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많이 낳으라면서요? 임산부가 기가 막혀
아내가 뿔났다. 아니, 엄마가 뿔났다. 갓 돌을 넘긴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로서, 둘째를 뱃속에 품고 있는 엄마로서.
맞다. 2011년 새해 예산안 이야기다. 정부의 거수기가 된 한나라당이 야당 의원들을 개 패듯 패고 날치기로 통과시킨 바로 그 새해 예산안. 처음에는 정부·여당의 그 몰염치한 행각 때문에 분노가 일었지만 시간이 지나 차분하게 그 내용을 보고 있노라니 진짜 가관이라는 생각만이 들 뿐이다.
역시나 아내가 가장 열을 낸 부분은 이번 예산안에서 '영·유아 필수예방접종 국가부담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영·유아 필수예방접종 예산 338억 원 전액 삭감한 정부
현재 정부는 12세 이하 영유아가 민간 병·의원에서 8종 총 33회에 이르는 필수 예방접종을 받을 경우 원가의 30%를 보조하여 본인이 1만5000원을 내도록 하고 있다. 이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새해 예산을 증액하여 본인이 5,000원만 부담하도록 하는 안건을 올렸고, 한나라당이 날치기하면서 이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이다.
9조8000억 하는 4대강 예산의 0.3%밖에 되지 않는 338억 8,400만 원마저도 영유아들에게 투자하기 아깝다며 그 '생쇼'를 벌인 정부·여당. 당장 아내는 과연 이 정부가 출산율을 높일 의지가 있는지부터 의심스러워했다. 한국이 출산율 세계 최저라는 통계만 나오면 정부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지, 입에 거품을 물고 떠들던 그들의 과거가 우습다는 것이었다.
정부가 현재 죽어라 짓고 있는 아파트를 모두 채우려면 그래도 기본적인 출산율은 필요할 텐데 정부는 이에 필요한 최소한의 복지정책도 모두 포기하는 것일까? 도대체 그들은 왜 이런 최악의 자살골을 넣어 사람들에게 욕을 들어먹고 있을까? 진짜 그 돈이 아까웠을까? 기껏해야 다리 하나 놓을 수 있는 그 돈이?
개인적으로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와 같은 사실을 알고도 날치기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리 개념 없는 그들이더라도 여론의 뭇매를 맞을 게 뻔한 위 안건을 그대로 삭감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마어마하게 큰돈도 아니지 않는가. 다리 하나 세우느니 차라리 위 예산을 통과시켜 날치기 행위에 물 타는 게 정부·여당에도 더 유리했을 것이며, 이는 누구라도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왜 그들은 무리수를 둔 것일까? 결국 복지를 바라보는 그들의 무의식이 이번 날치기 예산 통과에 반영됐다고밖에 볼 수 없다. 말로는 서민복지를 운운하지만, 정작 중요한 의사결정의 순간에는 습관적으로 복지와 관련된 안건들을 제쳐두는 것이다.
게다가 예산안이 통과된 8일 당일, 몇몇 국회의원들은 UAE 파병 동의안 상정을 현장에서 알았을 정도로 국회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전쟁터였다. 그러니 정부·여당이 복지 관련 예산을 까맣게 잊을 수밖에.
결국 복지와 관련한 예산들, 예컨대 A형간염 백신지원 예산 62억 원, '결식아동급식지원' 예산(방학 중 결식아동 급식 지원 사업) 등이 전액 삭감된 것은 복지에 대한 그들의 무관심이 불러일으킨 참사인 셈이다.
아마도 정부·여당의 지도부는 그들이 꼭 강행 처리해야 했던 4대강 예산이나, 소위 '형님예산', '김윤옥 예산' 등에는 빨간 줄을 그어 놓고 강조하면서 여타 하찮은 예산들은 쳐다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뉴욕에 식당 여는 '김윤옥 예산'은 무려 242억 원
아내가 정부·여당의 새해 예산안 날치기 처리에 더욱 분노한 것은 11일 방영되었던 MBC <무한도전>을 보고 난 이후였다. 11일 방영된 <무한도전>은 '비빔밥'을 세계적으로 알리기 위해 비빔밥 관련 CF를 만들어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거는 내용을 방영했는데, 바로 이 내용이 새해 예산안 중 소위 김윤옥 예산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뉴욕 한가운데에 50억 원짜리 국영 한국식당을 세우는 것을 필두로, 한식 세계화를 위해 242억 5,000만 원을 쓰겠노라고 처리된 소위 김윤옥 예산. 과연 정부·여당은 이 사업이 결식아동 급식 지원과 영유아 접종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까지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그 필요성은 차치하고서라도 위 예산은 한 마디로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다. 뉴욕 한복판에 국가가 운영하는 한국식당이 있으면 한식이 세계화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말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첨단 뉴욕에 국영 식당을 세운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시대착오적이며 사대주의적 발상인가.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뉴욕에 한국 식당을 세우겠다는 그들의 탁상공론은 중국 몇몇 도시에 국영식당을 운영하는 북한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다. 차라리 북한 국영 식당은 희소성이라도 있지, 뉴욕에는 이미 훌륭한 한식 식당이 많이 있다.
한식의 세계화라는 것은 국가가 단순히 돈을 투자한다고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무한도전>이 보여줬듯이 한식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아이디어가 모여야 하며, 또한 그만큼 우리 사회가 개방되어야 가능하다. 아직도 단일민족 이데올로기를 전제로 한식의 세계화를 문화의 다양성이 아니라 국위선양의 방법으로 인식한다면, 한식 세계화의 꿈은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현실이 이럴진대 정부는 이와 같은 말도 되지 않는 사업을 위해 지금 당장 필요한 복지 예산들을 삭감하고 나섰다. 부디 정부·여당은 현재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결국 이 모든 것은 부메랑이 되어 당신들에게 되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아내가 뿔났다. 아니, 엄마가 뿔났다. 갓 돌을 넘긴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로서, 둘째를 뱃속에 품고 있는 엄마로서.
맞다. 2011년 새해 예산안 이야기다. 정부의 거수기가 된 한나라당이 야당 의원들을 개 패듯 패고 날치기로 통과시킨 바로 그 새해 예산안. 처음에는 정부·여당의 그 몰염치한 행각 때문에 분노가 일었지만 시간이 지나 차분하게 그 내용을 보고 있노라니 진짜 가관이라는 생각만이 들 뿐이다.
역시나 아내가 가장 열을 낸 부분은 이번 예산안에서 '영·유아 필수예방접종 국가부담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영·유아 필수예방접종 예산 338억 원 전액 삭감한 정부
현재 정부는 12세 이하 영유아가 민간 병·의원에서 8종 총 33회에 이르는 필수 예방접종을 받을 경우 원가의 30%를 보조하여 본인이 1만5000원을 내도록 하고 있다. 이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새해 예산을 증액하여 본인이 5,000원만 부담하도록 하는 안건을 올렸고, 한나라당이 날치기하면서 이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이다.
9조8000억 하는 4대강 예산의 0.3%밖에 되지 않는 338억 8,400만 원마저도 영유아들에게 투자하기 아깝다며 그 '생쇼'를 벌인 정부·여당. 당장 아내는 과연 이 정부가 출산율을 높일 의지가 있는지부터 의심스러워했다. 한국이 출산율 세계 최저라는 통계만 나오면 정부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지, 입에 거품을 물고 떠들던 그들의 과거가 우습다는 것이었다.
정부가 현재 죽어라 짓고 있는 아파트를 모두 채우려면 그래도 기본적인 출산율은 필요할 텐데 정부는 이에 필요한 최소한의 복지정책도 모두 포기하는 것일까? 도대체 그들은 왜 이런 최악의 자살골을 넣어 사람들에게 욕을 들어먹고 있을까? 진짜 그 돈이 아까웠을까? 기껏해야 다리 하나 놓을 수 있는 그 돈이?
개인적으로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와 같은 사실을 알고도 날치기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리 개념 없는 그들이더라도 여론의 뭇매를 맞을 게 뻔한 위 안건을 그대로 삭감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마어마하게 큰돈도 아니지 않는가. 다리 하나 세우느니 차라리 위 예산을 통과시켜 날치기 행위에 물 타는 게 정부·여당에도 더 유리했을 것이며, 이는 누구라도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왜 그들은 무리수를 둔 것일까? 결국 복지를 바라보는 그들의 무의식이 이번 날치기 예산 통과에 반영됐다고밖에 볼 수 없다. 말로는 서민복지를 운운하지만, 정작 중요한 의사결정의 순간에는 습관적으로 복지와 관련된 안건들을 제쳐두는 것이다.
게다가 예산안이 통과된 8일 당일, 몇몇 국회의원들은 UAE 파병 동의안 상정을 현장에서 알았을 정도로 국회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전쟁터였다. 그러니 정부·여당이 복지 관련 예산을 까맣게 잊을 수밖에.
결국 복지와 관련한 예산들, 예컨대 A형간염 백신지원 예산 62억 원, '결식아동급식지원' 예산(방학 중 결식아동 급식 지원 사업) 등이 전액 삭감된 것은 복지에 대한 그들의 무관심이 불러일으킨 참사인 셈이다.
아마도 정부·여당의 지도부는 그들이 꼭 강행 처리해야 했던 4대강 예산이나, 소위 '형님예산', '김윤옥 예산' 등에는 빨간 줄을 그어 놓고 강조하면서 여타 하찮은 예산들은 쳐다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뉴욕에 식당 여는 '김윤옥 예산'은 무려 242억 원
아내가 정부·여당의 새해 예산안 날치기 처리에 더욱 분노한 것은 11일 방영되었던 MBC <무한도전>을 보고 난 이후였다. 11일 방영된 <무한도전>은 '비빔밥'을 세계적으로 알리기 위해 비빔밥 관련 CF를 만들어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거는 내용을 방영했는데, 바로 이 내용이 새해 예산안 중 소위 김윤옥 예산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뉴욕 한가운데에 50억 원짜리 국영 한국식당을 세우는 것을 필두로, 한식 세계화를 위해 242억 5,000만 원을 쓰겠노라고 처리된 소위 김윤옥 예산. 과연 정부·여당은 이 사업이 결식아동 급식 지원과 영유아 접종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까지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그 필요성은 차치하고서라도 위 예산은 한 마디로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다. 뉴욕 한복판에 국가가 운영하는 한국식당이 있으면 한식이 세계화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말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첨단 뉴욕에 국영 식당을 세운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시대착오적이며 사대주의적 발상인가.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뉴욕에 한국 식당을 세우겠다는 그들의 탁상공론은 중국 몇몇 도시에 국영식당을 운영하는 북한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다. 차라리 북한 국영 식당은 희소성이라도 있지, 뉴욕에는 이미 훌륭한 한식 식당이 많이 있다.
한식의 세계화라는 것은 국가가 단순히 돈을 투자한다고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무한도전>이 보여줬듯이 한식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아이디어가 모여야 하며, 또한 그만큼 우리 사회가 개방되어야 가능하다. 아직도 단일민족 이데올로기를 전제로 한식의 세계화를 문화의 다양성이 아니라 국위선양의 방법으로 인식한다면, 한식 세계화의 꿈은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현실이 이럴진대 정부는 이와 같은 말도 되지 않는 사업을 위해 지금 당장 필요한 복지 예산들을 삭감하고 나섰다. 부디 정부·여당은 현재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결국 이 모든 것은 부메랑이 되어 당신들에게 되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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