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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반도체, 6개 반도체 회사 중 혈액암 가장 높다

삼성반도체, 6개 반도체 회사 중 혈액암 가장 높다
산업안전공단의 역학조사 결과
[경향신문] 이하늬 기자 | 입력 : 2019.06.15 13:52 | 수정 : 2019.06.15 13:54


▲ 반올림 회원들이 지난 2014년 고 황유미 사망 7주기를 맞아 전자산업 피해 노동자들의 사진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반도체 제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일반 국민이나 다른 노동자에 비해 백혈병과 비호지킨림프종 등 혈액암 발생 및 사망 위험이 모두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한 여성노동자가 더 높은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보건공단은 지난 5월 반도체 제조공정 노동자의 암 발생과 사망 위험비를 17년간(사망은 18년) 추적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대상은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등록된 6개 사업장(삼성전자·SK하이닉스·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페어차일드코리아반도체·KEC·DB하이텍)의 전·현직 노동자 약 20만명이다.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도체 제조업에 근무(생산직+사무직)하는 여성노동자가 백혈병에 걸릴 위험은 일반 국민에 비해 1.19배, 사망 위험은 1.71배 높았다. 특히 A사 반도체 여성의 백혈병 발생 위험비는 일반 국민에 비해 1.55배, 사망 위험비는 1.84배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A사 반도체 여성은 백혈병뿐 아니라 비호지킨림프종의 발생도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반도체 여성노동자가 비호지킨림프종에 걸릴 위험비는 일반 국민 대비 1.71배인 반면, A사 반도체 여성은 1.85배다. 비호지킨림프종은 전신에 분포해 있는 림프절에 발생하는 종양이다. 림프절은 우리 몸에서 면역을 담당한다.


산업안전공단의 역학조사 결과

분포도에서도 A사 반도체 여성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났다. 분포 구간의 시작이 1.0 이상이면 통계적으로 유의하다고 평가하는데, A사 반도체 여성이 혈액암에 걸릴 확률 분포구간의 시작은 모두 1.0이 넘는다. 보고서는 “A사 외에는 백혈병의 발생과 사망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차이나는 사업장은 없었다”고 분석했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A사는 삼성전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보건공단은 공정별 업무내역을 보기 위해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안전보건공단에서 실시한 개별 역학조사 43건을 검토했는데, 그 중 36건이 A사라고 밝히고 있다. 같은 시기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반올림)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6건, SK하이닉스는 2건의 역학조사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수치만 보면 그렇게 높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또렷하게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른바 ‘건강 노동자 효과’에 따른 왜곡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에는 건강한 이들이 입사하고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퇴사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노동자 집단은 일반 국민보다 더 건강한 집단이다.

그럼에도 혈액암의 발생과 사망이 일반 국민에 비해 높은 것은 반도체산업과 혈액암의 인과관계가 유의미하게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반도체 제조업 역학조사는 ‘통계적 유의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질병과 업무 관련성을 부인하는 데 활용됐는데, 이번 조사에서 상관관계가 뚜렷하게 확인됐다.

이번 보고서에 대해 반올림 측은 “11년 동안 피해자들이 말해온 사실을 확인한 셈이다. 쉽지 않았을 연구를 수행한 분들의 노고를 기억해야 한다”면서도 더 큰 위험에 노출됐을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포함되지 못한 점과 암의 원인을 좁혀가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관계자는 “보고서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출처  삼성반도체, 6개 반도체 회사 중 혈액암 가장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