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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쪽바리당과 일당들

‘증세없는 복지’ 답 안나오자…공약 버리자는 새누리

‘증세없는 복지’ 답 안나오자…공약 버리자는 새누리
뉴스분석 복지확대 공약 수정 요구
“예산 없는데 공약대로 곤란”
새정부 출범하기도 전에
공약 파기방안부터 꺼내

[한겨레] 안선희 기자 | 등록 : 2013.01.14 20:07 | 수정 : 2013.01.14 23:21



예산이 없는데 '공약이므로 공약대로 하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대형 예산공약에 대해서는 출구전략도 같이 생각하면 좋겠다.”(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

대선 공약에서 기초노령연금을 '올해부터’ 20만원씩 지급한다고 한 적이 없다. 65세 이상 노인 ‘전부’에게 지급한다고 한 적도 없다.”(나성린 새누리당 정책위 부의장)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한달도 지나지 않아 여당인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복지공약을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 기간에 ‘복지 확대, 증세 없음, 재정건전성 유지’라는 ‘트릴레마’(trilemma · 동시에 세 목표를 모두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를 해결할 수 있다고 내세웠지만, 막상 대선 뒤 재원 마련이 어려움에 부닥치자 공약을 파기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14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재원 확보 문제점을 거론하며 “이건희 삼성 회장에게도 노령연금을 주는 것이 올바르냐. 선별복지 대원칙이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기초연금 공약 수정을 요구했다. 나성린 부의장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에 출연해 아예 기초연금 공약 내용 자체를 부인했다. ‘기초연금’은 박근혜 당선인의 복지 분야 대표 공약으로, “2013년 관련 법을 개정해, 기초연금 도입 즉시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과 중증장애인에게 현재 기초노령연금의 2배 수준(약 20만 원)으로 인상해 지급하겠다”고 공약집에 나와 있다.

이날은 박근혜 당선인이 공약 이행에 소극적인 정부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당선인 쪽의 공식 브리핑이 나온 지 이틀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지난 12일 박선규 당선인 대변인은 “복지정책에 대해 특정 부처에서 재원상 뭐가 어렵다, 그런 기사들이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각 부처가) 과거 관행에 기대 문제를 유지해가려는 부분에 대해 박 당선인이 불편한 마음을 분명히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공약 이행 방안’에 몰두해야 할 당선인과 여당, 정부 등이 ‘공약 파기 방안’을 두고 옥신각신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파열음은 애초 박 당선인의 공약 안에 그 씨앗이 잠복해 있었고, 대선이 끝나고 실행에 들어가야 할 시점이 오자 수면 위로 올라온 측면이 크다.

박 당선인은 대선 공약에서 5년 동안 공약 이행을 위해 131조4000억 원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대부분 복지 확대와 관련된 재원이다. 적지 않은 액수지만 이 또한 과소계상돼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표적으로 기초연금을 위해 5년 동안 14조6672억 원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지만, 노인 모두에게 20만 원 수준의 기초연금을 지급하려면 한해에만 8조 원 이상이 추가로 필요하고 이 액수는 점점 늘어난다.


“세출조정 등 최대한 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부자증세해야”

더 큰 문제는 재원 조달 계획이다. 박 당선인은 증세 없이, 재정건전성을 지키면서 공약을 이행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대신 기존 예산절감과 세출 구조조정 71조 원(한해 15조~17조 원), 비과세·감면 축소 15조 원,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한 탈루세금 축소 28조5000억 원 등으로 5년 동안 134조5000억 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해 350조 원 규모(올해 342조 원)의 예산에서 15조 원 이상을 한꺼번에 줄이는 것은 무리라는 게 정부 안팎의 시각이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일부 불필요한 예산을 줄이는 것은 분명히 필요하지만 우리나라는 애초 재정 규모가 작고, 인건비 같은 경직성 경비가 상당 부분을 차지해 절감의 여지가 크지 않다. 대규모 토목사업도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심재철 최고위원이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증세나 재정적자는 안 하겠다고 했으니 남은 방법은 세출 구조조정뿐이지만, 세출 구조조정으로 각 부처에서 조 단위 예산을 염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지하경제 양성화 역시 재원 대책으로 보기에는 불충분하다. 복지정책은 법이 통과되면 당장 일정 규모의 돈이 필요하지만, 탈루세금을 적발하는 것은 목표를 세웠다고 바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인수위 내부에서는 기초연금 시행을 위해 국민연금 재정을 사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지만, 이 또한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닥치고 있어 현실화 여부가 불투명하다.

결국 이런 현실적 압박이 커지자 여당과 정부 쪽에서 트릴레마의 세 가지 축 가운데 ‘복지 확대’를 포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경제학과)는 “박 당선인은 무엇보다 기초연금 같은 민생공약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으로 당선된 것이다. 정부가 출범해 공약을 이행하려는 노력도 제대로 해보지 않고 벌써 공약의 수위조절을 논하는 것은 조금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국민 기만’에 가까운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 교수는 “일단은 박 당선인의 공약대로 최대한 세출 구조조정과 세정 강화를 통해 재원 마련을 해보되, 만약 이것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나면 고소득층과 대기업의 세부담부터 늘려나가는 ‘증세’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박 당선인은 공약집에서 “세입 확충의 폭과 방법에 대해 ‘국민대타협위원회’를 통해 국민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증세 가능성을 열어놓은 바 있다.


출처 : ‘증세없는 복지’ 답 안나오자…공약 버리자는 새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