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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안 먹으면 된다고? 더 이상 GMO 안전지대는 없다

안 먹으면 된다고? 더 이상 GMO 안전지대는 없다
책 ‘슬픈 옥수수’… 옥수수로 이뤄진 세상을 향한 매서운 경고
[민중의소리] 권종술 기자 | 발행 : 2018-02-14 00:00:52 | 수정 : 2018-02-14 00:00:52


▲ 책 ‘슬픈 옥수수’ ⓒ풀빛

옥수수는 GMO를 대표하는 가장 흔한 작물이다. 우리 땅에서 나는 옥수수만을 먹고 GMO가 의심스러운 옥수수를 먹지 않으면 우리는 GMO로부터 멀어질 수 있을까? 하지만 이것은 불가능하다. 왜 그런 것일까? 옥수수를 통해 GMO의 위험성을 분석한 케이틀린 셰털리의 ‘슬픈 옥수수’엔 그 이유가 잘 나와 있다.

저자는 가족의 밥상에서 옥수수를 빼는 일부터 결코 쉽지 않았음을 토로한다.

옥수수가 들어 있지 않은 식품을 찾기란 그야말로 사막에서 바늘 찾기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거의 모든 식품에 옥수수가 포함되어” 있었다. 비단 식품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었다. 이 책은 “베이킹파우더, 치즈, 비타민, 약품, 티백, 주스, 주방 세제, 보존제, 종이컵 코팅제, 과일 가게에 진열된 왁스 코팅제”에 이르기까지 옥수수의 존재 범위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광대하다는 점을 알려 준다.

저자의 조사에 따르면, 전분, 구연산, 잔탄검, 천연향, 비타민 C, 치약, 소금(!), 소아용 이부프로펜을 비롯한 상당수 의약품, 유기농 이유식, 각종 식품과 상품의 포장재, 플라스틱, 화학물질, 동물 사료, 생물 연료의 원료에도 옥수수가 사용된다.

문제는 이 모든 옥수수가 대부분 GMO라는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우리 삶 구석구석에까지 이미 GMO가 깊이 침투해 있다는 사실은, 그것에 대해 무심하고 안일했던 현대인에 보내는 저자의 섬뜩한 경고다.

그렇다면 누군가에게 GMO 옥수수는, GMO란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이 책은 그 정답을 쉽사리 제시하는 대신 저자 자신의 끈질긴 탐구와 조사를 통해 일체의 과정을 촘촘히 기록한다. 이를 바탕으로 GMO의 실체를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GMO란 과연 무엇일까? GMO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종으로부터 유전자를 가져오는 일에서 출발한다. 자연에서 만들어지는 GMO란 결코 존재할 수 없다. GMO는 인간의 필요와 목적에 의해, 오로지 “실험실” 안에서만 탄생한다.

옥수수의 경우엔 ‘바실루스 투린지엔시스’, 또는 ‘Bt’라고 불리는 박테리아의 유전자가 삽입된다. 저자의 조사에 의하면, Bt는 매우 흥미로운 박테리아다. Bt는 ‘살충 단백질’이라 불리는 결정 단백질을 생산하는데, 그것이 바로 나방, 벌, 개미, 파리 등의 해충에 살충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이 사실이 밝혀진 후, 미국 전역의 여러 회사에서는 농약에 내성을 갖기 시작한 곤충을 제거할 목적으로 Bt를 제조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1995년, Bt의 DNA를 갖도록 조작된 최초의 유전자 조작 옥수수가 몬산토 사에 의해 미국 환경보호청에 등록되었다.

저자는 이 문제에 깊이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GMO가 인간과 동식물에게, 그리고 지구 환경 전체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드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폭로한다. 이제는 전 세계 어느 식탁에서든 일상적으로 GMO를 접하지만 그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는커녕 심지어 전문가조차 드물다는 사실은 매우 우려할 만하다.

일련의 전문가 그룹이 Bt에 노출되어 알레르기 반응으로 고생하는 멕시코의 농부들을 최초로 연구해 그 해악을 증명한 지 벌써 2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아직도 그 내용은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저자가 느끼는 막중한 책임 의식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GMO뿐만 아니라 농약이나 제초제 등 화학물질의 위험성에 대해 밝히고, 그것을 생산하는 거대 생명공학 기업의 실상에까지 눈을 돌린다.

GMO를 둘러싼 논쟁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회사는 바로 ‘몬산토’다. 몬산토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화학 생명공학 기업으로,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오늘날 세계 각지에 그 손길을 뻗지 않은 곳을 찾기란 매우 힘들다.

다우 케미컬과 공동으로 고엽제인 에이전트 오렌지를 개발했고, 인공 감미료인 사카린과 제초제 ‘라운드업’의 제조사이며, 한번 심으면 다시는 새 종자를 거둘 수 없는 악명 높은 불임 씨앗, 이른바 ‘터미네이터’의 특허를 가지고 있다.

최초의 GMO 상품들 중 여러 가지를 개발했다. 주목할 점은, 몬산토를 비롯한 거대 생명공학 기업이 생산하는 대부분의 GMO는 외부 독립기관의 검증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허술한 법제도 덕분이다.

이 책은, 오늘날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많은 거대 기업이 어떤 식으로 GMO와 연관되어 있는지, 어떻게 GMO를 만들어 내며, 그것이 어떤 과정을 통해 우리 삶에 침투하는지를 여과 없이 보여 준다. 동시에 우리가 그토록 믿어 의심치 않는 국가가(미국이든 유럽이든 혹은 그 외의 나라든) 사실은 우리의 건강을 전혀 책임져 주지 못한다는 사실 또한 정직히 밝힌다.

이렇게 거대기업에 의해 우리 식탁이 위협받으면서 안전지대는 사라졌다.

우리가 먹는 꿀 속에 GMO 성분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저자 역시 같은 이야기를 한다. 부끄럽지만 자신은 전혀 몰랐노라고, 아니, 꿀에 대해, 벌에 대해 그간 별 관심조차 없었노라고.

이 책에는 GMO에 관해 그간 어디서도 접하지 못했던 한 가지 중요한 정보가 담겨 있다. 바로 꿀에 관한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나를 새로운 세계로 안내했다. 벌꿀을 사면서 꽃가루는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 나는 벌꿀 속에 꽃가루가 들어 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몰랐다. … 벌들이 어디서 꿀을 땄는지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저자는 꿀이 어째서 GMO의 침략을 받게 되었는지 좀 더 자세히 알기 위해 직접 유럽의 현장을 찾는다. 꿀은 어쩌면 지구상에서 가장 “순수한” 물질이어야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GMO 농작물 재배가 늘어나면서 벌이 모아 오는 꽃가루 역시 그에 노출되기 시작했다.

벌이 어디로부터 꿀을 모아 오는지 다 알 수는 없기에 자신의 꿀이 GMO에 오염되지 않기를 원하는 양봉업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이미 유럽에서는 그 움직임이 활발하다.

양봉업자들이 원하는 것은 GMO 표시법이다. 모든 꿀 상품에 GMO의 함유 유무를 의무적으로 밝히는 법안을 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마어마한 자금력을 지닌 거대 기업들에 맞서 승리를 거두기란 쉽지 않다. 그들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있다.

GMO 표시 법안은 양봉업자들만의 바람은 아니다. 각 분야에서 GMO와 싸우는 많은 이들이 GMO 표시 법안 발의를 위해 다각도로 애쓰고 있다.

GMO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도 차단한 채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볼모로 취급하는 한국 사회와 기업에도 충분히 각성의 여지를 남기는 대목이다.


출처  [새책] 안 먹으면 된다고? 더 이상 GMO 안전지대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