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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민간인사찰 연관 정황…검찰, 알고도 더 안캤다

현대차그룹, 민간인사찰 연관 정황…검찰, 알고도 더 안캤다
정치검사의 민낯
‘검찰 재수사 기록’ 살펴보니

[한겨레] 박태우 노현웅 송경화 기자 | 등록 : 2013.01.28 08:23 | 수정 : 2013.01.28 13:31


▲ 27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민원실 출입구 쪽에 있는 조형물 ‘서 있는 눈’에 대검 청사가 반사돼 보이고 있다.   김정효 기자

사건 불거진 2010년 7~8월
입막음 돈 전달된 2011년 등
현대차 당시 부사장
기아차 당시 부장
현대차 협력업체 사장 등
사찰관련자들과 수차례 통화
통화기록 나오고
일부 공무원엔 확인 질문하고도
현대차그룹 관련자는 소환안해
현대차쪽 “서면조사는 받아”


현대차그룹이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수습하는 데 발벗고 나선 구체적 정황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지만, 현대차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사건이 확대되는 것을 피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한겨레>가 입수한 이 사건 재수사 기록을 보면, 현대차그룹 임원들이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관련자들과 여러차례 통화한 사실이 확인된다. 통화가 이뤄진 때는 2010년 검찰의 1차 수사 때와 2011년 사건 관련자들에게 ‘입막음용’ 돈이 전달되던 무렵이다. 더욱이 현대차 임원이 이 사건 핵심 관련자인 진경락(46)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을 현대차 하청업체에 취업시켜주려 한 사실도 드러났다.


■ 현대차 임원의 잦은 등장 재수사 기록에는 정아무개(58) 현대차 사장(당시 부사장)이 자주 언급된다. 정 사장은 정진석(53)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의 6촌형이다. 정 사장은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이 처음 불거진 2010년 7~8월 박영준(53) 당시 총리실 국무차장의 차명전화로 여러 차례 통화했다. 7월27일 박 차장은 정 사장에게 오전 11시께 전화를 두번 걸어 3분 남짓 통화했고, 정인철(52)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에게 두차례 전화를 건 뒤 다시 정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검사는 박 차장을 보좌했던 이성도(40) 총리실 비서관에게 “박영준이 상당히 다급하게 통화를 하고 정인철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어떠한가요. 이인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 김충곤 지원관실 점검1팀장의 변호사 비용 등을 마련하기 위해 정 사장에게 연락한 것이 아닌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이 비서관은 “잘 모르겠다. 저는 정 사장을 민원인으로 봤지, 박 차장의 스폰서 격으로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변호사 비용 마련을 위해 연락이 이뤄졌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는 윤아무개 기아자동차 이사(당시 부장)와 최종석(43)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의 통화 기록도 있다. 윤 이사와 최 행정관은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2010년 7월12일~8월13일 27차례나 전화를 주고받았다. 눈에 띄는 것은 이영호(49)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과 진경락 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이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8월6일 밤 9시와 다음날 밤 12시께 전화를 주고받은 사실이다. 당시 최 행정관의 발신지는 민간인 사찰 관련자들의 변호사 사무실 근처로 기록돼 있다.

최 행정관은 윤 이사와의 통화 경위를 묻는 검사의 질문에 “현대차와 통화를 했다면 노무와 관련된 일이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윤 이사는 기아차에서 정비 업무만을 담당했을 뿐 노무 업무를 하지 않았다. 정 사장과 유럽 판매법인에서 함께 일하는 등 근무동선이 겹친다. 현재 기아차 미국법인에서 일하고 있는 윤 이사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최 행정관을 모른다”고 답했다.

▲ 현대차
■ 돈줄 의혹 추궁하고도 조사는 부실 재수사 기록에 첨부된 진경락 과장의 메모를 보면, 진 과장은 2011년 7월26일 울산 롯데호텔에서 현대차 협력업체인 한일이화의 박아무개 사장을 만났다. 현대차 임원 출신인 박 사장은 진 과장에게 연봉 1억5000만원, 미국 주재 상무급 자리를 제안했지만, 진 과장은 거절했다. 진 과장은 “최(최종석 행정관)가 이비(EB·이영호 비서관)를 통해 현대차 정아무개 사장에 전화를 했더니 정 사장이 시이오(CEO)급으로 맞추겠다고 했다고 함. 최는 일단 카드를 받자는 생각. 그렇게 되면 에이치(H·현대자동차)도 끌고 들어오게 되며, 정치적으로 명확한 증거가 된다는 것”이라고 적었다. 이영호 비서관은 진 과장과의 대질신문에서 “한일이화 사장이 제 친구의 친구인데 그 사람한테 한번 알아봐 달라고는 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장진수(40) 주무관의 취업 문제와 관련한 대화에서도 등장한다. 최 행정관과 장 주무관의 2010년 10월18일 대화 녹취록을 보면, 최 행정관이 “자네한테 농담처럼 들렸는지 모르겠는데, 현대차 부사장이 자네를 취업시키기로 했어. 그러면 수용 가능하나”라고 묻는 대목이 나온다.

또 최 행정관은 정 사장과 2011년 3월부터 8월까지 모두 31차례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이 시기는 장 주무관과 진 과장이 ‘청와대와 관련된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해, 이들에게 입막음용 돈이 전달되던 시기다. 최 행정관은 검찰 조사에서, 장 주무관에게 언급한 ‘부사장’이 정 사장이라고 시인했다. 그러나 검사가 “장진수의 취업 문제 상의 등을 위해 자주 통화한 것이 아닌가요”라 묻자 “노무 관련된 일 때문에 통화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검찰은 7차례에 걸쳐 현대차의 변호사 비용 제공과 취업 알선 의혹에 대해 질문했지만, 정작 현대차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하지는 않았다. 정 사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검찰에서 연락을 받은 적이) 전혀 없다. 박영준 전 차장과 최종석 전 행정관과의 통화는 노무에 관련된 통화였을 것이다. 우리는 그것(민간인 사찰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차 홍보팀 관계자는 “정 사장이 박영준 차장과 이영호 비서관, 최종석 행정관을 알게 된 계기와 통화 이유 등을 묻는 검찰의 서면조사를 받았고, ‘취업 알선 등에 관련된 내용은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답변했다”고 주장했다.


출처 : 현대차그룹, 민간인사찰 연관 정황…검찰, 알고도 더 안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