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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사망’ 자살방법·시신상태 묻는 기자들…“이러니 기레기”

‘박원순 사망’ 자살방법·시신상태 묻는 기자들…“이러니 기레기”
최경영 “인터넷상 떠도는 고소장 기사화, 망자 명예훼손…중단해야”
[고발뉴스닷컴] 민일성 기자 | 승인 : 2020.07.10 17:43:20 | 수정 : 2020.07.10 18:22:20


▲ <이미지 출처=유튜브 채널 '아이엠피터' 영상 캡처>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망과 관련 ‘경찰 브리핑’ 생중계에서 기자들이 자살 방법과 시신훼손 상태 등을 질문해 논란이 되고 있다.

최익수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장은 10일 새벽 2시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앞에서 박 시장 사망사건과 관련해 현장 브리핑을 했다.

가족의 실종신고를 받고 7시간여의 수색 끝에 발견한 상황에서 해당 브리핑은 여러 방송사를 통해 생중계 됐다.

당시 기자들은 “사안을 좀 더 조사하셔야 되겠지만 목을 맨 건가요, 떨어진 건가요?”, “휴대폰하고 소지품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랬는데 외모가 심하게 손상됐나요, 그러면?”, “그러니까 외모를 확인할 수 있었나요? 소지품 말고 외모를 확인할 수 있었나요?”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이에 최익수 과장은 “고인과 유족의 명예를 고려해 확인해 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면서 사망 방법을 공개하지 않았다.

또 경찰이 브리핑을 시작할 때 시신발견 장소를 밝혔지만 기자들은 “발견 장소는 어디냐”고 계속 되물었다. “성곽높이는 어떻게 되느냐”, “대략적으로 3m 이상이냐” 등 불필요한 질문을 반복하자 최익수 과장은 “성곽 높이와 이것은 관련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10일 논평에서 “경찰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면 고인이 사망에 이른 방법과 시신훼손 상태가 전국으로 생중계될 뻔했다”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취재윤리를 배운 기자들이 맞는지 의심하게 하는 ‘잔인한’ 질문과 상식 이하 취재태도는 한국 언론의 현 수준을 그대로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월간조선은 경찰 수색이 한창인 9일 저녁 ‘박원순 시장 사망’ 오보를 냈다가 삭제하기도 했다.

월간조선은 인터넷판에서 오후 6시 45분경 <[속보] 박원순 시장 시신 발견, 성균관대 부근에서 발견>이라고 보도했다가 삭제했다.

▲ <이미지 출처=미디어오늘 홈페이지 캡처>

민언련은 “사망 오보는 로톡뉴스, 투데이코리아, 충청리뷰, 서울일보, 뉴스에듀신문, 브레이크뉴스, YBS뉴스통신, 동양뉴스 등에서 계속 나왔다”고 되짚었다.

또 “인터넷매체 펜앤드마이크는 유튜브 라이브방송을 통해 “[속보] 박원순 시신 성대 후문 와룡공원 근처서 발견”이라는 자막을 띄우며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내보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언련은 “무분별한 사망 의혹 보도는 ‘사실보도 원칙’에 위배되며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유통돼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한국기자협회가 보건복지부 등과 제정한 ‘자살보도 권고기준’에는 “자살방법을 상세하게 설명하거나 묘사하면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살에 관한 정보나 암시를 제공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범죄사건을 다루듯 자살 방법, 도구, 장소 등을 구체적으로 보도하지 않는다”고 권고하고 있다.

또 “고인의 인격을 침해하거나 비밀을 노출하는 보도는 고인과 유가족의 법적 권익을 해칠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민언련은 ‘박원순 시장 사망 사건 보도를 보며 왜 한국언론이 ‘기레기’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는지, 언론 신뢰도 세계 꼴찌를 면하지 못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취재윤리의 기본도 지키지 않고, 저급한 취재행위가 되풀이된다면 바닥까지 떨어진 한국 언론의 신뢰도는 복구될 수 없다”며 “최소한의 품격이라도 남아 있길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그런가 하면 최경영 KBS 기자는 인터넷상에 떠돌고 있는 고소장 내용을 그대로 보도하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지적했다.

최 기자는 페이스북에서 “이미 고인이 됐다”며 “고소장 진위여부와 상관없이 지금 인터넷에 떠도는 고소장이나 관련 내용을 가지고 뉘앙스를 풍기면서 기사화하는 것 자체가 망자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했다.

최 기자는 “망자로부터는 영원히 반론을 받을 수 없다”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흘려가면서까지 망자의 명예를 더럽히려는 언론행위는 당연히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인간의 상식대로 삽시다”라고 일갈했다.


출처  ‘박원순 사망’ 자살방법·시신상태 묻는 기자들…“이러니 기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