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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뛰며 동료 법관 ‘조울증 환자’로 둔갑시킨 김연학 판사

발로 뛰며 동료 법관 ‘조울증 환자’로 둔갑시킨 김연학 판사
양승태 전 대법원장 공소장에서 드러나
우병우 재판땐 ‘직권남용’ 범위, 극히 좁게 해석하기도

[한겨레] 임재우 기자 | 등록 : 2019-02-14 14:50 | 수정 : 2019-02-14 22:04


▲ 양승태(전 대법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빠져나오고 있다. 백소아 기자

원세훈(전 국정원장)의 선거개입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판결을 두고 ‘지록위마’라고 하는 등 법원에 꾸준히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김아무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양승태 대법원의 ‘눈엣가시’였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작성된 ‘물의야기 법관 문건’에 매년 이름을 올릴 정도였다. 양승태 대법원은 2016년에는 ‘물의야기 법관’이 될 별다른 이유가 없자 당사자 몰래 정신감정까지 해 ‘조울증 환자’라는 사유를 만들어 내기까지 했다.

<한겨레>가 입수한 양승태 등에 대한 공소장에는 양승태 대법원의 가장 노골적인 ‘직권남용’ 사례로 꼽히는 ‘물의야기 판사 조울증 환자 만들기’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눈에 띄는 것은 이 과정을 주도한 핵심 실무자다. 공소장을 보면, ‘김아무개 판사에게 정신적 문제가 있다’는 소견을 받아낸 실무자는 현재 서울중앙지법 재판관김연학 부장판사다.

2016년·2017년 인사총괄심의관이었던 김연학 부장판사는 김아무개 판사를 ‘조울증 환자’로 만들기 위해 말 그대로 ‘발로 뛰었다.’ 2015년 4월 김아무개 판사는 인천지방법원 판사 전체에게 가족의 투병 등으로 법관 워크숍에 참여하지 못한 경위와 함께, 그 내용을 잘 알지 못하는 일부 판사들이 자신을 멀리하고 있는 것에 대한 서운함을 적은 이메일을 보낸 바 있다. 김연학 판사는 이 이메일 내용을 평소 알고 있던 강아무개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게 전달하면서 ‘김아무개 판사가 동료 판사 재판을 공개적으로 비난해 최근 징계를 받은 적 있고 과거 불안 장애로 치료를 받은 병력이 있다’며 정신감정을 요청했다. 김 판사가 조울증 치료제인 ‘리튬’을 복용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판사는 정신과 진료를 받거나 ‘리튬’을 복용한 적이 없었다. 김연학 판사가 거짓말을 해가며 ‘정신과적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전문가의 소견을 받아낸 것이다. 이런 내용은 당시 김아무개 판사의 상급자였던 김동오 인천지방법원장에게까지 전달됐고, 김동오 법원장은 김 판사에 대한 평정표에 ‘정서적인 불안정성이 여전히 잠복되어 있는 상태’라며 ‘하(下)’ 등급을 부여했다. 이는 법원조직법상 법관 연임 제한 사유인 ‘신체상 또는 정신상의 장애로 판사로서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의 근거가 될 수도 있는 사유였다.

사법농단 연루자인 김연학 부장판사는 최근 ‘직권남용’에 대한 판결로 주목을 받았다. 김연학 부장판사는 작년 12월 우병우(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민간인 사찰’ 1심 판결에서 “지시에 따른 하급 공무원의 직무수행 행위가 위법이라는 이유만으로 상급 공무원의 지시가 모두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며 직권남용죄는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당시 법조계에서는 ‘사법농단 재판을 앞두고 사전에 직권남용을 극히 좁게 해석하는 포석을 둔 게 아니냐’는 평이 나왔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사법농단 연루 판사들을 징계하면서 김연학 부장판사에 대해 품위손상의 정도가 약하다는 이유로 ‘불문’ 처분을 내렸다.


출처  발로 뛰며 동료 법관 ‘조울증 환자’로 둔갑시킨 김연학 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