 파악한 사람은 강태공들이었다. 4명 정도의 강태공들은 회귀를 하기 위해 모여든 물고기들을 잡기 위해 낚시를 하고 있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바로 뒤편에 어도가 설치되어 물이 흐르고 있었지만, 낚시꾼들은 어도가 아닌 보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다. 어도에 물고기가 많았다면 낚시꾼들이 보에서 낚시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보에서 아등바등거리는 물고기들은 강태공들에게 더없이 좋은 낚시감으로 보였을 것이다.


자연형 어도의 역할, '강태공'들만 봐도 안다

튀어오는 물고기들이 많은 곳에서 낚시 중인 사람 백제보에서 낚시 중인 사람의 모습이다. 뒤편에 어도가 있지만, 백제보 본류에서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제재하는 관계자는 보이지 않았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백제보에서 낚시 중인 사람들 뒤편 어도가 아닌 금강 본류에서 낚시 중이다. 어도를 이용하는 어류가 많다면 어도에서 낚시를 하지 않을까? ⓒ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커다란 백제보에 가로막혀 사선에 선 물고기들의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관찰하는 시민들도 신기하게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다음에 낚시하러 와야겠다는 생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는 듯했다.

백제보에서 물고기가 회귀하려는 모습을 보고 있는 관광객들 백제보 고정보에서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려는 물고기들을 보고 신기해하고 있다. 한 광광객은 물고기들이 물길을 거슬러 오르지 못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보에서 바둥대는 물고기와 어도가 아닌 보에서 낚시하는 강태공들을 보면서 어도의 존재의미 자체를 생각하게 되었다. 지능 높은(?) 물고기가 자연형 어도를 찾아갈 것이라는 것이 애초부터 무리한 생각이었을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금강 3개보 모두 만수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수기에 만수위로 유지하는 것은 홍수위험을 가중시킨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만수위로 유지하지 않고 수문을 개방했다면, 물고기의 회귀가 훨씬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수문만 개방하더라도 물고기는 자유롭게 상류로 이동할 수 있다.

번식기와 홍수기에 수문을 개방하는 것은 생태계의 유지와 홍수관리를 위해 꼭 지켜야 할 운영 규칙이 되어야 한다. 어류의 이동이 없으면 물속 생태계의 균형이 붕괴되기 때문이다. 법정우기에 들어간 보의 만수위 유지에 대한 이야기는 차치하더라도 어도의 효용성은 꼭 한번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실제 어도의 기능에 대한 점검이 필요해 보였다. 만수위 때 물고기가 어도를 이용해서 상류로 이동하는 어류는 없을 것 같다. 금강에 만들어진 대형보는 물고기에게 '명박산성'이 되어버린 듯했다. 강에 만들어진 커다란 성이 무너져 어류가 자유롭게 이동하는 날을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일까.


출처 : '명박산성'에 막혀 갈팡질팡하는 물고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