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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내란음모 정치공작

선거 전 1000만원, 선거 후 9000만원 전달

선거 전 1,000만원, 선거 후 9,000만원 공격범에게 전달
디도스 공격 자금 출처 등 의혹 증폭
정환보·김형규 기자 botox@kyunghyang.com | 입력 : 2011-12-14 22:21:51 | 수정 : 2011-12-14 23:56:17


재·보선이 치러진 10월2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등을 상대로 행해진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둘러싼 의혹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박희태 국회의장의 전 비서 김모씨(30)가 디도스 공격을 실행한 정보기술업체 대표 강모씨(25·구속)에게 1억원을 건넨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건은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 착수금 1,000만원, 성과금 9,000만원?

재·보선 6일 전인 10월20일 당시 박 의장 의전비서이던 김씨는 이번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 전 비서 공모씨(27·구속)에게 1,000만원을 건넸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사건을 수사해온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로 14일 한 경찰관이 들어가고 있다. 경찰은 사건 관련자들이 금전거래를 했다는 진술을 받았으나 이를 공개하지 않아 은폐 의혹을 받고 있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김씨가 보낸 이 돈은 11일 후인 10월31일 공씨의 계좌에서 디도스 공격을 벌인 ㄱ커뮤니케이션 대표 강씨를 거쳐 법인계좌로 넘어갔다. 이 업체는 지난 3일 강씨와 함께 구속된 김모씨(26), 황모씨(25)와 이후 구속된 공씨의 친구 차모씨(27)가 일하는 회사다.

이어 선거일로부터 보름쯤 지난 11월11일 김씨는 9,000만원을 다시 ㄱ커뮤니케이션 법인계좌로 송금했다. 단순하게 살펴보더라도 선거 전 건네진 돈은 착수금으로, 선거 후 전달된 돈은 성공보수로 추정해볼 수 있다. 경찰도 이 부분에 의심을 품고 김씨가 임의제출한 계좌거래 내역을 분석하는 등 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개인 간의 돈거래”라는 당사자 진술을 넘어서는 증거를 확보하지는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발각되기 쉬운 본인 명의 급여 통장을 이용해 자금을 이체했고 다른 관련자들도 모두 실명계좌를 사용하는 등 돈의 흐름이 범죄 관련 자금의 이동경로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9일 중간수사결과 발표 전에도 이 같은 사실을 파악했지만 범죄 대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공개하지 않았다고 했다.


■ 벤츠 승용차 몰며 1000만원 없다?

국회의장 전 비서 김씨는 “아는 후배가 돈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자를 잘 쳐줄 테니 빌려달라”는 공씨의 부탁에 1,000만원을 줬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이 1,000만원은 자신의 회사 직원을 거쳐 디도스 공격명령을 직접 내린 강씨에게 넘어갔고, 강씨는 여기에 200만원을 보태 회사 직원 7명에게 들어갔다. “직원들 급여였다”는 것이 강씨의 진술이다.

강씨는 그러나 벤츠 승용차 중에서도 최고가인 S600 차량을 리스해 몰고 다니고, 서울 삼성동 집도 1년치 월세 3,900만원을 일시에 낼 만큼의 재력을 가진 인물이다. “직원 급여 1,000만원이 없어 급전을 빌렸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는 어렵다. 이 같은 진술이 모두 사실이라면 강씨는 1,000만원도 모자라 쩔쩔매는 와중에 직원이자 친구인 황씨와 함께 필리핀으로 출국해 일주일간 머물다 ‘친분 때문에’ 디도스 공격을 저지르고 귀국한 셈이 된다. 그는 올해 직원들과 함께 러시아, 호주 등지로 출장 겸 해외여행을 다니기도 했다.


강씨가 운영하는 ㄱ커뮤니케이션 법인계좌에 직접 입금된 9,000만원은 강씨를 통해 하루 뒤인 11월12일 이 회사 임원이자 공씨의 친구인 차씨에게 흘러갔다. 인터넷 도박사이트 입금계좌로 돈을 전달받은 차씨는 강씨와 어울려 이 돈의 대부분을 인터넷 도박에 탕진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김씨는 원금의 30%를 이자로 받기로 하고 강씨에게 돈을 빌려준 것이라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높은 이자를 쳐준다 해도 9,000만원이나 되는 돈을 온라인 도박꾼에게 빌려줬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강씨가 타인(의장 전 비서 김씨)의 돈을 빌려다가 또 다른 타인(차씨)의 ‘판돈’을 댔다는 의미인데,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1,000만원도 없다던 강씨가 11월 중·하순 두 차례에 걸쳐 5,000만원씩 총 1억원을 김씨에게 갚았다는 대목도 의문이다. 억대의 돈을 갑자기 구했다는 점과 차씨가 갚아야 할 돈 9,000만원을 대신 지급했다는 점이 석연치 않다.


■ 30세 비서가 수억원을 어디서?

가장 의문이 가는 부분은 국회의장 전 비서 김씨가 “빌려줬다”는 돈의 출처다. 김씨는 “집을 줄여 이사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전세금이 남게 돼 여윳돈이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지만 역시 규명이 필요하다. 혼자 살던 서울 성수동 집의 전세가는 3억2,000만원이고 결혼해서 옮긴 경기 고양시 일산 집의 전세가는 1억5,000만원이었다. 결혼하면서 집을 줄인 것인데, 통념과 다른 결정이다.

의원 비서 경력뿐인 그가 어떻게 3억원대 전셋집에 살고 있었는지도 미심쩍다. 검찰 수사는 1차적으로 김씨가 차명계좌를 썼는지, 현금 전달 가능성은 없는지 등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자금 출처에 따라 배후가 규명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 등장인물의 역학관계

모두 경남 진주 출신인 김씨 등 의혹 당사자들은 지역구가 진주인 최구식 의원을 고리로 해 엮여 있다. 최 의원실 운전비서 출신인 김씨는 국회의장실로 자리를 옮긴 뒤 자신의 자리에 공씨를 천거했다. 차씨와 공씨는 이미 진주에서 최 의원을 도와 경남 도의원 선거운동 당시 함께 수행한 바 있다. 김씨·공씨·차씨는 고교 동문이다.

또한 동향인 강씨는 공씨를 “나를 성공으로 이끌어줄 사람”으로 생각하며 따랐다고 경찰은 전했다. 공씨의 ‘멘토(정신적 지주)’는 최 의원실 취직을 알선한 김씨였다.

믿고 따르는 사이를 일거에 망쳐놓을지도 모르는 중대범죄를 저지르면서, 동시에 억대의 돈거래가 있었다는 점은 ‘윗선’의 존재를 의심케 하기에 충분하다.



출처 : 선거 전 1000만원, 선거 후 9000만원 공격범에게 전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