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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死大江

“사진 찍지 말라고, ×새끼야. 내 찍을 권리 있나?”

4대강에는 ‘대통령 계엄령’이…취재하기 힘드네
[토요판] 환경담당 기자의 ‘취재 수난기’
“사진 찍지 말라고, ×새끼야. 내 찍을 권리 있나?”

[한겨레] 남종영 기자 | 등록 : 2013.01.25 20:20 | 수정 : 2013.01.26 16:07


▲ 4대강 사업현장에서 자유로운 취재는 불가능했다. 공사현장에서 한참 떨어져 있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카메라를 든 기자들은 접근을 금지했다. 지난 7월 낙동강 강정고령보에서 <한겨레> 취재진이 강물 쪽으로 다가가자, 건설업체 직원들이 공사중이라며 몸으로 막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4대강 가면 난리, 공무원 발언 쓰면 난리

“허가 없인 취재 못합니다”
현장 접근 안되고 사진 못 찍고 욕설을 듣는 건 다반사였다
한번은 기사를 쓰기도 전에 정부 보도해명자료가 날아왔다

대부분 공무원들과 학자들은 4대강 비판에 입을 닫았다
“한 신문에 수질기사가 났어요. 기자와 연락한 사람 색출한다고 총리실에서 통화내역 뒤지고…”



“사진 찍지 말라고, ×새끼야. 내 찍을 권리 있나?”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4대강에서 공사가 시작된 건 2009년 10월이다. 그때부터 준공 시점인 2012년 9월까지 3년 동안 4대강에는 ‘대통령 계엄령’이 내려져 있었다. 기자가 욕설을 듣는 건 다반사였다. 4대강에선 언론의 자유마저 위축됐다.

2012년 4월 10일, 한강 이포보의 물놀이 시설에 녹조류가 끼어 ‘무용지물’이 됐다는 제보를 받고 취재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시공사인 대림산업 직원들은 “허가 없이 취재할 수 없다”며 휴대전화를 빼앗고 몸을 밀쳤다.

그날 오후 서울에 돌아와 기사를 쓰는데, 환경부 출입기자들에게 전자우편이 도착했다. 4대강추진본부는 전자우편에서 ‘이포보 녹조류’가 수질이 악화돼 생긴 게 아니라고 친절히 설명하고 있었다. 이 사건을 처음 보도한 ‘매체’는 신문도 방송도 아닌, 4대강추진본부 홍보팀이 부정기적으로 배포하는 ‘보도 해명자료’였다. 보도도 안 했는데, 해명자료를 받아보다니! 기자로서 진귀한 경험을 했다.

늘 이런 식이었다. 취재차량이 움직이면 어디선가 사륜 스포츠실용차(SUV)가 나타나 온종일 따라다녔다. 사진을 찍으려 해도 어디서 나타났는지 건장한 청년들이 다가와 몸으로 막아섰다. 공사장에서 한참 떨어진 둔치에 내려가도 길을 막았고, 멀리서 찍는 사진도 허가를 받아야 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취재진의 안전’이었다. 이를테면 100㎡ 가운데 1㎡에서 공사가 벌어지는데, 나머지 99㎡도 ‘안전상 접근하면 안 됐다’. 그냥 4대강에 가면 안 됐다. 정부의 허가와 동행 없이는.

4대강 사업을 감시하는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신변의 위협마저 느꼈다. 그래서 환경단체에서는 중요한 현장을 모니터링할 때마다 기자들에게 동행을 부탁했다. 기자가 없을 때는 더욱 억척스러웠던 것이다. 남한강에서 감시활동을 벌인 환경단체 ‘생태지평’의 명호 사무처장이 말했다.

“2010년 5월쯤이었어요. 강천보 주변에서 탁수가 흘러내려오더라고요. 수질검사는 해야겠는데, 강에 아예 접근을 못하게 하니까, 근처 다리로 가서 양동이를 내려 물을 떴어요. 그런데 저쪽에서 배가 오더니 양동이를 가지고 도망가더라고요.”

대규모 국책사업을 감시하는 민간활동은 보장받아야 한다. 이것이 성숙한 민주사회의 지표다. 특히 ‘단군 이래 최대의 토목공사’라는 4대강 사업은 엄격한 감시와 검증이 필요하다. 단일 사업에 22조원을, 그것도 2~3년 만에 다 쏟아붓는 사례는 외국에서도 찾기 힘들다. 하지만 <한겨레>와 <경향신문>, <오마이뉴스>를 제외한 대다수 언론은 ‘무관심’을 택했다. 끝없는 찬반 논란이 지겨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 위 사진) 지난해 7월25일 부산 강서구 낙동강 하구 일대가 녹조로 뒤덮여 있다. 녹조는 수온이 20도 이상인 더운 날씨가 지속돼 물속의 남조류가 번식하면서 물이 녹색을 띠는 현상이다.   부산/뉴시스
▼ 아래 사진) 지난해 11월 19일 공개된 칠곡보 하류 수중촬영 동영상. 물받이공 콘크리트 균열 사이로 깊이를 측정하기 위해 드리운 줄자가 80㎝를 가리키고 있다.   민주통합당 4대강조사특위 제공 동영상 갈무리
2011년 9월 4대강 사업의 주무부서인 4대강추진본부는 한 무리의 기자들을 버스에 실어 남한강에 데려갔다. 완공된 이포보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심명필 당시 4대강추진본부장이 강을 가리키며 설명하는데, 황톳물 한줄기가 남한강으로 유입되고 있었다. 환경청에서 적발했다면 바로 시정 요구를 할 사항이었지만 이날 기자들의 관심 대상에 오르지도 못했다. 심 본부장은 잠깐 황톳물에 관심을 비치더니 이내 다른 기자들과 말을 이어갔다.

4대강 사업과의 연관성이 의심되는 대형 재해가 발생해도 마찬가지였다. 경북 구미시 단수(2011년 5월), 낙동강 왜관철교 붕괴(2011년 6월), 낙동강 중류 녹조사태(2012년 7~8월), 금강·낙동강 물고기 떼죽음(2012년 10월) 등은 언론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사건이었지만, 보수 언론은 평소 같은 ‘파이팅’을 보여주지 않았다.

태생이 ‘개발부서’인 국토해양부와 달리 ‘보전부서’인 환경부에선 4대강 사업에 비판적인 시각이 우세했다. 환경부에서는 우스갯말이 떠돌았다.

“우리 환경부에서 4대강 사업 찬성하는 사람은 딱 한 명이에요.”

“그게 누군데요?”

“장관님요.”

이런 분위기에서 이만의 당시 환경부 장관이 총대를 멨다. 사업 초기 간부회의 자리에서는 ‘우리가 국토부 2중대냐?’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찬성자들은 하나둘 늘어갔다. 취재는 힘들어졌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기사를 쓰면, 관련자들은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졌다. 한번은 아침 일찍 전화가 왔다.

“총리실에서 보도경위 조사가 나왔어요. 미안합니다. 해명자료 낼 테니까 이해해주세요.”

처음에는 ‘미안하다’, ‘이해한다’는 말을 주고받을 정도로 신뢰가 있었다. 시일이 흐르면서 서로의 직업에 대한 이해와 신뢰는 깨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런 말 한 적 없습니다.” 언젠가부터는 아예 4대강에 대해 이야기하길 꺼렸다. 공무원들 사이에는 일종의 ‘공포 분위기’가 형성됐다. 지난해 환경부 관계자는 사석에서 수치심을 토로한 적이 있다.

“한 신문에 4대강 사업 뒤 수질이 악화될 거라는 수질모델 예측 결과가 실렸어요. 해당 기자와 연락한 사람을 색출하려고 간부 수십명에게 휴대전화 통화내역 조회 신청서까지 받아갔어요. 참 치욕스러웠습니다. 우리가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지난해 3월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문건’에서 공개되면서, 이 사건은 청와대까지 개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른바 ‘BH(청와대) 하명’으로 수질 예측 결과의 정보유출자를 찾는 상황을 보고한 문건이 발견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4대강 반대운동을 하는 민간인의 동향도 직접 챙기고 있었다. 경기도 남양주시 두물머리 농민들과 관련해 “불순세력 개입 상황을 파악”하라는 문건도 발견됐다.

이 모든 것을 움직이는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4대강 관련 지시는 대개 청와대에서 국토해양부, 환경부를 거쳐 전국의 공사 현장으로 이어졌다. 대통령이 던지는 한마디의 힘은 셌다. 공무원은 말의 무게를 가늠해 움직이기에 바빴고, 학자들은 이론적 근거를 만들었다.

지난해 여름 갑작스레 터진 낙동강 중류 녹조의 원인으로 언론과 환경단체에선 4대강 보를 지목했다. 원인에 대한 과학적 조사는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이명박은 쐐기를 박듯 “(녹조는) 기후변화로 인해 장기간 비가 오지 않고 폭염이 지속돼 발생하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밝혔다. 얼마 뒤 TV에는 유영숙 환경부 장관이 출연하는 공익광고가 흘러나왔다.

“해마다 빨리 피는 벚꽃, 수시로 나타나는 녹조. 먼 나라의 얘기가 아닙니다. 2012년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녹색생활 실천은 어렵지 않습니다. 플러그 뽑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낙동강 녹조를 막기 위해서 우리 국민이 전기를 절약해야 한다고 유 장관은 말하고 있었다. 녹조의 원인이 기후변화인가? 전기를 펑펑 쓴 국민 책임인가? 적어도 ‘이상고온 외에도 강물을 가둔 4대강 보와 관련성이 있을 수도 있다. 정확한 원인을 찾아보겠다’는 정도의 말 한마디만 걸쳤어도, ‘녹조라테를 청와대에 보내야 한다’는 등의 냉소를 자초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감사원이 지난 17일 발표한 ‘4대강 사업 감사 보고서’를 살펴보면, 대통령과 장관의 뜬금없는 ‘기후변화 원인설’은 설득력이 없음을 알 수 있다. 감사원은 보의 수질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동일한 조건에서 보가 있을 때와 없을 때를 가정해 수질예측 모델링을 다시 돌리라고 국립환경과학원에 요구했다. 이 결과 보가 있을 때 녹조물질인 조류가 더 번성했다.

“인공적인 보 설치로 조류 농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검토됐다. 특히 낙동강 구미보에서 합천보까지의 농도는 1.3~2.3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2013년 1월 4대강사업 감사결과 보고서)

이 보고서에서 지적한 최대 문제 구간은 구미보~합천보였다. 지난해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티스’가 검출되는 등 대규모 녹조현상이 일어나 문제가 됐던 바로 그곳이다.

토목공학계와 환경학계는 4대강 사업을 지지했을까? 정부는 4대강 사업이 학계에서 인정받은 사업이라고 줄곧 주장했지만, 기자가 가까이서 지켜본 풍경은 달랐다. 공개된 소수의 찬성 학자와 소수의 반대 학자만 있었다. 대부분의 학자는 관련 인터뷰를 거절했다. 각종 용역 때문에 정부와의 관계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솔직히 양해를 구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런 분위기는 2011년 여름 환경단체가 우려한 역행침식(본류의 과다 준설로 지류가 침식되는 현상) 등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4대강 사업에 긍정적이었던 ‘수자원학회’에서도 “4대강 사업에 참여한 우리 학회 회원들에 대한 향후 책임 문제가 제기될 텐데, 대책이 필요하다”(제4차 수자원학회 원로포럼)는 등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업에 직간접으로 참여한 교수들도 자료를 제공하면서 인터뷰에 응하기 시작했다. 물론 익명을 전제로 내세웠지만 말이다. 2011년 8월 한 교수와의 인터뷰 메모다.

“수자원학자들은 4대강 사업 전부터 역행침식을 걱정했어요. 개인적으로는 4대강 사업 반대예요. 기술로 (연구해) 사업(의 내용과 수준)을 결정해야지, 정부가 먼저 정책을 결정해놓고 따라오라고 하니. 그래도 (어차피 결정된 이상) 우리는 기술적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하니까요.”

한반도 대운하부터 4대강 사업까지 이 사업을 적극 찬성하거나 이론을 제공한 일부 학자들은 자리를 옮겼다.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는 국립환경과학원장에 임명됐으며, 이창석 서울여대 교수는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추진기획단장으로, 정상만 공주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국립방재연구소장으로 갔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로 4대강 문제의 해결점이 모색될 것 같더니, 최근엔 국토해양부와 감사원이 진실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는 양상이다. 4대강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23일 박용신 환경정의 사무처장이 말했다.

“경기도 시화호는 1995년 물막이 공사를 완료했는데, 이듬해 수질이 악화돼 문제가 됐지요. 태어나지 말아야 할 괴물이 태어난 거죠. 맨 처음 해수유통을 해야 한다고 했지만, 정부는 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수중폭기(물 순환) 장치를 설치하고, 부레옥잠을 심고, 조류제거선을 띄워도 효과는 없었죠. 수천억원을 쏟아붓고서야 2002년 정부가 해수유통을 결정하며 항복선언을 했습니다. 관료들과 정부 용역을 받는 전문가들이 우리 세금을 그렇게 써도 될까요? 그렇게 깨지는 예산이 한두 푼이 아닙니다. 관료들 퇴직금 털어서 갚으라고 말하고 싶군요.”


출처 : 4대강에는 ‘대통령 계엄령’이…취재하기 힘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