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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노동과 삶

창조컨설팅 “민노총 탈퇴시키면 1억 달라”

창조컨설팅 “민노총 탈퇴시키면 1억 달라”
창조컨설팅, ‘이면계약’ 사실로 드러나
유성기업서만 1년에 6억원…3곳서 14억 벌어들여
불법 내용 많아 ‘비밀누설땐 책임’ 계약서에 넣기도

[한겨레] 김소연 기자 | 등록 : 2012.09.24 08:37 | 수정 : 2012.09.24 22:32


▲ 지난해 5월24일 오후 충남 아산시 둔포면 유성기업 공장 안에서 점거농성을 벌이던 노조원들이 경찰에 연행된 채 바닥에 앉아 있다. 아산/김태형 기자

창조컨설팅한테 ‘민주노조 와해’는 곧 수입으로 이어졌다.

2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과 <한겨레>가 입수한 창조컨설팅의 계약서를 보면, 창조컨설팅은 유성기업과 2011년 5월6일 ‘성공보수’라는 명목으로 이면계약을 맺었다. 이들은 “금속노조 산하 지회 소속 조합원 수가 2011년 5월6일 기준 50%로 감소된 시점에 일금 8000만원(부가가치세 별도), 금속노조 산하 지회 소속 조합원 수가 2011년 5월6일 기준 20%로 감소된 시점에 또다시 일금 8000만원(부가가치세 별도)을 7일 이내에 지급해야 한다”고 계약서를 작성했다. 이면계약서는 ‘대외비’로 비밀리에 관리됐다.

상신브레이크와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도 마찬가지다. 상신브레이크와 창조컨설팅은 2010년 8월23일 “금속노조 대구지부 상신브레이크 지회가 민주노총을 탈퇴하거나, 상급단체를 변경했을 때 성공보수로 일금 1억원을 5일 이내 지급해야 한다”고 약정했다. 2010년 11월 상신브레이크지회가 금속노조 탈퇴를 결정해, 계약대로라면 창조컨설팅은 1억원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에서도 성공보수 약정이 있었다. 발레오와 창조컨설팅은 “상생의 노사관계가 정착된 경우 일금 1억원을 별도로 지급한다”고 합의했다. 금속노조 발레오지회는 2010년 6월 금속노조 탈퇴를 결정했다.

사실상 ‘노조 죽이기’ 프로그램인 창조컨설팅의 컨설팅 계약금액은 월 2500만~5000만원으로 천차만별이다. 창조컨설팅과 유성기업은 2011년 5월부터 올 5월까지 12개월 동안 계약을 맺었고, 월 5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유성에서 컨설팅 비용으로만 1년에 6억원을 번 셈이다.

상신브레이크는 노사 갈등이 한창이던 2010년 8월~2011년 2월 6개월 동안은 월 4900만원에 계약했으며 2011년 1~6월 6개월은 월 3000만원에 컨설팅 업무를 맡겼다. 창조컨설팅이 1년 동안 상신에서는 받은 돈은 4억7400만원이다. 발레오전장과는 2010년 4월~2010년 9월 5개월 동안 월 2500만원에 계약해 1억2500만원을 벌었다. 창조컨설팅이 이들 3개 회사 노사관계에 개입하면서 받은 돈이 ‘성공보수’를 포함해 계약서상으로만 14억원에 이르는 셈이다. 유성과 상신은 이와 별도로 창조컨설팅과 월 100만원씩의 자문계약도 맺었다.

컨설팅의 목적은 분명했다. 창조컨설팅이 작성한 ‘노사관계 안정화 컨설팅 제안서’(2011년 4월)를 보면, “금속노조 영향력 축소를 통한 노사관계 안정성 확보. 온건·합리적인 제2노조 출범” 등을 목표로 전략과 전술을 수립해주고 단체교섭·쟁의행위 대응은 물론, 홍보 및 정부 등 유관기관 대응도 지원해주고 있다. 사용자들에게는 그야말로 ‘민주노조 파괴 패키지’ 상품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불법적인 내용이 담긴 탓에 계약 과정에서 창조컨설팅이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비밀준수 의무다. 3개 회사는 창조와 계약을 맺으면서 “을(회사)은 계약기간 중 또는 계약기간 종료 후에도 갑(창조컨설팅)의 업무와 관련된 비밀을 정당한 사유 없이 타인에게 누설할 경우 모든 책임을 진다”는 비밀준수 의무 조항을 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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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의 ‘돈벌이’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회사에 협조적인 노조가 만들어졌다고 노사관계가 순식간에 안정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논리로 사용자 쪽에 또 하나의 컨설팅을 제안하기도 했다. 창조컨설팅이 상신브레이크를 상대로 만든 ‘쟁의행위 대응 경과보고 및 향후 대응방안’(2010년 12월9일) 문건을 보면, “조합원들이 금속노조를 탈퇴한 것은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라기보다는 노조로 인해 회사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두려움과 고용의 불안감에서 일시적인 위축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라며 노사관계 안정화를 위한 컨설팅이 계속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복수노조 대비 대응방안 수립, 노무관리 진단 및 구성원 인식진단 등 노무관리 컨설팅의 경우 6개월이 필요한데 월 3000만원을 제시했다. 중간관리자 역량 강화 등 교육 컨설팅은 1년에 20차례 진행하고 1억9400만원, 인사·조직 컨설팅은 6개월에 1억5000만원을 각각 제시하고 있다. 유성기업에도 ‘조직활성화 창출과정’(2011년 9월) 명목으로 5일 동안 75명을 교육시키는 데 9200만원을 제시했다.

전국금속노조 김지희 대변인은 “사용자와 창조컨설팅이 결탁해 헌법에 명시된 조합원들의 노조활동을 놓고 돈으로 거래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고소·고발 등을 통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출처 : 창조컨설팅 “민노총 탈퇴시키면 1억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