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내역 잘못보고 “북 공작금” 나사빠진 국정원의 ‘간첩몰이’
통일단체 간부 수사 알고보니 수년간 통장 정리 안해
입·출금 누계 표시 금액...하루에 9천만원 거래 간주
뒤늦게 “조사관 착각” 해명...시민단체, 사과·문책 촉구
[한겨레] 김광수 기자 | 등록 : 20111214 20:57 | 수정 : 20111214 22:56
“문: 위 자금은… 이적단체 ‘범민련’(조국통일범민족연합) 등 피의자가 소속되어 활동중인 단체에서 북한으로부터 수수받은 공작금의 일부를 피의자에게 활동비 명목으로 재차 교부한 것이 아닌가요. 답: 묵묵부답하다.”
지난해 8월25일 국가정보원 부산지부에서 조사관이 던진 질문에 도한영(39)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부산본부 사무처장은 깜짝 놀랐다. 전혀 모르는 일이라 묵비권을 행사하자, 국정원 조사관은 6월 압수수색하면서 가져간 그의 부산은행 통장 3개의 ‘예금 겸 대출 명세’를 내밀었다. 3월23일 입금·출금 항목에 모두 9000만원 넘는 돈이 기재돼 있었다.
도 사무처장은 부산은행에 찾아가 자신의 계좌 입출금 내용을 받았다. 9000여만원이 입금되고 출금됐다는 기록은 없었다. ‘증거를 조작한 것 아닌가’ 의심을 떨칠 수 없어 국정원에 해명을 요청했지만 답변은 없었다.
1년이 지난 올해 9월2일 부산지방검찰청 공안부는 그를 이적표현물 제작·소지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어찌된 일인지 북한 공작금 수수 혐의는 빠졌다. 도 사무처장은 다시 국정원에 해명을 요청했으나 침묵뿐이었다. 국정원이 그에게 간첩 혐의를 뒤집어씌우려 무리하게 수사를 했다는 의혹(<한겨레> 11월14일치 13면)이 제기될 수밖에 없었다.
도 사무처장은 최근 변호인과 함께 부산지방법원에 찾아가, 국정원과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수사기록을 열람했다. 국정원 조사관이 제시한 그의 부산은행 통장 3개의 사본이 있었다. 통장 사본에는 지난해 3월23일 각각 3250만312원, 2802만3229원, 3135만9608원이 입금된 뒤 같은 날 각각 3307만8224원, 2781만2679원, 3142만8372원이 빠져나간 것으로 돼 있었다. 하지만 이날 9000여만원이 입금됐다가 지급된 것이 아니라, 통장을 개설한 날로부터 지난해 3월23일까지 입금된 금액과 지급된 금액을 모두 합친 것이었다.(그래픽 참조) 금액이 표시되는 칸에 입금합계와 지급합계, 입금·지급 총건수가 표기돼 있었지만 조사관은 당일 입금되고 출금된 것으로 오인해 ‘북한 공작금’으로 의심한 것이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3월23일 도씨가 부산 서면지점에서 통장을 재발급 받았는데 수년 동안 통장을 정리하지 않아서 입출금 누계금액이 표시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한겨레> 기자에게 “조사관이 누계금액을 당일 입출금된 것으로 착각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뒤늦게 인정했다. 결국 초보적 사실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국정원 때문에 도 처장이 “혹시 간첩단 사건의 조작 대상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떨어야 했던 셈이다. 또 국정원은 도 처장에게 ‘북한 공작금 수수’라는 중대한 범죄 혐의를 두고서도, 도 처장이 부인하자 더는 확인조사를 하지 않았다. 국정원의 직무유기가 아니라면 도 처장에게 겁을 주려 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부산본부는 14일 부산 동구 부산기독교청년회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원 부산지부장은 공개 사과하고 담당 조사관을 문책하고 도 사무처장에게 입힌 정신적 피해를 보상하라”고 촉구했다. 도 사무처장은 “내가 공작금을 받은 적이 없지만 혹시 과거처럼 간첩단 사건으로 번질까봐 지난 1년여 동안 불안해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국정원 부산지부가 직접 사과하고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이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부산본부 상임대표는 “거짓되고 조작된 사건의 진실을 언론이 밝혀달라”고 말했다.
출처 : 통장내역 잘못보고 “북 공작금” 나사빠진 국정원의 ‘간첩몰이’
통일단체 간부 수사 알고보니 수년간 통장 정리 안해
입·출금 누계 표시 금액...하루에 9천만원 거래 간주
뒤늦게 “조사관 착각” 해명...시민단체, 사과·문책 촉구
[한겨레] 김광수 기자 | 등록 : 20111214 20:57 | 수정 : 20111214 22:56
▲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부산본부 대표 등이 14일 부산 동구 부산기독교청년회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정보원 부산지부가 이 단체의 도한영 사무처장을 ‘북한 공작금 수수 혐의’로 조사한 것을 두고 강하게 항의하며 공개 사과와 조사관 문책 등을 촉구하고 있다. 부산/김광수 기자 |
“문: 위 자금은… 이적단체 ‘범민련’(조국통일범민족연합) 등 피의자가 소속되어 활동중인 단체에서 북한으로부터 수수받은 공작금의 일부를 피의자에게 활동비 명목으로 재차 교부한 것이 아닌가요. 답: 묵묵부답하다.”
지난해 8월25일 국가정보원 부산지부에서 조사관이 던진 질문에 도한영(39)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부산본부 사무처장은 깜짝 놀랐다. 전혀 모르는 일이라 묵비권을 행사하자, 국정원 조사관은 6월 압수수색하면서 가져간 그의 부산은행 통장 3개의 ‘예금 겸 대출 명세’를 내밀었다. 3월23일 입금·출금 항목에 모두 9000만원 넘는 돈이 기재돼 있었다.
도 사무처장은 부산은행에 찾아가 자신의 계좌 입출금 내용을 받았다. 9000여만원이 입금되고 출금됐다는 기록은 없었다. ‘증거를 조작한 것 아닌가’ 의심을 떨칠 수 없어 국정원에 해명을 요청했지만 답변은 없었다.
1년이 지난 올해 9월2일 부산지방검찰청 공안부는 그를 이적표현물 제작·소지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어찌된 일인지 북한 공작금 수수 혐의는 빠졌다. 도 사무처장은 다시 국정원에 해명을 요청했으나 침묵뿐이었다. 국정원이 그에게 간첩 혐의를 뒤집어씌우려 무리하게 수사를 했다는 의혹(<한겨레> 11월14일치 13면)이 제기될 수밖에 없었다.
도 사무처장은 최근 변호인과 함께 부산지방법원에 찾아가, 국정원과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수사기록을 열람했다. 국정원 조사관이 제시한 그의 부산은행 통장 3개의 사본이 있었다. 통장 사본에는 지난해 3월23일 각각 3250만312원, 2802만3229원, 3135만9608원이 입금된 뒤 같은 날 각각 3307만8224원, 2781만2679원, 3142만8372원이 빠져나간 것으로 돼 있었다. 하지만 이날 9000여만원이 입금됐다가 지급된 것이 아니라, 통장을 개설한 날로부터 지난해 3월23일까지 입금된 금액과 지급된 금액을 모두 합친 것이었다.(그래픽 참조) 금액이 표시되는 칸에 입금합계와 지급합계, 입금·지급 총건수가 표기돼 있었지만 조사관은 당일 입금되고 출금된 것으로 오인해 ‘북한 공작금’으로 의심한 것이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3월23일 도씨가 부산 서면지점에서 통장을 재발급 받았는데 수년 동안 통장을 정리하지 않아서 입출금 누계금액이 표시된 것”이라고 말했다.
▲ 국가정보원 부산지부가 지난해 8월 도한영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부산본부 사무처장에게 ‘북한 공작금이 아니냐’고 캐물으며 제시한 도 처장의 부산은행 통장 가운데 하나. |
국정원 관계자는 <한겨레> 기자에게 “조사관이 누계금액을 당일 입출금된 것으로 착각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뒤늦게 인정했다. 결국 초보적 사실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국정원 때문에 도 처장이 “혹시 간첩단 사건의 조작 대상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떨어야 했던 셈이다. 또 국정원은 도 처장에게 ‘북한 공작금 수수’라는 중대한 범죄 혐의를 두고서도, 도 처장이 부인하자 더는 확인조사를 하지 않았다. 국정원의 직무유기가 아니라면 도 처장에게 겁을 주려 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부산본부는 14일 부산 동구 부산기독교청년회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원 부산지부장은 공개 사과하고 담당 조사관을 문책하고 도 사무처장에게 입힌 정신적 피해를 보상하라”고 촉구했다. 도 사무처장은 “내가 공작금을 받은 적이 없지만 혹시 과거처럼 간첩단 사건으로 번질까봐 지난 1년여 동안 불안해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국정원 부산지부가 직접 사과하고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이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부산본부 상임대표는 “거짓되고 조작된 사건의 진실을 언론이 밝혀달라”고 말했다.
출처 : 통장내역 잘못보고 “북 공작금” 나사빠진 국정원의 ‘간첩몰이’
'세상에 이럴수가 > 내란음모 정치공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와대 지시로 디도스 금전거래 덮었다” (0) | 2011.12.17 |
---|---|
청와대 ‘디도스 사건’ 은폐 의혹 전말 (0) | 2011.12.15 |
검찰, 디도스 공격 공범 1명 추가 영장 (0) | 2011.12.15 |
돈거래 알고도 축소 의혹 키운 경찰 (0) | 2011.12.15 |
선거 전 1000만원, 선거 후 9000만원 전달 (0) | 2011.1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