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의료 민영화

지방의료원 불안감 확산 “의료수급자·노숙인 등 진료… 공공 의료기관 적자는 불가피”

지방의료원 불안감 확산
“의료수급자·노숙인 등 진료… 공공 의료기관 적자는 불가피”
[경향신문] 배명재·최승현 기자 | 입력 : 2013-04-02 22:17:29 | 수정 : 2013-04-02 23:02:47


경남도가 ‘만성적자’ 등을 이유로 진주의료원 폐업을 강행하자 전국 지방의료원에 초비상이 걸렸다.

서민들의 의료 서비스 향상을 위해 설립된 지방의료원은 대부분 적자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비슷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다른 지방의료원 직원과 환자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소속 한 여성조합원이 지난달 27일 경남도청 앞에서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공공의료’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울먹이고 있다. | 연합뉴스


▲ 39개 의료원 중 32곳 적자
‘적자 폐업’ 논리대로라면 문 닫지 않을 곳 몇군데 되겠나
퇴출보다 적극적 투자로 경영난 돌파하는 지자체도


2일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2012 지역거점공공병원 운영평가 및 운영진단 결과’에 따르면 전국 39개 지방의료원 가운데 2011년에 당기순이익이 발생한 의료원은 경북 김천의료원 등 7곳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32곳은 진주의료원처럼 적자다.

경쟁력과 공공성 등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긴 운영평가에서 ‘A’ 등급을 받은 의료원은 2곳에 불과하고, ‘B’ 등급은 18곳, ‘C’ 등급은 8곳, ‘D’ 등급은 11곳이다. 진주의료원은 ‘D’ 등급이다.

공공병원인 지방의료원은 건강보험 급여 청구 시 일반 의료기관의 70% 수준을 받는 수가정책을 실시하고 있고, 비급여 청구의 비중도 일반 병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현저하게 낮아 이처럼 재정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이 전국 지방의료원에 미치는 파장은 매우 크다. 지방의료원 설립 역사상 첫 강제폐업이라는 점도 적잖은 의미를 담고 있다.

부산의료원의 한 관계자는 “전국의 의료원은 의료수급자와 노숙인·행려환자·결핵환자 등을 진료하기 때문에 정부나 지자체의 재정지원 없이는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적자 때문에 폐업을 한다는 논리라면 전국에 폐업을 하지 않을 의료원은 몇 곳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남 순천의료원 송찬섭 노조지부장은 “진주의료원 사태에 대해 환자들도 관심이 많다. 특히 장기 입원환자들은 언론보도를 보고 더욱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도대체 이런 발상을 밀어붙이는 사람들의 사고를 이해할 수 없다. 가장 선진적인 공공의료 서비스를 하고 있는 한국 상황을 극복 대상으로 여기는 시장주의자들의 탐욕주의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필요없는 도로는 놓으려 하면서 사람의 생사가 달린 정말 긴급한 문제를 이런 식으로 풀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노조가 결성되지 않은 경북 안동의료원은 불안감을 더욱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성환 공공보건팀장(42)은 “의료원을 수익성 개념으로만 보는 논리가 퍼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진주의료원처럼 수익성 논리로만 따지면 공공의료원을 모두 허물고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를 지어야 하지 않겠나. 아픈 사람을 상대로 장사하는 데만 매몰되는 것은 맞지 않다. 그런 논리로 가면 서민의료복지와는 거리가 먼 미국처럼 진료비가 엄청 비싼 나라가 되지 않겠느냐”며 경남도를 비판했다.

지방의료원 노조원들 사이에서는 진주의료원 폐업 강행은 서민의료 정책을 역행하는 것이며, 의료 민영화로 가는 수순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

포항의료원 노조분회 김철한 대의원은 “조합원뿐 아니라 비조합원까지도 진주의료원 폐쇄는 분명 잘못된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며 “의료원은 공공성이 우선인데 폐쇄는 어이없는 처사다. 결국 의료 민영화가 가속화되면서 ‘없는 사람’들은 치료받을 곳이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지방의료원의 경영난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구조조정이나 ‘퇴출’보다는 적극적인 투자로 의료 서비스를 향상해 효과를 보고 있는 자치단체도 있다.

강원도는 5년 전부터 강릉·원주·삼척·속초·영월 등 5개 의료원에 의료 시설 및 장비 확충 등을 꾸준하게 추진한 결과 지난해 경영평가에서 적자 폭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강원도 관계자는 “지난해 의료원에 진료과목을 전문화하고 특성화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는 데 23억8900만원을 투자했다”며 “앞으로는 의료원을 찾는 일반 환자들이 계속 늘어나 흑자로 전환되는 지방의료원도 생겨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 반태연 강원지부장(51)은 “전국 지방의료원들이 신포괄수가제 시범병원으로 지정돼 비급여를 추가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돈을 벌기 힘든 구조”라며 “하지만 의료원 현대화 사업이 시행된 이후 환자수가 증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머지않아 경영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출처 : 지방의료원 불안감 확산 “의료수급자·노숙인 등 진료… 공공 의료기관 적자는 불가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