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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세워주신 트럼프” 트럼프 지지하는 한국 극우 개신교

“하나님이 세워주신 트럼프” 트럼프 지지하는 한국 극우 개신교
[평화나무 리포트] 기독교 정신은 어디에?
[민중의소리] 권지연 평화나무 뉴스진실성검증센터장 | 발행 : 2020-11-08 14:50:36 | 수정 : 2020-11-08 14:50:36


▲ 미국 대선과 관련한 가짜 뉴스 등을 공유하며 개표에서 바이든에게 뒤진 프럼프가 승리할 것이란 메시지를 단체 카톡방 등에서 공요하는 개신교 신자들. ⓒ평화나무 제공

미국 대통령 대선에 우리 국민의 관심도 뜨겁다. 지상파·종합편성채널 시청률이 덩달아 올랐고, 페이스북 등 SNS에도 미 대선과 관련한 소식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개신교인들이 많이 모여있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 개표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여러 지역에서 줄소송을 시도하자, 그의 행동에 동조하는 글들이 계속 올라왔다. 모두 ‘트럼프는 하늘이 세워주신 대통령이다’라는 내용을 전제로 한다.


카톡 통해 트럼프 지지로 결집하는 극우개신교
그들에게 트럼프는 우군

“‘조바이든이 미국의 46대 대통령되다’라는 쓰레기 언론들의 허위 가짜뉴스에 현혹되어서는 안 됩니다. 지금 미국과 한국의 쓰레기 좌파 언론들이 작당질하여 전하는 ‘바이든이 대통령에 당선 되다’라는 허위 날조 사기 보도에 결코 현혹되어서는 안 됩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부정선거 판결이 나오기까지 아직도 대통령은 트럼프이며 그동안 수집된 결정적 부정 투개표 증거가 차고 넘치고 있으며 현재 FBI가 모든 부정선거 사례들을 정밀 수사 중에 있으므로 얼마 안 가 연방대법원의 트럼프 승리 판결이 분명코 나올 것이오니 인내를 갖고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한국과 미국의 쓰레기 언론의 조작된 편파방송의 가짜뉴스 여론화로 하늘이 미국 땅에 세워주신 트럼프 대통령이 결코 이번 선거에서 패배하지 않음을 믿어주시기 바랍니다”

“예상했던 대로 사진 우편 투표에 부정선거 증거가 나오고 있습니다. 선거 전면 재조사를 위한 백악관 성원이 시작되었습니다. 서명과 공유 부탁합니다. 한국분들도 됩니다. 이름과 이메일을 넣으시고 이메일 답장을 받으면 확인을 눌러주시면 됩니다. 미국과 한국의 운명이 달린 순간입니다”

이처럼 한국의 극우 개신교인들에게도 트럼프는 우군으로 인식되는 모습이다.

전광훈 씨가 지난해 6월 11일 한국프레스센터 19층에서 기자회견을 열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겠다며 발표했던 것을 기억하는가. 또 올해 9월에도 사랑제일교회 변호인단과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전광훈 담임목사 재수감은 인권유린”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뒤, “이를 알리고 전 목사 지지를 호소하는 서한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내겠다”고 밝혔다. 대체 트럼프로 이어지는 핫라인이라도 있다는 것인지 이들은 행동은 거침이 없다.


“우리가 이겼습니다” 거리로 쏟아져 나와 기도하는 미국의 백인 복음주의자들
우리 극우개신교와 닮은꼴

물론 이러한 현상이 한국 개신교인들 사이에서만 일어난 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신앙 멘토이자 종교 담당 특별 고문인 폴라 화이트 목사는 4일 온라인 기도 행사까지 열면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확신했다. “하나님이 승리를 안겨 주실 것”이라면서.

▲ 미 현지시간 6일 애리조나 피닉시에서 트럼프 당선을 기원하며 기도하는 지지자들. 이들은 대부분 백인 복음주의자들이다. ⓒ뉴시스/AP

6일(현지시각) 현지 언론을 통해 보도된 네바다주 클라크 카운티의 선거 관리 사무소 앞 트럼프 대통령 지도자들의 기도 모습은 강한 인상을 남겨준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주요 경합 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앞지르거나 역전하는 상황이 펼쳐지자, 트럼프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붉은색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쓰고 무릎을 꿇고 양손을 들어 올리고 기도하거나 문에 손을 대고 기도하는 모습 등은 왠지 낯설지가 않다.

모든 것을 승패의 논리로 간주해 “우리가 이겼습니다”를 남발했던 전광훈 씨(사랑제일교회)와 지지자들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닌 듯하다.

‘급사위험’이라는 읍소 전략으로 보석으로 풀려난 4월에도 첫 마디로 “우리가 이겼습니다”라고 외치고, 한 사람의 극단적 선택마저 자신들의 승리로 받아들이고 만세를 부른 전광훈류의 사람들이 미국에서도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나는 중이다.


트럼프 당선으로 기독교 정신 회복?
오히려 기독교 정신에서 역행

트럼프의 주요 지지층은 미국 백인 복음주의자로 알려졌다. 이들은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로 자국의 특정 집단의 이익에 충실하고 확실한 기조를 보이는 트럼프를 지지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난민, 반동성애, 친 이스라엘 정책을 펴는 것을 ‘하나님의 사람’이라고 포장하면서 말이다.

미국 시민권자이자 독실한 신앙을 소유한 내 소중한 친구 한 명도 지난 2016년 미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지나치게 인본주의로 흐르는 문화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그러나 지난 2016년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이 기독교 정신을 회복했다고 믿는 세계인은 과연 몇이나 될까. 공석이었던 연방대법관에 보수 성향의 닐 고서치 콜로라도주 연방항소법원 판사를 임명함으로써, 4대 4로 보수·진보가 균형을 이루던 연방대법원의 성향이 보수 쪽으로 기울게 한 점, 성직자와 종교단체의 정치 활동을 제한하는 ‘존슨 조항’을 완화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해 정교유착을 공고히 하도록 한 점, ‘반(反)이민 행정명령’, ‘이스라엘 수도는 예루살렘’ 선언 등으로 세계 난민에 대한 긍휼도 저버리고 갈등을 부추기다 못해 기름을 붓는 격의 언행을 일삼은 점 등.

물론 트럼프 대통령 취임과 함께 보수 개신교계는 그간 요구했던 사안들에 응답을 받으며 그야말로 선물 보따리를 받아 안았다. 그러나 기독교 최고 가치인 ‘사랑’의 실천과는 모두 무관한 일들이다. 오히려 역행하는 모습이다. 갈등 해소를 위해 기도해야 할 이들이 오히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갈등을 부추기는 지도자를 옹호하고, 자신들의 성을 쌓는 모습이다.


이명박 장로를 대통령으로 만든 보수 개신교
지난 과오 사죄하지 않는 그들

트럼프 대통령은 하나님의 세운 리더라며 추어올리는 미국 복음주의권 인사들의 주장이 낯설지 않은 또 하나의 이유는, 이미 한국도 경험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보수 개신교는 2007년 장로 대통령 만들기에 ‘올인’했다. 강단 위 목사들의 노골적 지지는 만연했고, 내가 출석했던 교회에서는 이명박 후보를 뽑지 않으면 마치 개신교인이 아니라는 분위기까지 형성됐다. 사실상 대부분 보수 교회들의 분위기였다 해도 과언이 아닐 터.

이명박 당선 이후에도 대형교회 목사들을 중심으로 이명박의 핵심 공약이던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미화하는 등으로 힘을 보탰다.

▲ 2007년 대선 당시 한기총 대표회장이던 이용규 목사는 당내 경선에서 이기고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뒤 첫 공식 일정으로 나경원 대변인, 주호영 비서실장, 이군현 의원 등과 함께 한기총을 방문한 이명박 후보에게 “이 후보가 어려운 과정을 겪으면서 때로는 어렵고 힘들었지만 우리 하나님께서 항상 힘을 주시고 능력주시고 도와주셨다”며 “앞으로도 하나님이 함께하셔서 대선 승리의 좋은 결과를 주실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뉴시스

결과는 어떤가. 부끄럽고 참담하다. 이명박 당선의 일등공신인 개신교는 이미지 면에서나 신뢰도 면에서나 동반 하락의 위기를 경험했다. 물론 개신교 이미지와 신뢰도 하락의 원인이 이명박 한 명에게만 있겠느냐마는, 크리스텐덤(Christendom) 기독교가 지배하는 국가나 사회을 꿈꾸며 하나님 나라를 저버린 총체적 문제가 녹아 있는 것 아니겠나.

그러나 누구도 사과하지 않는다. 이명박이 자동차부품업체 다스(DAS) 자금 수백억 원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17년형이 확정받고 재수감됐으나, 이런 상황에서도 그 누구 하나 나서서 교회의 지난 과오를 사죄하지 않는다. 오히려 남의 나라 대통령 선거에까지 관심을 쏟으며 왜곡된 기독교 정신을 전파할 뿐이다. 성경 전체 맥락 속에 흐르는 ‘하나님의 사랑’ 이야기를 외면한 채.


출처  [평화나무 리포트] “하나님이 세워주신 트럼프” 트럼프 지지하는 한국 극우 개신교··· 기독교 정신은 어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