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추악한 자본

남양 영업지점장 “여기는 내 나와바리, 내가 왕이다”

남양 영업지점장 “여기는 내 나와바리, 내가 왕이다
7년간 대리점 운영해온 박씨, 본사에서 102일째 시위중
“떡값 상납은 기본, 회식자리서도 먼저 일어나면 보복”

[한겨레] 허재현 기자 | 등록 : 2013.05.09 11:49 | 수정 : 2013.05.09 18:35


▲ 남양유업 대리점 피해자협의회 회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남양유업 건물 앞에서 본사 횡포를 규탄하며 제품을 쏟아놓고 있다. 이정아 기자

2006년 11월부터 남양유업 대리점을 운영해온 박근수(44·가명)씨는 본사의 영업지점장 김필수(39·가명)씨의 말을 잊을 수가 없다.

여기는 제 나와바리(구역을 뜯하는 일본어)입니다. 제가 왕이에요.” 김 지점장은, 박씨가 대리점을 운영해온 지방의 영업소 지점장으로 2011년 12월 부임하자마자 이렇게 선언했다. 이전 지점장보다 심하게 물량 밀어내기를 시도하면서 대리점주들이 항의하자 나온 일성이다.

한 대리점주는 지지 않고 따졌다. “지점장님은 자기 가족이 대리점 운영을 해도 이런 식으로 물건을 떠넘길 수 있겠습니까?” 김 지점장의 표정은 싸늘해졌다. “당신은 내일부터 대리점 문 닫을 준비하세요.” 지점사무실에 물량 밀어내기를 항의하려고 모여든 30여명의 대리점주들은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김 지점장은 해도 너무 했다고 한다. 100만원어치 물건을 주문하면 300만원어치를 대리점에 떠넘겼고, 팔리지 않은 유제품들은 대리점주들의 냉장고마다 가득찼다. 그러나 이 제품들은 폐기처분을 기다릴 뿐이었다. 유통기한이 7일에 불과했을 뿐 아니라 지역 특성상 ‘삥 시장’도 없었기 때문이다.

대리점주들의 피해를 나몰라라 하는 김 지점장은 절대 ‘갑’이었다. 박씨는 “떡값 상납은 기본이고, 심지어 회식자리에서도 지점장보다 먼저 일어나면 보복이 들어왔다”고 전했다. 어느날 지점장과 대리점주들이 회식을 하는 날 있었던 일이다. “회식 자리가 길어져 자정을 넘겼는데 피곤해서 먼저 일어나려고 했더니 영업소 관리팀장이 그러더라고요. ‘사장님. 지점장님보다 먼저 일어나시면 우유 100박스 팔 각오하셔야 해요.’ 우린 농담인 줄 알았죠.” 먼저 일어선 박씨의 대리점에는 다음날 정말로 우유 100상자가 도착했다. 박씨는 “그 뒤로 회식 자리에서 지점장보다 먼저 일어서는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억눌러온 불만은 지난해 5월 폭발했다. 박씨의 아내는 영업소 관리팀장에게 입금 날짜를 며칠만 미뤄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관리팀장이 거절하자, 매달 적자를 봐온 탓에 아내는 화를 내고 말았다. “야, 이 자식아. 돈 빌릴 시간이라도 줘야 돈을 갚지!” 그 직후 박씨는 지점 운영권을 박탈당했다. 박씨는 1억원을 들여 대리점을 마련했는데, 5년여 동안 1억8000만원의 빚을 졌다고 했다.

“우리가 남양유업의 횡포를 얘기하면 사람들은 믿어주질 않았어요. 5년 동안 가족들과 여행 한번 못가보고 열심히 우유 팔아 빚더미에만 올랐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 일을 시작 안하는 건데….” 9일 박씨는 서울 중구 남양유업 본사 앞에서 102일째 시위를 하고 있다.


출처 : 남양 영업지점장 “여기는 내 나와바리, 내가 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