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내란음모 정치공작

국정원 불법 자인한 꼴…직원 ‘댓글활동’은 국정원법 위반

국정원 불법 자인한 꼴…직원 ‘댓글활동’은 국정원법 위반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해 지지 또는 반대 안돼
민주당 “대선 개입은 국정원 해체 사유에 해당”

[한겨레] 김태규 이경미 손원제 기자 | 등록 : 2013.02.04 16:39


▲ 18대 대선 당시 불거진 국정원의 불법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해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국정원 여직원 김아무개씨(29·오른쪽)가 25일 오후 3차 소환 조사를 마친 뒤 변호인과 함께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인터넷에 정부·여당을 옹호하고 야당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올린 국가정보원 여직원이 이 사실을 추적해 보도한 <한겨레> 기자를 고소하겠다고 밝혔지만, 국정원 직원의 ‘댓글 활동’ 자체가 국정원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한겨레> 보도 뒤 국정원이 “대북 심리전의 일환”이라며 여직원 김아무개씨의 댓글 달기를 ‘공무 수행’이라고 인정함에 따라, 국정원법 위반 혐의가 더욱 짙어졌다.

국정원법 9조 ‘정치 관여 금지’ 조항에서는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에 대하여 지지 또는 반대 의견을 유포하거나, 그러한 여론을 조성할 목적으로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에 대하여 찬양하거나 비방하는 내용의 의견 또는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 조항을 위반해 “정치활동에 관여하는 행위를 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돼있다. 국정원 직원의 정치개입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국정원 여직원 김씨는 지난해 11월20일 ‘오늘의 유머’ 누리집에 “신변안전 보장 강화에 대한 약속이 없으면 관광을 재개할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은 너무도 당연한 거 아닌가? 금강산 한번 가보고 싶기는 하지만 목숨 걸고 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적었다. “조건 없이 금강산 관광을 즉각 재개하겠다”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하루 전날 주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또 12월5일에는 “어제 (대선) 토론 보면서 정말 국보법(국가보안법) 이상의 법이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꼈다. (중략)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조차 대한민국을 남쪽 정부라고 표현하는 지경이라니”라는 글을 통해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를 비방했다. 국정원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에 대하여 비방하는 내용을 유포하는 행위”인 셈이다.

검찰의 한 간부는 “국정원이 ‘김씨가 개인적으로 저지른 일로 징계하겠다’고 꼬리자르기를 하는 게 쉬운 일인데, 왜 대북심리전의 일환이라고 해명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국정원법 위반을 사실상 자인했다는 얘기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이광철 변호사는 “국정원 직원이 대선을 앞두고 특정 후보에 유리하고 특정 후보에는 불리한 글을 인터넷에 올리는 것 자체가 국정원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정치관여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편 민주통합당은 4일 국가정보원 여직원 김아무개씨의 대선 개입 의혹을 ‘최악의 국기 문란 사건’으로 규정하고 진상규명과 대응책 마련에 전당적인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민주당은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그동안 원내 소속이던 국정원 선거개입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유인태)를 비대위 직속의 당 차원 특위로 격상시켜 진상규명 활동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국정원의 조직적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국회 국정조사도 요구했다.

<한겨레> 기자와 경찰까지 고발한 국정원의 행태도 거듭 도마에 올렸다. 정성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는 경찰에 대한 수사방해 행위이며 언론과 국민에 대한 협박이나 다름없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은 국정원법의 근간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중대한 사건으로 국정원 해체 사유에 해당하는 매우 위중한 사안”이라고 경고했다.


출처 : 국정원 불법 자인한 꼴…직원 ‘댓글활동’은 국정원법 위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