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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 통화 유출…누설자·수집자 모두 처벌 가능

한-미 정상 통화 유출…누설자·수집자 모두 처벌 가능
처벌조항·대법원 판례 등 뜯어보니
[한겨레] 김남일 기자 | 등록 : 2019-05-23 14:18 | 수정 : 2019-05-23 18:07


▲ 지난 9일 강효상 토착왜구당 의원이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한-미 정상 간 통화내용 일부를 공개하자,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무책임할 뿐 아니라 외교관례에도 어긋나는 근거없는 주장에 대해서 강 의원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상 간의 통화 또는 면담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3급 비밀로 분류된 한-미 정상 간 통화내용을 주미 한국대사관 소속 외교관이 대구대건고등학교 선배인 강효상 토착왜구당 의원에게 유출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외교부가 관련자에 대한 검찰 고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간 정부부처 안에서 ‘조용히’ 처리되던 외교기밀 누설 행위에 대한 사실상 첫 형사처벌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23일 관련 법 조항과 판례 등을 보면, 해당 외교관에게는 최대 5년까지 징역형(벌금형은 최대 1천만원)이 가능한 형법의 외교상 기밀누설죄(113조)가 적용될 전망이다. 여기서 말하는 ‘외교상 기밀’은 외국과의 관계에서 한국이 비밀로 유지해야 할 기밀을 뜻한다.

대법원 판례는 1995년 12월에 나온 것이 유일하다. 1986년 <말>지가 문공부 홍보정책실이 <한국일보>에 전달한 보도지침 내용을 보도했는데, 검찰은 이 가운데 외교 관련 내용을 보도한 것이 ‘외교기밀 누설’에 해당한다며 기소한 사건이었다. 1심은 유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에선 “이미 외신에 보도된 내용”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했다. 그러면서 외교상 기밀에 대해 “‘외교정책상 외국에 대하여 비밀로 하거나 확인되지 않는 것이 대한민국 외교상 이익이 되는 모든 정보자료”라는 판례를 내놓았다.

한-미 정상 간 통화는 동북아 외교안보 이슈와 관련한 주요 내용들이 담긴 경우가 많다. 북한,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에서 예의주시한다. 북한 관련 문제 등 군사기밀 등이 포함될 수 있어 특히 민감하게 받아들여진다.

형법해설서 등은 ‘외교기밀 누설’과 관련해 “외국이 불확실하게 알고 있는 사항을 상세하게 고지하여 이를 보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누설에 해당한다”고 설명한다. ‘고지’의 방법에는 제한이 없다고 했다. 적국에 대한 누설은 외교기밀누설죄가 아닌 ‘간첩죄’가 된다는 것이 통설이다. 이 때문에 과거 외교당국 등에선 ‘누설을 하더라도 적성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처벌된 적이 없다’며 국회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기도 했다.

외교기밀누설죄는 ‘누설할 목적’으로 이를 탐지·수집한 사람도 같은 형량으로 처벌하도록 돼 있다. 강효상은 지난 9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한-미 정상 통화내용을 공개했는데, 이날 새벽 대구대건고등학교 후배인 주미 한국대사관 소속 외교관과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출처  한-미 정상 통화 유출…누설자·수집자 모두 처벌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