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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문중원 기수 죽음 99일 만에 합의...“따뜻한 곳으로”

故문중원 기수 죽음 99일 만에 합의...“따뜻한 곳으로”
조교사 개업심사 개선안 등 담겨
[민중의소리] 이승훈 기자 | 발행 : 2020-03-06 22:57:30 | 수정 : 2020-03-06 22:57:30


▲ 고(故) 문중원 기수 부인 오은주 씨가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 시민분향소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가며 고 문중원 기수의 영정사진을 어루 만지고 있다. 2020.03.04. ⓒ김철수 기자

故 문중원 경마기수가 유서를 통해 한국마사회의 부조리를 폭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99일 만에 노·사가 합의에 이르렀다.

6일 ‘한국마사회 故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이하, 시민대책위)에 따르면, 민주노총과 한국마사회 양 측은 이날 오후 8시쯤 ‘부산경마공원 사망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합의서’에 서명했다.

합의서에서 양 측은 “故 문중원 기수의 사망사고에 애도를 표명하며, 향후 동 유형의 사고 예방 및 재발방지를 위해 아래와 같이 합의한다”고 밝혔다.

합의서는 크게 4가지 내용으로 구성됐다.

제1조는 마사회의 ‘연구 용역’에 관한 의무를 담은 것으로 ‘마사회는 부산경남경마공원 경마관계자(조교사·기수·관리사) 및 계약·관리 관계에 있는 마사회 직원을 대상으로 합의 이후 3개월 이내에 연구용역 사업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연구과제 내용은 ‘부산경남 경마시스템의 배경 및 국내외 사례를 비교한 현황분석 그리고 경마관계자의 계약관계와 업무실태’ 등이며, 연구결과가 나오면 ‘정부에 보고한 뒤 실행 가능한 제도개선안을 마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제2조는 ‘책임자 처벌’에 관한 것이다. 마사회는 故 문중원 기수의 사망사고 책임자가 밝혀질 경우, 형사 책임과 별도로 마사회 인사위원회에 면직 등 중징계를 내리기로 했고, 징계여부 확정 전까지 직위부여해제를 유지키로 했다. 또 징계위원회가 열릴 경우 사건관계인이 출석해 의견을 진술할 수 있도록 약속했다.

제3조는 ‘제도 개선’에 관한 내용이다. 여기엔 이번 사망사고를 통해 드러난 각종 제도적 문제점을 보완하는 안이 담겼다. 경쟁성 완화를 위해 기수 전원 동의를 전제로 기수 상금 중 일부에 서울의 부가순위상금 공제율을 적용하고, 외국인 기수 도입 시 차별이 없도록 했다. 또 근골격계질환 예방을 위한 운동처방사 지원 및 재해위로기금 증액, 기수 권익 보호가 명시된 기승계약서 표준안 마련, 기수면허갱신제도 보완 등의 안이 담겼다.

문 기수를 죽음으로 몰았던 ‘조교사 개업심사’에 대한 내용도 제3조 4항에 담겼다. 마사회는 조교사 개업심사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조교사 개업심사 기준을 다음과 같이 마련키로 했다. 정량평가를 개선하고, 평가위원장은 외부위원이 맡기로 했으며, 외부 평가위원 수를 내부위원보다 늘리기로 했다. 또 지원자가 속한 단체 또는 노동조합 대표 등의 참관을 허용키로 했으며, 동점자가 발생했을 시엔 면허취득 및 경마활동 경력순으로 우선권을 부여키로 했다.

제4조엔 ‘유족 관련’ 내용이 담겼다. 마사회는 이 합의가 이루어진 이후 유족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장례지원 및 경마관계자의 위로금 모금 등을 통해 위로를 표하기로 했다.

합의서 가장 뒷장 하단엔 유족을 대리해 유재길 민주노총 부위원장의 사인과 한국마사회를 대표한 김종국 마사회 경마운영본부장 서명이 각각 서명란에 기재됐다.

▲ 지난 1월 6일 오전 故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와 유족들이 고인의 사망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 시민분향소를 출발해 청와대 앞까지 행진 이후 故 문 기수의 아버지 문군옥 씨가 아들의 사진을 어루만지고 있다. 2020.01.06. ⓒ김철수 기자

시민대책위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문 기수가 사망한 지 99일, 정부종합청사 옆에 문 기수의 시신을 모신지 71일만의 합의”라며 “이 합의를 통해 유족과 시민대책위는 문 기수를 따뜻한 곳으로 모실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시민대책위는 “99일 동안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제도개선을 외친 결과, 제도개선과 관련해선 진전된 안이 나왔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7명을 죽음에 이르게 한 마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내기 위한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에 대해선 마사회의 완강한 거부로 과제로 남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록 한계가 있는 안이지만, 시민대책위는 100일 전 장례를 치러야 한다는 절박감으로 이 합의안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시민대책위는 “유족과 시민들은 지난 99일간 문 기수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줬다. 매일 열리는 추모문화제, 서명전, 과천에서 광화문까지의 오체투지, 헛상여 행진, 청와대 앞에서의 108배, 단식까지 유족의 결단과 연대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 특히 문중원 기수의 분향소가 철거되던 날 용역들의 폭력에도 굴하지 않고 함께 싸워준 분들이 있었기에 마사회가 다시 교섭에 나왔다”며, 감사를 표했다.

다만, 시민대책위는 계속해서 투쟁할 뜻을 내비쳤다.

시민대책위는 “유족은 아직 청와대로부터 분향소 침탈에 대한 사과를 받지 못했고, 마사회는 합의가 이루어지는 날까지도 기수들의 도덕성을 문제 삼으면서 적폐를 덮으려고 했다. 고용노동부는 기수들이 낸 노조설립신고서를 아직도 수리하지 않은 채 미뤄두고 있다. 합의가 지켜지도록 싸우는 일도 남았다”며 “한국마사회의 부패한 구조를 바꾸고 제대로 된 공공기관으로 만들기 위한 싸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시민대책위는 오는 7일 오전 11시 故 문중원 기수 시민분향소 앞에서 ‘문중원 기수 죽음의 재발방지 합의에 대한 입장 및 장례 일정 발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출처  故문중원 기수 죽음 99일 만에 합의...“따뜻한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