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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의료 민영화

"홍준표가 직접 와서 꺼낼 때까지 있을 거다"

"홍준표가 직접 와서 꺼낼 때까지 있을 거다"
진주의료원 환자 39명 남아... 우원식 의원 "강제폐업 중단"
[오마이뉴스] 윤성효 | 13.04.07 17:41 | 최종 업데이트 13.04.07 18:30


"나는 홍준표가 직접 와서 꺼낼 때까지 있을 거다."
"불안하다. 그래도 옮길 수가 없다. 꼭 지켜달라."
"날짜만 자꾸 가는데 우짜노. 계속 여기 있도록 해달라."


7일 오후 진주의료원에서 만난 환자들이 간절하게 소망했다. 경남도가 휴업(4월 3일~5월 2일) 결정을 내린 가운데, 7일 현재 이 병원에는 39명의 환자들이 입원해 있다. 경남도에서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했지만 노인병동 36명과 급성기병동 2명, 호스피스병동 1명이 남아 있다.

▲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휴업을 발표한 가운데, 진주의료원 현관에 적혀 있는 글이다. ⓒ 윤성효

▲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휴업 발표를 한 뒤 첫 주말을 맞은 7일 오후 병원 현관에 한 환자가 휠체어를 타고 걱정스런 표정으로 둘러보고 있다. ⓒ 윤성효

심장병으로 오랫동안 입원해 있는 이갑상(79)씨는 "여기서 나가도 갈 곳이 없고, 죽어도 여기서 죽을 것이며, 나는 홍준표가 직접 와서 꺼낼 때까지 있을 것"이라며 "오래 입원해 있다보니 직원들도 다 잘 알고, 간호사들이 정말 잘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 전에 경남도청까지 찾아가서 도지사를 만나자고 했지만 거부당했다"고 덧붙였다. 다른 병원으로 옮길 수 없느냐고 물었더니, 이씨는 "여기 있으면 한 달에 10만 원 정도면 되는데, 다른 민간병원에 가면 70~80만 원 정도 들고, 1~2주 지나면 나가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홍준표 지사를 만나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빚이 있으면 살아가면서 조금씩 갚아 나가면 되지 않느냐. 문을 닫아버리면 갚을 길이 없다. 사람이 먼저이지 돈이 먼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휴.폐업을 발표한 가운데, 7일 오후 현재 39명의 환자들이 입원해 있다. ⓒ 윤성효

▲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휴업을 발표한 가운데, 7일 오후 진주의료원 현관에 직원들이 지키고 있으면서 농성을 하고 있다. ⓒ 윤성효

휴일을 맞아 많은 환자 가족들도 병원을 다녀갔다. 어머니가 입원해 있는 박만희(62)씨는 "5개월 정도 다른 대학병원에 있다가 이곳으로 왔는데, 비용을 비교해보면 엄청난 차이가 난다. 대학병원은 '특진비' 등 비용이 많이 드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다"며 "지금 어머니를 옮기면 더 상태가 나빠질 수 있다고 하니까 함부로 다른 병원으로 갈 수도 없다"고 말했다.

건물 8층 병동에서 만난 노인들은 한결같이 불안해했다. 환자들은 "여기 계속 있도록 해달라"거나 "날짜만 자꾸 가는데 우짜노"라고 하소연했다.


진주 출신 도의원 등 '폐업 반대' 이어져

진주의료원 휴업·폐업 철회를 위한 투쟁이 전국에서 계속 벌어지고 있다. 장영달 민주통합당 경남도당 위원장과 경남도의회 민주개혁연대 석영철·김경숙·여영국 의원은 경남도청 현관 앞에서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으며, 민주통합당 김용익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단식농성하고 있다.

진주시의원과 진주 출신 경남도의원들도 의료원 폐업에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진주시의회는 '폐업 반대'를 결의했고, 강민아·류재수·김미영·김경애·서은애 진주시의원은 5일부터 의료원 현관 앞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진주시민대책위는 진주 출신 국회의원과 경남도의원, 진주시장에게 '의료원 폐업 찬반' 의견을 묻는 공개질의를 해놓았다. 7일 진주시민대책위는 김백용(무소속)·심규환·양해영(이상 새누리당) 경남도의원은 '폐업 반대'라 답변했고, 박대출(진주갑)·김재경(진주을) 국회의원과 정인태 도의원, 이창희 진주시장은 아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우원식 의원 "여기 사람이 있다"

▲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휴.폐업을 발표한 가운데, 민주통합당 우원식 국회의원과 유지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진주의료원지부 조합원 등은 7일 진주의료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윤성효

민주통합당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진주의료원지부는 이날 오후 진주의료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기 사람이 있다. 진주의료원 강제폐업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진주의료원 사태에 대해, 이들은 "이 모든 거짓이 단체장의 정치적 욕심 때문에 시작되었다, 공공의료체계 강화를 내걸었던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침묵은 사태를 더욱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원식 의원은 "만성적자, 도의 부채 증가의 원흉이라는 논리가 먹히지 않고 오히려 환자의 건강권, 진료권 침해라고 궁지에 몰리니 다음에는 홍준표 지사가 직접 나서 강성노조 운운하기 시작했다"며 "수익을 내도 노조 탓에 모두 인건비로 빠져 나가 의료원 운영이 안 된다는 것이다. 어떤 강성노조가 6년간 임금을 동결하며 8개월간 임금체불을 견뎌내는가?"라고 따졌다.

이들은 "경남도는 5월 2일까지 예고된 강제휴업 조치를 즉각 중단하고 폐업 방침을 철회할 것", "지금이라도 노사, 도민,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의 장을 만들고 진주의료원 경영개선 방안과 경영진단을 통한 지속가능한 발전 계획을 위한 논의를 즉각 시작할 것"을 촉구했다.

또 이들은 "보건복지부는 즉시 경남도에 휴·폐업 철회명령을 내리고, 공공의료체계 확충을 위한 지원계획과 지방의료원 발전방안을 적극 마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이행할 것"을 요구했다.


새누리당 "'공론화 노력 부족' 비판, 무겁게 받아들어야"

▲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휴.폐업을 발표한 가운데, 민주통합당 우원식 국회의원이 7일 진주의료원을 찾아 농성 중인 조합원과 간담회를 갖고 환자들을 만나 위로했다. ⓒ 윤성효

새누리당은 7일 대변인 발표를 통해 "진주의료원 폐업은 경남도가 결정 권한을 가진 사안"이라며 "그러나 경남도는 공공의료기관 폐업이라는 결정을 앞에 두고, 경영부실과 공익성 부족, 공공의료기관의 제기능 등 제반 문제 해결을 위한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비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진주의료원 폐업으로 인해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지방의료원이 갖는 지역주민에 대한 의료안전망 기능과 권익보호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은 "9일부터 경남도의회가 시작되는 만큼, 이제부터라도 신중하고 철저한 논의를 통해 어떤 선택이 경남도민들을 위해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인지 처음으로 돌아가 철저하게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새누리당은 경남도의회에 대해 "공공의료기관 폐업을 무리하게 진행하고, 나아가 공공의료를 후퇴시킨다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국민께도 소상한 설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 "홍준표가 직접 와서 꺼낼 때까지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