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코 용광로 사망’ 유족 “기계 오작동에 안전장치도 없었다”
“신형 래들 테스트 제대로 안해”…‘안전불감증’ 논란
[민중의소리] 김주형 기자 | 입력 2012-09-12 11:35:59 | 수정 2012-09-12 17:16:08
전북 정읍에서 발생한 주물공장(캐스코) 노동자 2명의 사망은 전북지역에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유족들과 동료들은 안전설비 미흡과 열악한 노동조건 등을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해 '안전불감증'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오전 8시께 전북 정읍시 북면 제3산업단지에 위치한 'CASCO'에서 쇳물을 붓기 전 온도와 슬러지(불순물)을 검사하던 박모(27)씨와 허모(28)씨가 갑자기 흘러나온 쇳물을 미처 피하지 못해 숨졌다. 이날 경찰과 119구급대는 8시30분께 도착했지만 쇳물이 쏟아지면서 만들어진 연기 등으로 현장조사와 사체수습은 20여분이 더 흐른 뒤에야 진행됐다고 한다.
11일 오후 박아무개(27)씨와 허아무개(28)씨의 시신이 모셔진 정읍아산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장례식장은 두 고인의 유족과 동료 등 수십 명이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1시간여의 기다림 끝에 유족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박씨의 형(30)과 허씨의 매형을 중심으로 유족들의 이야기가 진행됐다.
이번 사고로 숨진 박씨의 경우 상주는 갓 100일 남짓 된 딸로 돼 있었다.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지만 같이 살고 있다고 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허씨의 경우는 총각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부모님을 모시고 생활을 책임지는 가장이었다.
박씨의 형은 이 회사를 다닌 경력이 있었다. 제품에 따라 현장은 다르지만 작업은 거의 같다고 했다. 이같은 경험은 이번 사고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또한 고인들의 동료들이 현재 회사에 근무하고 있어 동료들의 입장까지도 대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일부 언론에 나온 '작업자 부주의'라는 보도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면서 '명백한 기계 오작동'임을 강조했다. 사고 래들의 경우에는 신제품 개발을 위한 신형 래들이었다. 박씨의 형은 "새 래들에 대한 테스트가 (래들이) 빈 채로 기계 작동 여부만 테스트 한 것"이라며 "실제 쇳물을 넣고 테스트 하지 않았다. 물 넣고 테스트도 안해 봤다. 이것은 사장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새 래들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들은 "새 래들은 이전 기계와 달랐다. 무게중심을 잡기 쉽지 않았다"면서 "이전 기계는 래들의 고정장치가 윗쪽에 있었지만 새 래들의 경우에는 이보다 아래인 거의 가운데 있었다"고 털어놨다.
특히 박씨의 형은 "슬러지 제거 작업 중 래들이 돌아가버린 것"이라며 "현장에 가서 보니 여전히 래들이 뒤집어진 상태로 있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사고 당일 경찰 등이 출동한 시간과 거의 동일하게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허씨의 유족에게는 연락조차 되지 않아 뒤늦게 사고소식을 듣고 현장을 찾았다고 한다.
또한 유족들은 사고를 대하는 회사쪽 태도에 대해서도 불만을 털어놨다. 이들은 "회사쪽에서 아직 사과도 없었다"면서 "사고 10시간만에 찾아와서는 다아는 상황만 설명했다. 어떻게 할 것인지는 조사 결과가 나와야 이야기 할 수 있다고 했다"고 하소연했다.
또한 "회사에 들어가보니 현장은 다 막혀 있고 비상통로도 없는 상태"라면서 "책임자도 없고 사고에 대해 이야기 해주는 사람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래들 돌아가는 것은 현장에 있는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 용해반이나 크레인 기사도 다 아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씨의 형은 "언론에는 사고 현장에 조형반 3명과 용해반 2명이 작업한 것이라 나왔는데,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용해반은 멀찍이 떨어져 있었고, 현장에는 조형반 3명만 작업하고 있었다"면서 "두 명(박씨와 허씨)이 래들 아래에서 슬러지 제거 작업을 하다 래들이 뒤집어지면서 사고가 났다. 1명은 조금 떨어져 있어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고 했다.
유족들은 안전장치와 안전설비조차 갖추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현장에는 제품이 널려있어 좁은 통로를 제외하면 피할 곳도 없었다"면서 "위험한 작업을 하는데 하다못해 주위에 파이프로 난간도 돼 있지 않았다"고 열악환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회사는 안전모만 쓰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쇳물이 가득한 래들이 오가고, 육중한 제품들이 빽빽한데 안전모가 무슨 소용이냐. 안전모 썼다고 쇳물이 쏟아지면 온전하겠냐"고 말했다.
이들은 또한 "고열의 작업장에 통풍도 안 된다"면서 "거기다 레진이라는 화학물질과 경화제를 모래와 섞어서 굳히는데 여기서 유해한 냄새가 나고 래들을 털어내면 검은 모래먼지가 날리는데 마스크 하나로 버틴다"고 했다. 마스크는 지급분량이 정해져 있어 하나로 2~3일씩 사용하기 일쑤라고 한다.
게다가 근로조건 또한 만만치 않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유족들은 "주5일 근무를 하지만 2교대(주야 맞교대) 근무를 한다"고 했다. 주간은 아침 8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근무지만 오후 8시30분까지 반강제적인 잔업을 하고 있으며, 오후 8시30분부터 다음날 아침 8시30분까지 야간조 근무가 들어간다는 것.
캐스코는 2005년 LS전선과 삼양엔텍, 두산엔진이 합작투자해 설립한 주물공장으로, 최근에는 삼양엔텍과 두산엔진이 거의 철수한 상황이다. 이 회사는 선박용 엔진 등 규모가 큰 대형주물을 생산하는데, 유족들에 따르면 정읍지역의 20~30대 청년들이 대부분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 이들은 지역에서 선후배, 친구 사이로 이번 사고로 크게 동요하고 있다고 한다.
사고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회사 관계자에게 통화를 시도했지만 착신을 정지시켜 놓고 있었다.
한편, 캐스코(CASCO)에는 취재진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어 사고현장을 확인할 수 없었다. 이날 오전 경찰과 노동부,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현장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과수가 사고 래들에 대한 정밀감식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알려졌다. 래들을 완전히 해체해서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사를 담당한 경찰 관계자는 "사체 식별이 불가능해 DNA를 채취해 국과수에 넘겼다"고 했지만 "치아구조가 달라 유족들이 식별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조사를 함께 했지만 일단 노동청(전주지방고용노동청)에서 안전사고 등에 대한 조사결과를 넘겨받게 되면 형법에 관계된 부분에 대해서는 조치할 예정"이라 밝혔다.
출처 ‘캐스코 용광로 사망’ 유족 “기계 오작동에 안전장치도 없었다”
“신형 래들 테스트 제대로 안해”…‘안전불감증’ 논란
[민중의소리] 김주형 기자 | 입력 2012-09-12 11:35:59 | 수정 2012-09-12 17:16:08
▲ 지난 10일 용광로참사가 일어난 전북 정읍 제3산업단지의 LS계열 캐스코 공장 ⓒ뉴시스
전북 정읍에서 발생한 주물공장(캐스코) 노동자 2명의 사망은 전북지역에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유족들과 동료들은 안전설비 미흡과 열악한 노동조건 등을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해 '안전불감증'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오전 8시께 전북 정읍시 북면 제3산업단지에 위치한 'CASCO'에서 쇳물을 붓기 전 온도와 슬러지(불순물)을 검사하던 박모(27)씨와 허모(28)씨가 갑자기 흘러나온 쇳물을 미처 피하지 못해 숨졌다. 이날 경찰과 119구급대는 8시30분께 도착했지만 쇳물이 쏟아지면서 만들어진 연기 등으로 현장조사와 사체수습은 20여분이 더 흐른 뒤에야 진행됐다고 한다.
11일 오후 박아무개(27)씨와 허아무개(28)씨의 시신이 모셔진 정읍아산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장례식장은 두 고인의 유족과 동료 등 수십 명이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1시간여의 기다림 끝에 유족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박씨의 형(30)과 허씨의 매형을 중심으로 유족들의 이야기가 진행됐다.
100일 된 딸이 상주 된 기막힌 사연
이번 사고로 숨진 박씨의 경우 상주는 갓 100일 남짓 된 딸로 돼 있었다.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지만 같이 살고 있다고 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허씨의 경우는 총각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부모님을 모시고 생활을 책임지는 가장이었다.
박씨의 형은 이 회사를 다닌 경력이 있었다. 제품에 따라 현장은 다르지만 작업은 거의 같다고 했다. 이같은 경험은 이번 사고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또한 고인들의 동료들이 현재 회사에 근무하고 있어 동료들의 입장까지도 대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일부 언론에 나온 '작업자 부주의'라는 보도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면서 '명백한 기계 오작동'임을 강조했다. 사고 래들의 경우에는 신제품 개발을 위한 신형 래들이었다. 박씨의 형은 "새 래들에 대한 테스트가 (래들이) 빈 채로 기계 작동 여부만 테스트 한 것"이라며 "실제 쇳물을 넣고 테스트 하지 않았다. 물 넣고 테스트도 안해 봤다. 이것은 사장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새 래들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들은 "새 래들은 이전 기계와 달랐다. 무게중심을 잡기 쉽지 않았다"면서 "이전 기계는 래들의 고정장치가 윗쪽에 있었지만 새 래들의 경우에는 이보다 아래인 거의 가운데 있었다"고 털어놨다.
▲ 지난 10일 용광로참사가 일어난 전북 정읍 제3산업단지의 LS계열 캐스코 공장 사고 현장 ⓒ정읍소방서
또한 유족들은 사고를 대하는 회사쪽 태도에 대해서도 불만을 털어놨다. 이들은 "회사쪽에서 아직 사과도 없었다"면서 "사고 10시간만에 찾아와서는 다아는 상황만 설명했다. 어떻게 할 것인지는 조사 결과가 나와야 이야기 할 수 있다고 했다"고 하소연했다.
또한 "회사에 들어가보니 현장은 다 막혀 있고 비상통로도 없는 상태"라면서 "책임자도 없고 사고에 대해 이야기 해주는 사람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래들 돌아가는 것은 현장에 있는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 용해반이나 크레인 기사도 다 아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씨의 형은 "언론에는 사고 현장에 조형반 3명과 용해반 2명이 작업한 것이라 나왔는데,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용해반은 멀찍이 떨어져 있었고, 현장에는 조형반 3명만 작업하고 있었다"면서 "두 명(박씨와 허씨)이 래들 아래에서 슬러지 제거 작업을 하다 래들이 뒤집어지면서 사고가 났다. 1명은 조금 떨어져 있어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고 했다.
안전장치는 안전모와 마스크뿐
▲ 캐스코(전북 정읍)에서 10일 오전 래들이 뒤집어져 2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사고현장. ⓒ박ㅇㅇ씨 유족
이어 "회사는 안전모만 쓰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쇳물이 가득한 래들이 오가고, 육중한 제품들이 빽빽한데 안전모가 무슨 소용이냐. 안전모 썼다고 쇳물이 쏟아지면 온전하겠냐"고 말했다.
이들은 또한 "고열의 작업장에 통풍도 안 된다"면서 "거기다 레진이라는 화학물질과 경화제를 모래와 섞어서 굳히는데 여기서 유해한 냄새가 나고 래들을 털어내면 검은 모래먼지가 날리는데 마스크 하나로 버틴다"고 했다. 마스크는 지급분량이 정해져 있어 하나로 2~3일씩 사용하기 일쑤라고 한다.
게다가 근로조건 또한 만만치 않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유족들은 "주5일 근무를 하지만 2교대(주야 맞교대) 근무를 한다"고 했다. 주간은 아침 8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근무지만 오후 8시30분까지 반강제적인 잔업을 하고 있으며, 오후 8시30분부터 다음날 아침 8시30분까지 야간조 근무가 들어간다는 것.
캐스코는 2005년 LS전선과 삼양엔텍, 두산엔진이 합작투자해 설립한 주물공장으로, 최근에는 삼양엔텍과 두산엔진이 거의 철수한 상황이다. 이 회사는 선박용 엔진 등 규모가 큰 대형주물을 생산하는데, 유족들에 따르면 정읍지역의 20~30대 청년들이 대부분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 이들은 지역에서 선후배, 친구 사이로 이번 사고로 크게 동요하고 있다고 한다.
사고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회사 관계자에게 통화를 시도했지만 착신을 정지시켜 놓고 있었다.
한편, 캐스코(CASCO)에는 취재진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어 사고현장을 확인할 수 없었다. 이날 오전 경찰과 노동부,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현장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과수가 사고 래들에 대한 정밀감식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알려졌다. 래들을 완전히 해체해서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사를 담당한 경찰 관계자는 "사체 식별이 불가능해 DNA를 채취해 국과수에 넘겼다"고 했지만 "치아구조가 달라 유족들이 식별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조사를 함께 했지만 일단 노동청(전주지방고용노동청)에서 안전사고 등에 대한 조사결과를 넘겨받게 되면 형법에 관계된 부분에 대해서는 조치할 예정"이라 밝혔다.
출처 ‘캐스코 용광로 사망’ 유족 “기계 오작동에 안전장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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