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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 피해자가 ‘용공분자’로…유신 미화하는 정부출연기관

5·16 피해자가 ‘용공분자’로
유신 미화하는 정부출연기관
[경향신문] 송현숙 기자 | 입력 : 2012-10-09 21:03:29 | 수정 : 2012-10-09 21:03:29



정부출연기관인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이 한국역사정보통합시스템에 박정희를 묘사하면서 5·16 피해자를 ‘용공분자’로 서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역사정보통합시스템은 한중연이 관리하고 있는 한국사 정보사이트다.

또 정춘수 등 친일인사들의 친일행각에 대해서는 한 줄도 적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중연은 홈페이지에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 사진을 내걸고 유신정부를 미화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9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국감에서 박홍근 의원(민주통합당)은 “한국역사정보통합시스템에서 박정희를 검색하면 5·16 쿠데타에 대해 ‘정권을 장악한 그해 말까지 3000여명의 용공분자와 4000여명의 폭력배를 체포했다’고 묘사하고 있다”며 “5·16 쿠데타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5·16으로 피해입은 사람들을 ‘용공분자’로 매도했다”고 밝혔다.

한국역사정보통합시스템 인물사전에서는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2009년 이명박과 국회에 보고한 일제강점기 말기 친일반민족행위 관련자 704명 중 상당수 친일인사들의 친일행적과 평가가 빠져 있다. 박 의원은 “친일행적으로 동상까지 철거된 정춘수의 경우 친일행적은 단 한 줄의 기록도 없이 민족대표 33인의 독립운동가로만 기록되어 있으며 모윤숙·이광수 등에 대해서도 친일행위에 대한 기록 자체가 없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또 “한중연은 홈페이지의 ‘한국학중앙연구원 30년사’에서 박정희의 유신이념에 따라 1978년 한중연이 설립됐다고 서술하면서 박정희와 박근혜 후보의 사진을 게재했다”며 “정부출연기관이 박정희 기념사업회 홈페이지를 방불케 하는 찬양글과 함께 대선 후보 사진까지 게재한 것은 선거중립을 훼손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올해 이뤄진 국사편찬위원회의 중학교 역사교과서 검정 심의 과정에 대한 지적도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정진후 의원(무소속)은 국사편찬위 검정심의위원회가 중학교 역사 검정 교과서에서 ‘대통령 3선 금지’는 ‘중임 제한’이라는 표현으로 중화하고, 일본군 위안부를 성노예로 언급한 부분을 삭제하라고 권고하는 등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김태년 의원(민주당)은 국사편찬위가 검정 과정에서 ‘을사늑약’이라는 표현을 ‘을사조약’으로, ‘일왕’을 ‘천황’으로 바꾸도록 한 것(경향신문 10월 9일자 12면 보도)을 지적하며 이태진 국사편찬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외교통상부 국감에서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전액 예산지원하는 민간단체인 사단법인 해외한민족교육진흥회가 발간·보급한 <알기 쉬운 한국사>가 ‘제주 4·3사건’을 좌익세력의 준동으로 이어진 ‘제주도 폭동’으로, ‘5·16 군사쿠데타’는 ‘5·16 군사혁명’으로 표현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홍익표 의원(민주당)은 “이는 명백한 이념편향이고 역사왜곡이며, 해외에도 (영문판으로) 보급된다는 측면에서 매우 심각하다”고 말했다. 국제교류재단은 외교통상부 산하기관으로 제주 서귀포 혁신도시에 입주할 예정이다.


출처 : 5·16 피해자가 ‘용공분자’로…유신 미화하는 정부출연기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