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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빨갱이=친일잔재” 기념사에 제 발 저린 나경원

문 대통령 “빨갱이=친일잔재” 기념사에 제 발 저린 나경원
“주어 없어도, 주인공 알아들어” 전우용의 일침
[고발뉴스닷컴] 하성태 기자 | 승인 : 2019.03.02 13:03:23 | 수정 : 2019.03.02 16:36:52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00주년 3.1절 기념식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만세 삼창을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빨갱이’로 규정되어 희생되었고 가족과 유족들은 사회적 낙인 속에서 불행한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 경쟁 세력을 비방하고 공격하는 도구로 빨갱이란 말이 사용되고 있고, 변형된 ‘색깔론’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루빨리 청산해야 할 대표적인 친일잔재입니다.

우리 마음에 그어진 ‘38선’은 우리 안을 갈라놓은 이념의 적대를 지울 때 함께 사라질 것입니다. 서로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버릴 때 우리 내면의 광복은 완성될 것입니다. 새로운 100년은 그때에서야 비로소 진정으로 시작될 것입니다."


3.1운동 100주년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은 어제(1일), 문재인 대통령은 3.1일절 기념사에서 이렇게 ‘빨갱이’라는 단어를 수차례 사용하며 이는 일제가 독립운동을 탄압하고 민족을 분열시키려는 의도로 만든 말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일제는 독립군을 ‘비적’으로, 독립운동가를 ‘사상범’으로 몰아 탄압했다. 여기서 ‘빨갱이’라는 말도 생겨났다”며 “사상범과 빨갱이는 진짜 공산주의자에게만 적용되지 않았다. 민족주의자에서 아나키스트까지 모든 독립 운동가를 낙인찍는 말이었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제의 잔재를 통해 지금껏 남아 있는 우리 안의 이념 갈등을 종식시키고 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에 반발하고 나선 이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나경원 토착왜구당 원내대표가 대표적이다.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단한 역색깔론이다”라고 반박했다. 이러한 반박에 역사학자인 전우용 교수는 “주어가 없어도, 주인공은 알아듣습니다”라고 일침을 놨다. 나 원내대표의 반박을 더 들어 보자.


“주어가 없어도, 주인공은 알아듣습니다”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질서를 부정하는 세력이 버젓이 활동하고 있음은 물론 이 정부가 포퓰리즘적 좌파독재성향이 농후해지고 있음에 국민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색깔론을 친일과 등치시키는 것은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세력에 입도 벙긋하지 못하게 족쇄를 채우겠다는 것이다.

대단한 역색깔론이다. 하긴 사회의 기본질서를 파괴하던 세력을 모두 사면하고, 백두칭송위원회가 광화문 한복판에서 버젓이 활동해도 아무문제가 없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문정부이니 당연한 수순인가보다.”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다. <제국의 위안부>의 저자인 박유하 세종대 교수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 “빨갱이(일본어는 아카)라는 말은 조선인이 아니라 자국인인 일본인을 탄압하며 생긴 말”이라며 “일본은 1910년 천왕암살 음모를 꾀했다며 일본의 사회주의자와 아나키스트들을 탄압했다. 사회주의·공산주의자들이 아카(빨갱이)라고 불리기 시작한 것은 그런 과정에서의 일”이라는 의견을 개진했다.

‘조선인 빨갱이’ 탄압 이전에 공산주의자 탄압이 먼저였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이 역사적 사실에 있어 선후 관계나 일제가 사용한 연원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반박도 즉시 제기됐다. 역사적 해석에 있어 갑론을박이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나 원내대표의 ‘색깔론 = 친일파 등치’라는 해석은 마치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더군다나 누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세력”에 족쇄를 채우나. 오히려 그 반대로, 대한민국은 그 매국노가 자자손손 권세를 누린 사회 아니었나. 그런데도, ‘포퓰리즘적 좌파독재성향’ 운운이라니. 헌데, 이렇게 제 발이 저린 도둑과 같은 이들은 또 있었다.

▲ 나경원 토착왜구당 원내대표. <사진제공=뉴시스>


도둑이 제 발 저린 보수 야당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이 순국선열을 기리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도 ‘색깔’을 언급하며 국민을 편 가르기 하고 싶은가? 대통령이 언급한 단어는 ‘친일잔재’로 시작되었겠지만 북한의 6.25 기습 남침을 통해 수백만 국민의 생명과 삶의 터전을 앗아간 ‘분단과 전쟁의 상처’를 담고 있다. 3.1절 기념식에서 대통령이 사용하기에는 부적절한 역사 왜곡 여지가 있는 표현이다.”

장능인 토착왜구당 대변인은 이날 ‘순국선열 앞에서 新 매카시즘 꺼내드는 문 대통령 기념사가 아쉽다’는 논평을 통해 “3.1절 100주년을 기념한 오늘부터라도 당장 정치적 경쟁 세력을 비방하기 파괴하기 위한 ‘新 적폐몰이’와 국민 편 가르는 정치를 당장 그만두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대통령의 기념사에 나온 ‘빨갱이’ 어원 풀이는 이미 철 지난 ‘빨갱이’라는 말을 되살려내 거꾸로 ‘색깔론’을 부추기는 형국”이라며 “3.1정신을 계승해 국민을 통합해야 할 대통령이 오히려 국민을 갈라놓는 불필요한 역사 논쟁을 촉발했다. 김일성이 일으킨 6.25 전쟁이라는 사실을 빼고, 좌우 갈등의 반쪽만을 말하는 게 과연 온전한가”고 주장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은 이와 관련해 별다른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과연 문 대통령의 기념사 중 변형된 색깔론을 청산해야 할 친일잔재라 지적한 것이 ‘신 적폐몰이’인지, 색깔론을 부추기는 불필요한 역사 논쟁인지도 그러하거니와 3.1절 100주년 자리에 ‘순국선열’만 기려야 한다는 시각 역시 고루하기 짝이 없다.

마치 6.25 피해자들이나 현대사 속 국가 폭력 희생자들 중 ‘양민’만을 골라내려는 과거 권위주의 군사정부의 시각을 닮아 있다 랄까. 다시 한 번 묻자. 저 문 대통령의 기념사 중 일부가 정말 ‘역색깔론’으로 보이는가. 그렇다면, 이 참에 우리 근현대사를 다시 공부해도 좋을 일이다.


출처  문 대통령 “빨갱이=친일잔재” 기념사에 제 발 저린 나경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