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예산정보 우연히 접속? 9월초 심재철 의원실에 무슨 일이…

예산정보 우연히 접속? 9월초 심재철 의원실에 무슨 일이…
재정정보시스템 첫 접속부터 47만건 다운로드까지
검찰 ‘미인가 정보 접속경위 재구성’에 수사력 집중

[한겨레] 김양진 기자 | 등록 : 2018-09-30 17:58 | 수정 : 2018-09-30 19:49


▲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2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의원실 보좌진 고발과 압수수색 등 야당탄압과 국정감사 무력화 시도 중단과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강창광 기자

검찰이 정부의 비공개·미인가 예산정보를 연일 폭로하는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 이진수)는 우선 심 의원 쪽이 국가재정정보시스템에 접속한 경로, 이를 알아낸 경위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재정정보시스템에 처음 접속한 9월 3일부터 자료 47만 건을 내려받은 9월 12일까지 열흘간 국회의원회관 714호 심재철 의원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재구성하는 것이 수사의 관건인 셈이다.

30일 <한겨레> 취재결과, 심 의원 쪽이 예산정보에 처음 접속한 시점은 9월 3일이다. 황 아무개 비서관이 2012년 발급받은 아이디(ID)를 사용한 사실이 재정정보시스템 접속기록에 남아있다. 의원실에선 다음날까지 이틀에 걸쳐 황 비서관의 아이디를 통해 서로 다른 아이피(IP)를 사용하는 3대의 컴퓨터가 돌아가며 재정정보시스템에 접속해 자료를 ‘검색’했다. 이후 심 의원실은 4일에 김 아무개 보좌관, 5일에 정 아무개 보좌관의 재정정보시스템 아이디를 각각 새로 발급받았다. 그리고 이때부터 미인가 예산정보 다운로드가 시작됐다.

심 의원실은 6일에 “재정정보시스템 교육을 해달라”며 이 시스템을 관리하는 한국재정정보원 관계자를 호출했다. 애초 1시간 정도 교육을 하려고 했지만 심 의원실은 자료를 내려받는 방법만 집중적으로 물어본 뒤 10분 만에 관계자를 돌려보냈다고 한다. 이후 심 의원실은 12일까지 190여 차례 내려받기를 통해 47만여 건의 미인가 정부예산 자료를 확보했다. 이런 내려받기는 심 의원 쪽의 접속기록을 확인한 재정정보원의 확인 전화(12일)가 걸려온 뒤에야 멈췄다. 의원실에선 보통 국정감사 자료를 정부에 요청할 때 이전 정부 등과 비교하기 위해 ‘최근 5년’ 등 기간을 둔다. 반면 심 의원실이 내려받은 자료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부터 올해 9월까지였다. 심 의원실 보좌진 3명은 중복되는 내용 없이 서로 다른 정부기관의 자료를 각각 내려받았다고 한다.

이와 관련 심 의원 쪽은 “재정정보시스템에 백스페이스키를 누르다가 우연히 접속하게 됐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이 내려받은 미인가 예산정보에 접근하려면 크게 9단계를 거쳐야 한다. ①재정정보시스템 ‘예산배정결과’ 메뉴 이동 ②검색결과가 안 나오는 ‘잘못된’ 키워드와 검색시기 입력 ③이 상태에서 백스페이스키 2차례 누름 ④‘뉴루트’라는 관리자 화면이 뜬 뒤 특정 메뉴를 5단계 통과해야 접근할 수 있는 자료라고 한다. 12년간 재정정보시스템 운용되면서 이런 방식으로 뚫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③단계까지 ‘우연히’ 갔다는 것 자체가 ‘확률적’으로 가능성이 작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확률로 따지면 무한대에 가깝다”고 했다. 특히 관리자 화면 접속 이후에는 ‘통계청용’, ‘감사담당관용’ 식으로 미인가 예산정보임을 명백히 확인할 수 있는 문구를 클릭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홍길동 집에는 ‘홍길동’ 문패를 달면 된다. ‘심재철 의원실 접근 금지’라는 문패를 안 달았다고 대문을 열고 들어갔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검찰은 접속 방법 외에 심 의원이 내려받은 자료의 ‘중대성’에 대한 법리검토도 하고 있다. 자료 중에는 청와대 건물의 정보통신 설비 관련 설치·유지·보수업체 자료, 청와대 식자재 납품업체 명단 등 ‘안보’ 차원의 자료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 내부에선 해당 업체들의 변경·교체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검찰은 심 의원실 압수물 분석작업을 마친 뒤 정부로부터 고발된 심 의원 보좌관 3명을 불러 자료 확보 경위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내부에선 ‘해킹’에 준해 처벌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반면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정부가 밝히길 꺼리는 자료를 국민 알 권리 차원에서 공개했다면 죄를 묻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출처  예산정보 우연히 접속? 9월초 심재철 의원실에 무슨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