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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30여년 위장계열사 숨겨…시효 3일 남기고 기소

이건희 회장 30여년 위장계열사 숨겨…시효 3일 남기고 기소
1976년 설립 후 삼성 건축물 설계 독점
삼우건축 등 ‘위장계열사’로 확인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1억원에 약식 기소
검찰 “이건희 조사 안 해도 증거 충분”

[한겨레] 김양진 기자 | 등록 : 2019-03-18 17:24 | 수정 : 2019-03-18 22:26



1976년 설립돼 30년 넘게 삼성그룹 계열사 건축물의 설계를 도맡아 논란이 됐던 ㈜삼우종합건축사무소(㈜삼우)가 삼성의 위장계열사인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2014년 설계 부문이 삼성물산으로 흡수되면서 그간 삼성이 ㈜삼우의 존재를 고의로 숨겼는지가 아예 묻힐 뻔했지만, 공소시효(5년) 완성을 사흘 앞둔 18일 검찰은 신고 의무자인 이건희 삼성 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구상엽)는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사 관련 허위 자료를 제출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이건희 삼성 회장을 법정최고형인 벌금 1억원에 약식기소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삼우과 ㈜서영엔지니어링(㈜서영)은 조직을 변경하거나 임직원 인사, 또 주요 사업의 의사결정을 할 때 삼성의 영향력을 받아온 삼성 계열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수십년간 신고 의무가 있는 이건희는 ㈜삼우와 ㈜서영을 삼성 소속 회사 명단에서 뺀 채 허위자료를 공정위에 제출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이건희 쪽과 ㈜삼우 등은 공정위 단계에서 혐의를 부인했으나 검찰 수사 과정에서 혐의를 인정했다”며 “이건희가 입원 중이라 조사가 불가능했지만 확보된 물증 및 진술 등 증거가 충분해 기소하게 됐다”고 말했다. 2014년 3월 21일 신고누락 관련 혐의로 공시시효가 불과 3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공정거래법(제68조 4항)상 기업집단의 동일인(그룹 총수)은 ‘사실상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회사’를 소속회사로 기재해 공정위에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삼우는 설립 이후 삼성그룹 주요 건축물의 설계를 독점하다시피 해 매출의 절반 가까이 ‘삼성 일감’으로 올렸다. 2007년 삼성 서초사옥의 설계 역시 ㈜삼우가 맡았다.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 본관,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도곡동 타워팰리스, 중국 서안·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삼성전자 반도체단지 등도 모두 ㈜삼우 작품이다. 그 덕에 연 매출 2천억원이 넘는 국내 최대 건축사무소로 성장해 ‘삼성의 위장계열사 아니냐’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삼우가 삼성의 위장계열사이고, 이들에게 1천억원이 넘는 공사를 삼성이 몰아줬다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1조)이 규정한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 방지와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 원칙’을 위반한 행위를 저지른 셈이 된다.

그러던 중 2014년 삼성물산은 설계 부문을 떼 인수하면서 ㈜삼우는 삼성 계열사가 됐다. 이 과정에서도 헐값 인수 논란이 일었다.

앞서 2016년 8월 <한겨레21>은 ‘삼성, 30년 위장계열사 정황 드러나’ 등의 기사를 통해 “㈜삼우는 삼성의 위장계열사”라는 내용의 전·현직 ㈜삼우 임원들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출처  이건희 회장 30여년 위장계열사 숨겨…시효 3일 남기고 기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