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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생명안전직 직고용 ‘모범’, 청소노동자 “더 쓸고 닦고”

서울대병원 생명안전직 직고용 ‘모범’, 청소노동자 “더 쓸고 닦고”
11월 초 간접고용 노동자 전원 직접 고용
“환자 생명·안전 위한” 직고용 대표 사례
처우 개선되고, 일터 분위기도 ‘신바람’

[한겨레] 옥기원 기자 | 등록 : 2019-12-30 05:01 | 수정 : 2019-12-30 07:53


▲ 이연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민들레분회장(왼쪽)이 지난 9월 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열린 천막농성 해단식에서 동료들과 인사를 하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백소아 기자

서울대병원 청소 노동자 이연순 씨는 예전엔 한번 할 걸레질도 요즘엔 세 번, 네 번씩 한다. 그래도 전혀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환자에게 최대한 웃고 친절해지려는 동료들의 모습을 볼 때 ‘진짜 정규직’이 됐다는 실감이 난다”라고 이 씨는 말했다.

이 씨를 비롯해 서울대병원에서 일하는 청소·경비·급식·운전·주차 등 간접 고용 노동자 614명은 지난 11월 초 직접 고용됐다. 다른 공공기관 비정규직들이 정규직 전환을 위한 명목으로 설립된 자회사로 간 것과는 달랐다.

서울대병원은 ‘생명·안전직군 직고용’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공공기관 가운데 간접 고용 노동자 전부를 직고용한 건 서울대병원이 처음이다. 병원은 이들을 고용하기 위해 기존에 없던 ‘환자 안전 지원직’이라는 별도 직군을 만들었다.

서울대병원 홍보팀 관계자는 “환자의 생명·안전과 관련된 일을 하는 병원 노동자는 직접 고용이 원칙이고, 이들 노동자도 병원 안팎에서 환자들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하고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병원 서비스 향상을 위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노조 쪽과) 합의했다”고 말했다.

전환 뒤 청소·경비 등 노동자들은 용역 소속일 때와 비교해 월급이 20% 정도 오르고 예전엔 없던 복지포인트와 상여금이 생기는 등 처우가 개선됐다. 병원비 직원 할인(50%) 혜택과 두 달짜리 유급휴가 제도도 생겼다. 청소 작업복이 아니라 유니폼 같은 근무복을 지급받았고, 호칭도 선생님으로 통일했다.

현정희 의료연대본부장은 “병원 서비스의 질은 의료인 한 명이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 병원 구성원 모두가 협력할 때 증진된다. 그래서 정규직들이 함께 싸웠고, 비정규직 전원 직고용이라는 결과를 이뤄냈다”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의 직접 고용 결정 뒤 경북대·강원대·충북대·충남대·제주대병원 등 다른 국립대 병원도 간접 고용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 반면 부산대·전남대·전북대·경상대병원 등은 자회사 전환을 고집해 노사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출처  서울대병원 생명안전직 직고용 ‘모범’, 청소노동자 “더 쓸고 닦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