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편의점 가맹점주 “우리는 이렇게 당해왔다”
긴급토론회… 쏟아진 증언들
[경향신문] 박순봉 기자 | 입력 : 2013-04-02 22:25:49 | 수정 : 2013-04-02 22:37:27
■ “허위 과장된 말로 유인하고 못 떠나게 위약금 부과”
서울 ‘세븐일레븐’ 허지남씨
허지남씨(33)는 2010년 8월 세븐일레븐 본사 직원을 만났다. 첫째 아이를 낳은 지 두 달도 되지 않은 때였지만 남편이 직장을 그만둔 상태라 밥벌이가 필요했다. 본사 직원은 허씨에게 “본사에서 2~3년 전부터 시장 조사를 해온 확실한 자리가 있다”며 “월 500만원 최저보장을 해줄 테니 안심하라”고 말했다.
허씨는 고민했지만 본사 직원의 말을 믿었다. 1년 뒤 울산으로 이사가기로 돼 있던 허씨가 망설이자 본사 직원은 “1년 뒤에는 양도·양수인을 구해주고 울산 쪽 지점으로 옮겨주겠다”고도 했다. 허씨는 ‘대기업의 약속’을 믿었다. 그는 ‘롯데라는 대기업이 2~3년간 조사했다면 확실할 것이고 망하지는 않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는 부모의 아파트를 담보로 6000만원을 대출받아 편의점을 시작했다. 하지만 본사 직원의 말과 달리 매출은 신통치 않았다. 1년간 인건비 벌기가 빠듯해 허씨는 15시간씩 근무했다. 본사 직원은 “자리가 좋으니 조금만 버티라”고만 했다.
그런데 1년 뒤 본사는 허씨 매장 근처에 또 다른 세븐일레븐을 개점했다. 약속했던 양도·양수도 없었다. 매출이 급격히 떨어진 허씨는 폐점을 문의했지만 돌아온 답은 위약금 6000만원이었다.
대출금 6000만원에 위약금 6000만원을 더 빚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때쯤 둘째 아이도 태어났다. 하루 종일 일하며 가정은 엉망이 됐고 생활도 힘들었다. 위약금이 무서워 울며 겨자먹기로 2년을 더 운영하다 지난해 말 다시 폐점 문의를 했다.
본사는 또다시 위약금 6000만원을 내야 한다고 답했다. 허씨는 “1년이 지났을 때도 폐점 위약금이 6000만원이고 다시 2년 반이 지나도 폐점 위약금이 6000만원이었다”며 “본사가 어떻게 위약금을 산정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점을 할 때는 온통 좋은 말로 꼬시고, 떠날 때는 빚만 남겨줬다”며 “몇 년간 하루 종일 일한 대가가 빚뿐이라는 것이 허무하다”고 말했다.
■ “24시간 운영 불공정 족쇄에 아파도 못 쉬어”
거제도 ‘미니스톱’ 이주현씨
경남 거제시에서 미니스톱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주현씨(31)는 5분간의 증언 동안 “다른 건 안 바랍니다. 오로지 폐점만을 원해요”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그는 2009년 4월 거제도에서 편의점 운영을 시작했다. 이씨의 편의점은 거제도 외곽에 위치해 아르바이트생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24시간 운영을 위해 이씨는 부인과 여동생을 동원해 3교대로 일을 했다.
상황은 2010년 이씨가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나빠졌다. 아르바이트생을 구할 수 없어 이씨가 본사 측에 대체 인력을 요청했지만 본사는 거절했다. 여유 인력이 없다는 이유였다. 그러면서 본사는 “24시간 운영을 하지 않으면 지원금을 끊고 위약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씨의 부인과 여동생은 어쩔 수 없이 12시간씩 2교대로 매일 일했다. 초등학교 때 다리를 크게 다쳐 수술을 받았던 이씨의 부인은 힘들어했다. 결국 부인의 몸상태는 더욱 악화돼 지난해 4월 지체장애 4급 판정을 받았다.
이씨도 화장실 천장에 물이 새 바닥이 얼어 넘어지면서 발목이 부러지는 사고를 겪었다. 물건을 들다 허리 통증도 여러 차례 느끼다 올해 초 허리디스크 판정을 받고 수술을 받았다. 이씨는 아들은 부모에게, 딸은 처가에 맡겼다. 가족들은 지쳐갔지만 계약종료일만 기다리며 견뎠다.
하지만 지난달 이씨는 본사로부터 계약이 자동 연장됐으며 해지하려면 위약금을 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본사는 3개월 전에 서면 통보를 해야만 계약해지가 된다고 했다.
이씨는 계약서를 꺼내 들며 말했다. “계약서를 뒤져보니 그런 문구가 있더라고요. 그렇지만 계약할 때 본사 직원이 한 줄도 읽어준 적 없고, 누가 그 문구를 2시간 안에 찾아낼 수가 있을까요.”
■ “고3 딸 일시키고도 7개월 만에 빚만 3000만원”
대구 ‘세븐일레븐’ 공해선씨
“전 유언장까지 썼어요. 고3 수능시험 보는 딸을 야간근무 시키면서 버텼는데 정말 살 방법이 없습니다.”
유언장을 담은 흰 봉투를 꺼내들며 공해선씨(48)가 말했다. 홀로 세 남매를 키워온 공씨는 지난해 8월 대구 달성군에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창업했다. 본사는 본래 소형마트 자리였고 24시간 운영하지 않아도 일매출이 150만원 정도 나오는 자리라고 했다. 그는 ‘24시간 운영하면 하루 230만원의 매출을 낼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편의점을 열었다.
하지만 막상 운영을 시작하니 공씨의 편의점은 일매출 50만원을 넘지 못했다. 공씨에게 자리를 넘긴 소형마트 주인이 25m 떨어진 곳에 다시 기존 이름과 같은 소형마트를 냈기 때문이다. 이후 공씨는 하루 15시간씩 일했다. 본사가 본사수익 등을 빼고 지점에 주는 정산금은 220만원 정도였다. 여기서 월세 125만원에 다른 공과금 등을 내고 나면 적자였다. 아르바이트생을 쓸 형편이 못돼 고3인 딸에게 야간근무를 시켜야 했다. 그럼에도 공씨는 운영 7개월 만에 3000만원의 빚을 졌다. 계약해지를 하려고 했지만 본사가 위약금 7900만원을 요구해 엄두도 내지 못했다.
견딜 수 없었던 그는 지난해 12월26일 농약을 사서 편의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다고 했다. 유언장도 썼다. 하지만 지적장애를 가진 큰딸, 고3인 둘째딸, 초등학생인 막내아들이 떠올랐다. 이후 그는 당시에 썼던 유언장을 항상 봉투에 넣어 들고 다닌다고 했다. 죽을 각오로 살겠다는 것이었다.
공씨는 “편의점에서 매일 자다보니 온몸에 피부병이 생겼고, 이제는 더 돈을 빌릴 곳도 없다”고 말했다. “막내가 엄마랑 언제쯤 같이 잘 수 있느냐고 항상 물어요.” 세 남매 사진을 꺼내들고 눈물을 흘리며 공씨가 말했다.
출처 : 전국 편의점 가맹점주 “우리는 이렇게 당해왔다”
긴급토론회… 쏟아진 증언들
[경향신문] 박순봉 기자 | 입력 : 2013-04-02 22:25:49 | 수정 : 2013-04-02 22:37:27
■ “허위 과장된 말로 유인하고 못 떠나게 위약금 부과”
서울 ‘세븐일레븐’ 허지남씨
허지남씨(33)는 2010년 8월 세븐일레븐 본사 직원을 만났다. 첫째 아이를 낳은 지 두 달도 되지 않은 때였지만 남편이 직장을 그만둔 상태라 밥벌이가 필요했다. 본사 직원은 허씨에게 “본사에서 2~3년 전부터 시장 조사를 해온 확실한 자리가 있다”며 “월 500만원 최저보장을 해줄 테니 안심하라”고 말했다.
허씨는 고민했지만 본사 직원의 말을 믿었다. 1년 뒤 울산으로 이사가기로 돼 있던 허씨가 망설이자 본사 직원은 “1년 뒤에는 양도·양수인을 구해주고 울산 쪽 지점으로 옮겨주겠다”고도 했다. 허씨는 ‘대기업의 약속’을 믿었다. 그는 ‘롯데라는 대기업이 2~3년간 조사했다면 확실할 것이고 망하지는 않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는 부모의 아파트를 담보로 6000만원을 대출받아 편의점을 시작했다. 하지만 본사 직원의 말과 달리 매출은 신통치 않았다. 1년간 인건비 벌기가 빠듯해 허씨는 15시간씩 근무했다. 본사 직원은 “자리가 좋으니 조금만 버티라”고만 했다.
그런데 1년 뒤 본사는 허씨 매장 근처에 또 다른 세븐일레븐을 개점했다. 약속했던 양도·양수도 없었다. 매출이 급격히 떨어진 허씨는 폐점을 문의했지만 돌아온 답은 위약금 6000만원이었다.
대출금 6000만원에 위약금 6000만원을 더 빚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때쯤 둘째 아이도 태어났다. 하루 종일 일하며 가정은 엉망이 됐고 생활도 힘들었다. 위약금이 무서워 울며 겨자먹기로 2년을 더 운영하다 지난해 말 다시 폐점 문의를 했다.
본사는 또다시 위약금 6000만원을 내야 한다고 답했다. 허씨는 “1년이 지났을 때도 폐점 위약금이 6000만원이고 다시 2년 반이 지나도 폐점 위약금이 6000만원이었다”며 “본사가 어떻게 위약금을 산정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점을 할 때는 온통 좋은 말로 꼬시고, 떠날 때는 빚만 남겨줬다”며 “몇 년간 하루 종일 일한 대가가 빚뿐이라는 것이 허무하다”고 말했다.
■ “24시간 운영 불공정 족쇄에 아파도 못 쉬어”
거제도 ‘미니스톱’ 이주현씨
경남 거제시에서 미니스톱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주현씨(31)는 5분간의 증언 동안 “다른 건 안 바랍니다. 오로지 폐점만을 원해요”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그는 2009년 4월 거제도에서 편의점 운영을 시작했다. 이씨의 편의점은 거제도 외곽에 위치해 아르바이트생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24시간 운영을 위해 이씨는 부인과 여동생을 동원해 3교대로 일을 했다.
상황은 2010년 이씨가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나빠졌다. 아르바이트생을 구할 수 없어 이씨가 본사 측에 대체 인력을 요청했지만 본사는 거절했다. 여유 인력이 없다는 이유였다. 그러면서 본사는 “24시간 운영을 하지 않으면 지원금을 끊고 위약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씨의 부인과 여동생은 어쩔 수 없이 12시간씩 2교대로 매일 일했다. 초등학교 때 다리를 크게 다쳐 수술을 받았던 이씨의 부인은 힘들어했다. 결국 부인의 몸상태는 더욱 악화돼 지난해 4월 지체장애 4급 판정을 받았다.
이씨도 화장실 천장에 물이 새 바닥이 얼어 넘어지면서 발목이 부러지는 사고를 겪었다. 물건을 들다 허리 통증도 여러 차례 느끼다 올해 초 허리디스크 판정을 받고 수술을 받았다. 이씨는 아들은 부모에게, 딸은 처가에 맡겼다. 가족들은 지쳐갔지만 계약종료일만 기다리며 견뎠다.
하지만 지난달 이씨는 본사로부터 계약이 자동 연장됐으며 해지하려면 위약금을 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본사는 3개월 전에 서면 통보를 해야만 계약해지가 된다고 했다.
이씨는 계약서를 꺼내 들며 말했다. “계약서를 뒤져보니 그런 문구가 있더라고요. 그렇지만 계약할 때 본사 직원이 한 줄도 읽어준 적 없고, 누가 그 문구를 2시간 안에 찾아낼 수가 있을까요.”
■ “고3 딸 일시키고도 7개월 만에 빚만 3000만원”
대구 ‘세븐일레븐’ 공해선씨
“전 유언장까지 썼어요. 고3 수능시험 보는 딸을 야간근무 시키면서 버텼는데 정말 살 방법이 없습니다.”
유언장을 담은 흰 봉투를 꺼내들며 공해선씨(48)가 말했다. 홀로 세 남매를 키워온 공씨는 지난해 8월 대구 달성군에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창업했다. 본사는 본래 소형마트 자리였고 24시간 운영하지 않아도 일매출이 150만원 정도 나오는 자리라고 했다. 그는 ‘24시간 운영하면 하루 230만원의 매출을 낼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편의점을 열었다.
하지만 막상 운영을 시작하니 공씨의 편의점은 일매출 50만원을 넘지 못했다. 공씨에게 자리를 넘긴 소형마트 주인이 25m 떨어진 곳에 다시 기존 이름과 같은 소형마트를 냈기 때문이다. 이후 공씨는 하루 15시간씩 일했다. 본사가 본사수익 등을 빼고 지점에 주는 정산금은 220만원 정도였다. 여기서 월세 125만원에 다른 공과금 등을 내고 나면 적자였다. 아르바이트생을 쓸 형편이 못돼 고3인 딸에게 야간근무를 시켜야 했다. 그럼에도 공씨는 운영 7개월 만에 3000만원의 빚을 졌다. 계약해지를 하려고 했지만 본사가 위약금 7900만원을 요구해 엄두도 내지 못했다.
견딜 수 없었던 그는 지난해 12월26일 농약을 사서 편의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다고 했다. 유언장도 썼다. 하지만 지적장애를 가진 큰딸, 고3인 둘째딸, 초등학생인 막내아들이 떠올랐다. 이후 그는 당시에 썼던 유언장을 항상 봉투에 넣어 들고 다닌다고 했다. 죽을 각오로 살겠다는 것이었다.
공씨는 “편의점에서 매일 자다보니 온몸에 피부병이 생겼고, 이제는 더 돈을 빌릴 곳도 없다”고 말했다. “막내가 엄마랑 언제쯤 같이 잘 수 있느냐고 항상 물어요.” 세 남매 사진을 꺼내들고 눈물을 흘리며 공씨가 말했다.
출처 : 전국 편의점 가맹점주 “우리는 이렇게 당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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