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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쪽바리당과 일당들

3년째 인터넷 감시국 ‘창피한 코리아’

3년째 인터넷 감시국 ‘창피한 코리아’
국경없는 기자회, 리비아·태국·호주 포함 16개국 선정
주간경향 | 입력 2011.03.24 04:06


"한국 정부는 더 많은 개방을 바라는 국민들로부터 고립될 위험을 자초하고 있다."

지난 3월 11일, 국경없는기자회(RSF·Reporters Sans Frontieres)가 공개한 '인터넷의 적' 보고서의 일부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이 보고서에서 한국을 '인터넷 감시국'으로 선정했다. 이로써 한국은 2009년부터 3년 연속 인터넷 검열 감시국에 선정됐다.


국경없는 기자회 보고서 표지
국경없는 기자회가 올해 '인터넷 감시국(Under Surveillance)'으로 선정한 나라는 호주, 바레인, 벨라루스, 이집트, 에리트리아, 프랑스, 리비아, 말레이시아, 러시아, 한국, 스리랑카, 태국, 튀니지, 터키, UAE, 베네수엘라 등 16개국이다. 인터넷 감시국은 보고서가 선정한 '인터넷의 적'보다는 한 단계 낮은 나라들이다. 인터넷의 적으로 선정된 나라는 버마, 중국, 쿠바, 이란, 북한,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등 10개국이다.

한국이 선정된 이유는 뭘까. 국경없는기자회가 드는 '근거'는 크게 다섯 가지다.

첫째, 선별적인 웹사이트의 차단. 한국 정부는 친북성향의 사이트를 차단할 뿐 아니라 친북성향의 게시글도 차단하고 관련 글을 올린 사람들을 처벌하고 있다.

둘째, 2010년 천안함 사건과 2008년 촛불시위 등의 사건을 겪으면서 이명박 정부는 인터넷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으며, 국가보안법 7조 5항, 전기통신법 47조, 정보통신망법(정통망법) 44조 등 처벌의 근거가 되는 법조문을 적극 활용했다.

셋째, 특히 정통망법 44조는 사용자 수가 10만이 넘는 포털사이트 등은 가입시 주민번호 게재를 의무화하고 있는데,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인터넷 실명제에 맞서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는 한국에서 동영상 업로드와 댓글 달기 등을 막는 조치를 취했다.

넷째, 김종익씨 민간사찰에서 보이듯 한국 정부는 비판자를 단죄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씨뿐 아니라 2008년 촛불시위 당시 인터넷 사용자 10여명이 체포되었고, 반대의견을 올린 누리꾼이 정부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다섯째,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글을 올린 박대성씨 사례에서 보듯 정부 경제정책에 반대하는 누리꾼을 '모호한' 조항을 담은 법(전기통신법 47조 1항)으로 처벌했다. 박씨는 정부에 맞서 헌법소원을 냈다. 한국의 법원은 박씨의 손을 들어줬다.


문광부 외면·방송통신위 묵묵부답

인터넷 감시국으로 선정된 나라들을 보면 호주나 프랑스 같은 일부 '선진국'도 포함되어 있지만, 리비아, 튀니지, 이집트 등 중동에서 정부가 자국민들의 소셜네트워크 사용을 탄압해 비난받은 나라들이 주를 이룬다. 말하자면 그만큼 한국의 인터넷 관련 제도나 정부의 인식이 탄압을 가하는 나라들과 같은 위상이라는 주장이다.

국경없는기자회의 주장에 대해 한국 정부는 어떻게 생각할까. 과거 "국경없는 기자회의 한국 언론지수 발표에 항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는 문화관광부에 연락을 해봤다.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인터넷과 관련된 업무는 우리 부서의 소관도 아니고 내용도 잘 모른다"며 방송통신위원회 쪽으로 공을 돌렸다.

'정보'가 없는 것은 방송통신위원회도 마찬가지였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3월 17일 기자의 연락을 받고 처음으로 보고서 내용과 관련 보도를 검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도 입장표명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과거 유엔 표현의자유 라뤼 특별보좌관의 경우 외무부를 통해 정식으로 질의도 해왔지만, 이 경우는 그냥 자기 단체 홈페이지에 보고서를 올려 입장을 밝힌 것일 뿐, 한국 정부에 어떤 요구도 해오지 않았다"며 "특별히 지적사항에 대해 할 말은 없다"고 말했다.

국경없는기자회 한국지부의 김비태 기자는 "한국이 인터넷 감시국에 선정된 것은 지금 현재는 부끄러운 일일지 모르지만, 그동안 한국이 빠른 속도로 인터넷 강국으로 성장하면서 논의와 소통 없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치러야 할 유명세"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