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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死大江

기준 어긴 보설계 ‘안전 흔들’…준설에만 매년 3000억 들판

기준 어긴 보설계 ‘안전 흔들’…준설에만 매년 3,000억 들판
설계부터 시공까지 부실
[한겨레] 노현웅 기자 | 등록 : 2013.01.17 21:56 | 수정 : 2013.01.18 10:34



설계부터 시공까지, 4대강의 총체적 부실은 예견된 결과였다. 감사원의 17일 감사 결과를 보면, 4대강에 설치된 16개 보 가운데 15개에서 설계 부실이 확인됐다. 턴키 방식의 시공 과정에서는 이미 대규모 입찰비리가 드러난 바 있다.

감사원은 물길을 가로막고 있는 보의 설계 부실을 가장 크게 지적했다. 4대강 보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공되는 대규모 물막이 시설물(높이 4~12m)이었다. 빠른 물살을 견디기 위해 충분히 속도를 줄일 수 있는 물받이공과 바닥보호공이 설치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실제 공사를 담당한 건설업체들은 기준에 따르지 않고 보 설계기준을 제멋대로 바꿨다. 건설업체는 강폭이 수백m에 이르는 4대강에 물막이보를 설치하면서, 높이 4m 미만 소규모 물막이보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했다. 그 결과는 보의 안전성 저하였다. 물살의 흐름은 줄어들지 않았고, 물높이가 적절히 유지되지 않아 보에 균열이 생기는 현상까지 벌어진 것이다.

결국 4대강 전 구간에 설치된 16개 보 가운데 15곳에서 ‘안전도 저하’ 판정이 나왔다. 이포보를 제외한 15개 보에서 바닥보호공이 유실됐다. 합천·창녕보의 경우는 그 넓이가 3,800㎡에 달했다. 또 바닥이 파이는 세굴현상 역시 최대 20m까지(창녕·함안보) 두루 나타났다.

▲ 지난해 11월19일 서울 환경재단에서 열린 ‘4대강 보 붕괴 시작’ 기자회견에서 박창근 관동대 교수가 칠곡보 수중촬영 동영상을 보며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수백m 강에 겨우 4m 높이 물막이보
바닥보호공 유실에 세굴 최대 20m
물높이 예측 잘못해 수문도 위험
국토부 부실 알고도 땜질 처방만


더구나 국토해양부는 이런 사실이 드러난 뒤에도, 근본적 해결책 없이 땜질 처방만 반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닥보호공 유실 등 피해가 확인된 뒤에도 국토해양부는 막연히 바닥보호공만 확장하는 등 임시방편의 보수만을 반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운동연합의 이철재 정책위원은 “그동안 학계와 시민사회 진영, 야권이 지속적으로 4대강 보의 안전성 문제를 제기했지만, 국토해양부는 단 한번도 성실한 검증에 나선 적이 없었다. 전국 곳곳에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폭탄을 만들어 둔 셈인데, 이제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에 전가되게 생겼다”고 말했다.

보에 설치된 수문에서도 이상이 발견됐다. 설계 당시 예상 물높이와 실제 물높이가 달라 수문이 수압을 견디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칠곡보·구미보·낙단보 등은 하류의 물높이가 높아 안전성 저하로 수문을 열고 닫는 것조차 위험한 상황이다. 또 수문을 열고 닫을 때 나타나는 진동 현상이 고도의 수압에 증폭될 수 있는 가능성은 설계 당시 검토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미보 등 12개 보는 수문 진동에 의한 영향을 아예 검토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국토해양부에 이런 결함을 조속히 시정하도록 통보하고, 관련자에게 주의를 촉구했다. 관동대 박창근 교수(토목공학)는 “2011년 1차 감사 당시 예견됐던 문제를 당시에는 묵인했기 때문에, 결국 4대강 사업은 마무리되고 말았다”고 아쉬워했다. 4대강 사업 실무를 담당했던 한국수자원공사 고위 관계자는 “감사원의 감사 내용을 면밀히 확인하고 차후 보완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출처 : 기준 어긴 보설계 ‘안전 흔들’…준설에만 매년 3000억 들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