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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운행도, 남북교류도 승인받고 하라는 무소불위 유엔사

철도운행도, 남북교류도 승인받고 하라는 무소불위 유엔사
철도조사 등 남북교류 수시로 제한
주한미군사령관, “모든 사항은 유엔사에 의해 감독돼야”

[민중의소리] 김원식 전문기자 | 발행 : 2019-09-17 08:37:41 | 수정 : 2019-09-17 08:45:50


▲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비무장지대내 경의선철도통문안으로 남북공동철도조사단을 태운 열차가 들어가고 있다.(자료 사진) ⓒ사진공동취재단

“대체 유엔사가 뭔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가 쓰고 남은 경유를 북한에 주고 오면 대체 얼마나 주고 온다고...”

지난해 8월 말 유엔군사령부가 남북철도 공동조사를 불허하자 당시 우리 정부 관계자가 기자에게 내뱉은 말이다. 공식적으로 “남북철도 공동조사는 대북제재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관계자가 털어놓은 속내는 달랐다.

당시 우리 정부는 8월 22~27일 남쪽 기관차와 객차가 서울역에서 출발해 개성~신의주까지 운행하며 공동점검하는 계획을 짜고 유엔사에 군사분계선 통과 승인을 요청했다. 하지만 유엔사는 세부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며 불허했다.

유엔사는 자신들이 관할하는 군사분계선 통행계획은 48시간 전에 신청해야 한다는 점을 지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융통성 있게 적용돼 온 이 규정을 갑자기 내세운 유엔사의 해명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출입절차 내세워 철도운행 공동점검 무산시키고
DMZ 민간인 출입도 느닷없이 통제한 유엔사

유엔사는 올해도 남북관계 회복을 위해 여러 조치가 시행될 시기에 이를 가로막아 존재감을 과시했다. 지난 6월 유엔사가 갑자기 강원도 고성의 비무장지대(DMZ) 안에 있는 감시초소(GP) 출입을 제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문화재청은 해당 GP가 1953년 한국전쟁 정전 직후 남측 지역에 처음 만들어진 감시초소로 남북분단의 상징물로 평가받고 있다며 문화재로 등록했다. 하지만 유엔사는 방문객 안전조치를 이유로 갑자기 출입을 금지했다.

유엔사가 어떠한 의도로 출입을 제한했는지는 별도로 하더라도 유엔사가 정전협정문의 당사자라는 이유로 비무장지대는 언제, 어느 곳이든 우리 국민의 출입을 통제할 수 있다는 무소불위의 힘을 그대로 보여준 셈이다.

유엔사의 이 같은 무소불위는 어디서 나왔을까? 앞서 언급한 한국전쟁 정전협정문이다. 당시 ‘연합군사령부’였던 유엔사가 정전협정문에 서명하면서 자신들이 군사분계선(MDL)과 비무장지대 관할권을 자치했기 때문이다.

현재 유엔군사령관이자 주한미군사령관인 로버트 에이브럼스 대장도 지난해 9월 미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청문회에 출석해 남북문제에 관해 답하면서 “DMZ 내 모든 활동은 유엔군사령부의 관할”이라며 이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더 나아가 “그들(남북)이 대화를 계속하더라도 모든 관련 사항은 유엔군사령부에 의해 중개·판단·감독·집행돼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DMZ와 관련한 발언이지만, 주권국가라면 불쾌하기 짝이 없다고 할 수 있는 발언이다.

▲ 로버트 B. 에이브럼스 유엔군사령부 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27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자유의집에서 열린 '66주년 정전협정 조인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19.7.27 ⓒ사진공동취재단

미국은 유엔사의 DMZ 관할권을 남북교류를 막는 장치로 활용해왔다. 지난 2002년 11월 김대중 정부 당시에도 유엔사는 경의선·동해선 철도 연결을 위한 비무장지대 지뢰 제거 작업을 위한 남북 상호검증단 파견 절차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해 9월과 10월, 유엔사와 북측이 비무장지대 공사 관리권을 남측에 이양하는 합의문에 서명했음에도 이를 막았다. 당시 부시 미 행정부가 북한에 중유공급을 중단하는 등 북미관계가 악화하자 유엔사를 내세워 남북교류도 막은 것이다.


국방부, “DMZ의 출입은 유엔군사령관의 승인이 필요한 사항” 실토

주권국가라는 대한민국이 미국으로부터 ‘전시작전권’도 넘겨받지 못해 군사주권도 없는 현실에 더해 군사분계선 일대에는 아예 주권도 미치지 못하고 유엔사가 관할하는 치외법권 지대로 남아있는 꼴이다.

지난 7월 17일, 국방부는 기자에게 답변을 통해 “정전협정의 관련 조항에 근거하여 DMZ의 출입은 유엔군사령관의 승인이 필요한 사항”이라며 “국방부는 정전협정 존중 차원에서 DMZ 통행 문제와 관련 유엔사 측과 협조체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군사분계선 이남 DMZ 지역에 한하여 유엔군사령관의 군사통제는 유효하다”고 말했다. ‘협조체계’라고 포장을 달았지만 ‘승인 사항’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 땅도 아닌 우리 국토의 일부를 국민 누구도 함부로 출입할 수 없다는 즉, 주권이 없다는 것을 실토한 셈이다.

쉽게 말해 평시 군사작전권을 회수한 지금도 우리나라 대통령이라도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하려면 유엔군사령관, 즉 한미연합사령관, 더 정확하게는 주한미군사령관의 허가와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른바 ‘전시군사작전권’을 회수하면 이 모든 문제가 풀리고 우리가 완전한 군사주권을 되찾아 올 수 있을까? 정말 그때는 우리나라 국민 누구라도 주한미군사령관의 허락 없이도 비무장지대를 방문할 수 있을까?

그러나 미국은 그동안 주한미군사령관이 겸직해 유명무실했던 유엔사를 강화하려는 속셈을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면, 오히려 전시나 위기 상황이 되면 유엔사가 다시 전면에 부활해 비무장지대만이 아니라 남한 전체에 군사작전권을 행사하지 않을까?


출처  [기획②] 철도운행도, 남북교류도 승인받고 하라는 무소불위 유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