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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광우병쥐’ 실험으로 들통난 정부의 거짓말

‘광우병쥐’ 실험으로 들통난 정부의 거짓말
‘미 광우병’ 검역주권 실종
엉터리 통계·거짓말…정부가 ‘광우병 괴담’ 부추긴다

[한겨레] 정은주 기자, 김현대 선임기자 | 등록 : 2012.05.01 20:36 | 수정 : 2012.05.02 11:07


▲ 국회 농수산위 ‘검역’ 질책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뒤돌아 보는 이)이 1일 오후 국회 농림수산위원회에 출석해 미국 광우병 발병에 대한 안전성이 규명될 때까지 검역을 중단하라는 여·야 의원들의 질책성 질의가 잇따르자 실무진과 답변을 상의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미국에서 6년 만에 광우병이 발생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데도 농림수산식품부와 친정부 전문가들이 잘못된 통계나 과학적 근거를 내세워 “광우병이 사라졌다”, “비정형 광우병은 위험성이 없다”, “뇌 등 특정위험물질(SRM)을 제거하면 광우병 쇠고기도 안전하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 “위험한 ‘정형’ 전세계서 사라졌다”
지난해 발생 29건중 26건이 정형

■ 엉터리 통계자료
2008년에 “3~4년 뒤에 늦어도 5년 뒤면 광우병이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던 이영순 서울대 명예교수(수의학)가 이번에는 잘못된 통계치를 바탕으로 “광우병이 사라졌다”고 강변했다. 이 교수는 지난 30일 농림수산식품부가 마련한 전문가 일문일답 자리에서 4년 전 발언에 대한 의견을 묻자, “광우병은 사라졌다. 정형 광우병은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지금 발생하는 광우병은 모두 위험하지 않은 비정형이기 때문에 광우병은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해 발생한 29마리의 국가별 수치를 일일이 제시하면서, 모두 비정형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세계동물보건기구(OIE) 누리집을 확인한 결과, 지난해 발생한 광우병 29건 중 비정형은 3건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인 26건이 이 교수 본인도 위험성이 높다고 인정하는 정형 광우병이었다. 올해에도 전세계에서 정형 1건, 비정형 3건 등 모두 4건의 광우병이 발생했다.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쪽에서도 “여전히 정형 광우병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혀 이 교수의 ‘통계 부실’을 확인했다.

▲ 검역중단 촉구 행위극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회원들이 1일 오전 서울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및 검역 중단을 촉구하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정부 “비정형 광우병 위험성 거의 없어”
미국서 발생 비정형 L형, 감염력 높아

■ 비정형 광우병은 위험성이 없다?
정형 광우병은 동물성 사료에 의해 발생하지만, 비정형 광우병은 발생 원인이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정형 광우병과 비교해 보면, 발생하는 뇌의 부위와 프리온(광우병 원인체)의 크기가 달라 비정형 광우병은 소의 노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기도 하고, 돌연변이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용호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장은 “비정형 광우병은 전염성도 없고 위험성도 거의 없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라고 말했다. 이 교수도 “아직 연구 단계지만, 비정형의 병원성은 정형의 2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29일 농식품부의 보도자료를 보면, ‘비정형 광우병이 인간에게 감염되는 게 확실하게 규명되지 않았지만, 엘(L)형은 소 프리온에 민감한 쥐에서 정형 광우병보다 감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가 있다’고 적혀 있다. 비정형 광우병 가운데 프리온 분자량이 정형보다 작은 것은 엘형, 큰 것은 에이치(H)형으로 나뉜다. 이번에 미국에서 발견된 광우병이 어떤 형식인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고 우리 정부는 밝혔지만, 과학전문잡지 <네이처>는 지난 27일 엘형이라고 보도했다. 우희종 서울대 교수(수의학)는 “엘형 비정형 광우병은 일반 광우병보다 더욱 감염력이 있고 또한 종간 장벽을 쉽게 넘나든다는 최근 연구 결과도 있어서 식품 유통 과정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매우 조심해야 하는 유형”이라고 말했다.


정부 “미 일어서지 못하는 소 집중예찰”
다우너소 중 10%만 광우병 검사

■ 도축 때 모든 소 광우병 검사 한다?
‘미국은 전체 소의 0.1%에 대해서만 광우병 검사를 하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지적에 대해 농식품부는 ‘일어서지 못하는 소 등 고위험군에 속하는 소를 연간 4만마리 집중 예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는 별도로 도축되는 모든 소에 대해 수의사의 임상 검사를 거치고 특정위험물질 등을 제거하기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고 강조한다. 이에 일부 언론들이 ‘미국은 도축할 때 모든 소에 대해 기본적인 광우병 검사를 하고 있는 셈’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미국 농무부 자료를 보면, 미국에서는 주저앉는 증상을 보이는 ‘다우너 소’를 의무적으로 광우병 검사를 하지는 않고 있다. 따라서 연간 13만~19만마리의 다우너 소가 발생하는데,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그중 2만마리만 광우병 검사를 하는 상황이다. 다우너 소만 따져도 10마리 중 1마리만 광우병 검사를 받고 있는 셈이다. 미국 언론들이 미국의 광우병 검사체계가 축산업자나 낙농업자들의 로비에 밀려 유럽이나 주요 쇠고기 수출국보다 취약하다고 비판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일본은 20개월령 이상, 유럽은 30개월령 이상의 소는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



정부 “뇌 등 제거하면 광우병 소도 안전”
광우병소 100% 폐기처분이 원칙

■ SRM 제거하면 광우병 소도 안전하다?
‘뇌 등 특정위험물질을 제거하면 광우병에 걸린 소도 안전하다’는 농식품부의 보도자료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광우병에 걸린 소의 경우 전체를 특정위험물질로 보고 100% 폐기처분하는 게 국제 원칙이기 때문이다. 살코기뿐 아니라 부산물까지도 식용, 가공용, 사료용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미국 식약청이 규정하고 있다.

특히 2005년 독일 연구팀이 10마리의 생쥐를 광우병에 감염시켰는데, 그중 한 마리의 넓적다리 근육에서 변형 프리온이 검출됐다. 비록 이 실험에 사용된 생쥐가 일반적인 소보다 10배나 광우병에 더 민감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했지만, 살코기에 들어 있는 신경조직에 광우병 원인체가 분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된 셈이다. 2007년 일본 학자의 연구에서도 뇌나 척수뿐만 아니라 좌골신경, 부신, 내장신경에서도 변형 프리온이 검출된 바 있다.


출처 : ‘광우병쥐’ 실험으로 들통난 정부의 거짓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