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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조작과 탄압들

거짓증언 ‘짜깁기’…국정원 고위층인 듯

거짓증언 ‘짜깁기’…국정원 고위층인 듯
여동생 말하는 ‘큰삼촌’은 누구
“센터 나온뒤 돌아오라 설득 전화”

[한겨레] 이유진 기자 | 등록 : 2013.04.29 08:17


이름을 물어봐도 대답이 없었다고 한다. ‘큰삼촌’이라고 부르라고 해서 그렇게만 불렀다. ‘탈북 서울시 공무원 간첩’으로 기소된 유아무개(33)씨의 여동생(26)은 자신의 조사를 담당한 국가정보원 직원들 중 핵심 인물로 ‘큰삼촌’을 지목했다.

여동생 유씨는 ‘큰삼촌’을 국정원 직원 중에서도 ‘최고로 높은 사람’으로 기억했다. 유씨를 조사하던 다른 국정원 직원들은 하나같이 그에게 “예, 예” 하며 따랐고, 그들을 거느린 ‘큰삼촌’은 주로 지시하는 역할을 했다. ‘큰삼촌’은 무엇보다 ‘이야기’를 완성하는 구실을 맡았다. 유씨는 “‘큰삼촌’은 복잡한 증언에서 뺄 건 빼고 더할 건 더하는 일을 했다”고 말했다. 여동생 유씨가 입국 뒤 수용된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합신센터)의 조사반이 1차적으로 만든 증언을 토대로 “‘큰삼촌’이 새롭게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큰삼촌’은 허위 증언으로 오빠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염려하는 유씨를 안심시키기도 했다. 유씨는 “‘큰삼촌’이 ‘진실을 밝히고 죄를 반성했기 때문에 오빠는 금방 나온다’고 말해줬다”고 밝혔다. ‘큰삼촌’을 만나기 전 합신센터 조사반도 대한항공 858기 폭파범 김현희씨를 거론하며 회유했다.

유씨는 “어떤 동생이 오빠한테 큰 죄인 줄 알면서 (간첩이) 맞다고 하겠나. 오히려 오빠를 도와준다고 하니까 거짓증언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유씨는 6개월간 외부 접촉이 금지된 채 합신센터에서 지내면서 ‘큰삼촌’을 비롯한 국정원 직원들을 ‘두 남매를 지켜줄 사람’이라고까지 여기게 됐다고 한다.

26일 합신센터에서 풀려난 직후에도 유씨는 국정원 직원을 통해 ‘큰삼촌’과 전화통화를 했다. 합신센터로 돌아가지 않으려는 유씨를 설득하려고 ‘큰삼촌’이 나선 것이다. 유씨는 “‘큰삼촌’이 ‘일단 센터로 돌아와라. 와서 이야기하자’며 설득했다”고 전했다.


출처 : 거짓증언 ‘짜깁기’…국정원 고위층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