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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노동과 삶

'폭력 업체' 컨택터스, 알고보니 군사조직 방불 충격

‘폭력 업체’ 컨택터스, 알고보니 군사조직 방불 충격
[윤효원의 '노동과 세계'] UDT 출신 채용한 ‘민간 군사기업’ 표방
[프레시안] 윤효원 IndustriALL 컨설턴트 | 기사입력 2012-07-30 오후 3:52:10


며칠 새 노동계에서는 컨택터스(CONTACTUS)라는 '용역회사'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에 있는 자동차업체 부품업체인 SJM공장에 200명이 넘는 컨택터스 경비직원들이 들이닥쳐 농성 중이던 조합원 150명을 폭력으로 몰아내면서 35명을 테러했기 때문이다.

부상자 중 11명은 머리가 찢어지고, 팔다리가 부러지고, 얼굴이 내려앉는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했다. 지난 토요일까지 멀쩡하던 컨택터스의 회사 홈페이지(contactus.kr)는 용역 경비직원들의 폭력테러 사태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자 일요일부터 폐쇄된 상태다.

▲ 경찰 차림을 하고 헬멧, 방패, 곤봉으로 무장한 사설 경비업체 용역 직원들. ⓒ김상민


‘민영화된’ 경찰 업무

<세계일보> 2010년 10월 12일자는 "국내 노동쟁의나 노사분규로 인한 노조 파업과 노조의 집회시위 그리고 연대시위 현장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모습이 있다. 바로 검은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경호원들이다. 최근 CONTACTUS라는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경호원들을 자주 찾아볼 수 있는데…노동쟁의와 노사분규의 집회시위 현장이나 파업이 진행 중인 주요 현장에는 빠지지 않고 배치되어 있다"고 썼다.

기사는 "컨택터스는 투입 가능한 인원을 최소 300명에서 최대 3000명 이상까지 보유하고 있으며, 최신 장비인 투명 헬멧과 방패 및 방검복을 지급하는 등 부대 장비를 갖춰 현장에 배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금은 폐쇄된 컨택터스의 홈페이지 내용을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이 회사가 대한민국 경찰 수준의 진압 장비를 가지고 있음이 확인된다. 경찰이 보유한 것과 거의 동일한 수준의 병력 운송 버스와 시위진압용 독일제 물대포 차량까지 보유하고 있으며, 동원한 용역경비직원들에게는 시위진압 경찰용과 다름없는 장비를 지급하고 있다. 또한 제주도를 제외한 15개 광역시도에 지사망을 구축하여 전국적인 규모에서 사업을 진행해왔다.

▲ ⓒ컨택터스 홈페이지


시위 진압은 물론 무인헬기 채증까지

회사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시위 방어 장비, 경비감시견 운영, 무인헬기 항공 채증, 채증 전문팀 서비스 등을 자랑하고 있는데, 파업 현장을 진압하는 훈련 사진까지 버젓이 내걸었다. 국가 공권력 수준의 진압 장비와 대응 훈련을 비롯해 무인헬기 항공 채증 같은 전문적인 정탐 활동은 경찰은 물론 국정원 등 공안기관의 협조나 묵인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파업이 일어난 사업장을 "노동 권력자들에 의해 장악된 … 일부 귀족노조원과 노동 기득권자 그룹에 지배당한 … 현장"으로 묘사하면서 자신들의 테러행위를 "노사 화합과 공동선과 생존 모색"으로 미화시키는 컨택터스의 홍보물을 보면, 한국전쟁 전 해방정국에서 이승만 세력의 비호 아래 친일·친미 극우를 제외한 모든 정치세력에게 살인과 테러를 감행했던 서북청년단 같은 극우테러조직이 떠오른다.

▲ ⓒ컨택터스 홈페이지


고가 외제품 판매에서 아프간 분쟁지역 요원 파견까지

컨택터스의 사업 영역은 노조파괴 용역 사업에만 그치는 게 아니다. 2009년에는 쇼핑몰을 열어 구찌, 페레가모, 돌체, 디올, 프라다에서부터 입생로랑과 에르메스 등을 시판하려 했으며, 그에 앞서 수년 동안 고가 외제품 브랜드의 지적재산권 침해 대응 컨설팅을 다국적기업에 제공했다.

또한 컨택터스 대표 서진호는 '디텍티브(Detective)'라는 자회사를 통해 세계비밀서비스협회(WSSA)와 국제비밀서비스협회(ISSA)가 합쳐 1950년 만들어진 세계탐정사협회(World Association of Detectives, WAD)의 한국사무소 업무를 맡아 "해외 명품 구입 대행을 빙자한 사기사건 조사"등을 담당하기도 했다.

보다 충격적인 사실은 컨택터스가 "민간 군사 기업(PMC. Private Military Company)"을 표방하면서 2008년부터 미군 기지가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바그람 지역에 경호요원을 파견하고 주재 공관의 경호를 담당하기도 했으며, 이를 위해 국내 특수전 부대인 UDT 출신들을 채용했다는 점이다.


위헌적인 준(準)군사조직, 컨택터스

▲ 무장한 용역직원에게 폭행당해 SJM 노동자가 피 흘리고 있다. ⓒ트위터(@dongchimiheang)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으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나아가 국제평화 유지와 침략전쟁 부인을 선언하고,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며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않음을 확인하고 있다. 특히 우리 헌법은 노동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반(反)노조 사상에 물든 테러리스트들이 '용역'이라는 완장을 두르고 합법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들을 테러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 테러리스트들은 스스로 '민간 군사 기업'을 표방하는 컨택터스라는 정체불명의 업체에 채용된 자들이었다.

외제 고가품 수입·판매에서부터 탐정·정찰 행위를 거쳐 파업 현장에 테러리스트 투입은 물론, 아프가니스탄 같은 분쟁 지역에 UDT 출신의 '전문용병'을 파견하는 주식회사 컨택터스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다국적 '민간 군사 기업'을 표방하는 컨택터스의 인허가와 사업 확대 과정은 합법적이었을까. 아니면 정보기관, 정권 실세, 재벌을 등에 업은 탈법과 부패가 판치는 음모의 과정이었을까.


컨택터스의 이권·청탁 관계 모두 밝혀내야

경찰이 컨택터스의 대표를 소환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수사 초점은 컨택터스의 경비업법 위반에만 맞춰서는 안 된다. 도대체 이 희한하고 기괴한 기업의 실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탄생과 확장 과정에 어떤 불법·탈법이 도사리고 있는지를 밝혀야 한다. 각종 로비와 이권으로 경찰은 물론 정보기관과 정권 실세, 재벌이나 주한미군, 조직폭력단과 끈끈한 씨줄날줄로 엮여 있는 것은 아닌지를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

나아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노동자 테러로 먹고사는 모든 '용역업체'의 인허가 및 사업 과정을 실사해야 할 것이고, 국내는 물론 국외에 나가서까지 탐정·정찰·테러 행위를 벌이는 업체들의 실상을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지난 7월 17일은 제헌절이었다. '민간 군사 기업' 컨택터스의 노동자 테러는 헌법이 보장한 인권과 노동권을 처참하게 유린한 천인공노할 사건이다. 이 테러 사건에 대한 정부의 처리 과정은 대한민국 법이 만인(萬人,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지, 단지 만 명에게만 평등한 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출처  '폭력 업체' 컨택터스, 알고보니 군사조직 방불 충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