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死大江

[4대강 기고] (2) 22조원 헛사업, 처음부터 조사해야

[4대강 기고]
(2) 22조원 헛사업, 처음부터 조사해야

[경향신문]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 | 입력 : 2013-01-25 21:05:34 | 수정 : 2013-01-25 23:11:13


감사원이 지난 17일 4대강 사업은 총체적 부실덩어리였다는 요지의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4대강 사업의 목적은 달성할 수 없었고, 잘못된 설계를 바탕으로 4대강 공사를 부실하게 했으며, 공사 후 유지관리도 적절하지 못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국민 세금 22조원이 강물에 떠내려간 셈이다. 참으로 허망하다.

하천 수질을 개선하고 물을 확보하고 홍수를 예방함으로써 우리나라 물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 4대강 사업의 목적이었다. 하지만 감사원은 하천에 설치한 보가 물의 흐름을 차단해 물이 정체되어 수질이 악화된다는 평가를 했다. 보를 건설하면 물의 양이 많아져 수질이 개선된다는 정부의 주장은 빛을 잃었다. 구체적 활용 계획도 없이 4대강 본류에 8억㎥의 물을 확보한 것은 4대강 사업이 졸속으로 진행되었다는 증거다.

낙동강 상류구간에서는 사업 전 법정 홍수방어 능력을 이미 확보했음에도 홍수를 예방한다는 명목으로 대규모 준설을 했다. 법정계획인 유역종합치수계획에 근거해 홍수방어 기준을 설정하고 이 기준을 만족하는 ‘필요최소 준설계획량’을 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는 낙동강의 경우 최소 수심 6m를 확보할 수 있는 특정 준설단면을 미리 설정하고 일괄 준설하는 준설계획을 수립했다. 낙동강 하류부인 ‘함안보∼합천보’ 구간(43㎞)에서 감사원이 수심을 측량한 결과 최근 1년간 38%가 재퇴적된 것으로 드러났다. 유지관리 차원에서 추가로 준설할 경우 약 3000억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헛준설을 한 것이다.

4대강 사업을 위한 설계는 밀실에서 6개월 만에 뚝딱 만들었다. 국제 규격으로 중·대형 댐(dam)에 해당하는 하천 구조물을 보(weir)라 규정하고 설계를 한 것이 부실 설계의 시작점이다. 댐은 모래를 다 퍼내고 암반 위에 콘크리트를 타설해 만드는데, 4대강에 건설한 보는 암반에 말뚝을 박고 그 위에 콘크리트로 만든 육중한 구조물이다. 즉 보 아래에는 모래가 있기 때문에 모래 위에 건설한 보라 할 수 있다. 보 주변에 있는 모래는 세굴되고 보 아래로는 물길이 생겨 모래가 파여 나가는 파이핑 현상이 발생했다. 총 16개 보 가운데 15개 보에서 보의 일부인 바닥보호공이 유실되거나 침하됐다. 12개 보에서는 수문 개폐 시 발생하는 유속으로 인한 충격 영향 등을 설계에 반영하지 않아 수문 운영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는데, 많은 보에서 수문이 정상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관계자의 제보가 있었다.

보는 수압 등에 직접 저항하는 대규모 콘크리트 구조물이므로 균열, 누수 방지 등 품질 관리가 중요하다. 그럼에도 함안보 등 6개 보의 경우 자료를 왜곡해 균열 억제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했다. 또한 공주보 등 11개 보는 유실된 바닥보호공에 대한 보수공사도 부실해 2012년 하반기 수문 개방 시 6개 보에서 다시 피해가 발생했다.

결론적으로 감사원은 ‘4대강 사업에서 반드시 보완이 필요한 보의 안전성, 수질관리 및 유지관리 등과 관련된 주요 사항에 대하여 전반적인 개선 방안을 제시’하라고 지적했다. 총체적인 부실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보의 안전성에 대한 보다 정밀한 조사가 필요했고, 4대강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국가 재정법 등 많은 법령을 위반한 사실에 대한 감사가 빠져 아쉽다. 특히 8조원의 예산으로 보 건설을 주도한 수자원공사가 수자원공사법을 위반한 내용에 대한 검토가 없었다. 이런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국회는 제 기능을 하지 못했고, 이명박 정부는 비판에 귀를 막아버렸다. 대부분의 언론은 4대강 사업의 실체에 눈을 감았다.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와 청문회가 필요하고, 독립적인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4대강 사업의 처음부터 끝까지 살펴보아야 한다. 무모한 개발이 환경을 파괴하고 예산을 낭비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 22조원이란 수업료를 지불했다. 그러나 우리가 얻은 교훈은 오래된 상식이었다.


출처 : [4대강 기고] (2) 22조원 헛사업, 처음부터 조사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