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4년마다 반복되는 ‘파벌’ 논란…빙상팬은 지친다

4년마다 반복되는 ‘파벌’ 논란…빙상팬은 지친다
여자 팀추월 사태 일파만파
진실공방에도 연맹은 파벌 다툼
해명도 배려 대신 책임 전가 일색
때마다 되풀이…선수들만 상처

[한겨레] 허승 기자 | 등록 : 2018-02-21 18:17 | 수정 : 2018-02-21 20:44


▲ 19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8강전에서 한국의 박지우, 김보름이 레이스를 이끌고 노선영이 그 뒤를 쫓고 있다. 연합뉴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 경기의 여파가 빙상계 ‘파벌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19일 밤 열린 네덜란드와의 준준결승에서 노선영(29)을 두고 김보름(25)과 박지우(20)가 먼저 들어오고, 경기 이후에도 노선영 혼자 경기장에 남아 눈물 흘리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히면서 누리꾼 사이에 ‘왕따 의혹’이 불거졌다.

팬들의 비난 세례가 쏟아지자 백철기 대표팀 총감독이 이튿날 해명 기자회견을 자청했으나, 사태는 봉합되지 않고 ‘진실 공방’으로 확산되고 있다. 백 감독은 “노선영이 마지막 2바퀴를 남기고 맨 뒤로 빠져 버텨보겠다고 자청해 응낙했다”고 설명했으나 노선영은 기자회견 뒤 SBS와의 인터뷰에서 “직접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빙상계에서는 고질적인 파벌 문제가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4년마다 반복적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반응이다.

4년 전에도 러시아로 귀화한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을 둘러싸고 전명규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이 파벌 논란에 빙상계를 떠나기도 했었다. 전명규 부회장은 평창올림픽 개막을 1년여 앞두고 복귀했다. 한쪽에서는 전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 집행부가 문제라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연맹을 흔들려고 하는 배후세력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 2018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 추월 경기에서 팀워크 논란이 제기받은 한국 김보름 선수와 백철기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감독이 20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서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도자들과 경기단체가 시대 변화에 뒤처진 채 여전히 성적 지상주의에 빠져 있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것은 패배가 아니라 패배를 대하는 선수와 코치진의 자세였다. 김보름과 박지우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패배의 책임을 뒤처진 노선영에게 전가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 화근이었다.

일상적 생존경쟁과 성과주의에 지친 팬들은 올림픽에서만큼은 설사 경기에 지더라도 서로 화합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원했다. 이튿날 백 감독의 기자회견도 왜 그런 무리한 작전을 짜게 됐는지 설명하는 등 결과에 대한 해명이었고, 남은 경기에서 메달을 딸 수 있도록 응원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팬들은 “그런 메달은 필요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결국 상처받은 것은 젊은 선수들이다. 국가대표 출신인 문준 MBC 해설위원은 “선수 입장에서는 메달이 유력한 종목에 더 집중하고 싶은 건 불가피하다. 그 과정에서 선수들끼리 서로 서운하고 감정이 쌓일 수도 있다”며 “다만 이런 부분이 잘 조율됐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고, 선수 개인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 같아 선배로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출처  4년마다 반복되는 ‘파벌’ 논란…빙상팬은 지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