뺨 때리고 협박하고 ‘갑의 횡포’…“못 참겠다”
‘라면 상무’ ‘빵 회장’ 이어 ‘조폭 우유’ 등장
남양유업 영업사원, 대리점주에 욕설 녹음 공개
[한겨레] 정환봉 권오성 기자 | 등록 : 2013.05.05 20:04 | 수정 : 2013.05.05 21:17
이른바 ‘갑’의 ‘을’에 대한 횡포를 상징하는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사회적 공분이 높아지고 있다. ‘갑·을’은 계약 관계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빌린 표현으로, 흔히 사회적 우위에 있는 쪽을 ‘갑’, 열위에 있는 쪽을 ‘을’이라고 일컫는다.
남양유업 김웅 대표이사는 4일 자사 누리집에 ‘공식 사과문’을 통해 “통화 녹취록과 관련해 실망을 안겨드린 분들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3일 유튜브 등에 공개된 남양유업 영업사원과 대리점주의 통화 녹취록에 대한 사과다.
3년전 통화내용을 녹음한 이 녹취록에는 남양유업 영업사원이 한 대리점주에게 폭언과 함께 물량 떠넘기기를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30대로 밝혀진 영업사원은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점주 김아무개(53)씨에게 “물건 못 들어간다는 소리 하지 말고 당신이 책임지라”며 각종 욕설을 퍼부었다. 남양유업 쪽은 해당 영업사원이 이 문제로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사태의 엄중함을 감안해 즉각 수리했다”고 밝혔다.
대리점주들은 자주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2012년 2월부터 남양유업 대리점을 하다 적자 누적으로 지난해 11월 폐업한 정승훈(41)씨는 “남양유업이 대리점에 억지로 물건을 떠넘기면서 막말을 하는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녹취록에 나온 대리점주는 그 일이 있고 1년 뒤 대리점을 그만뒀다. 밀어내기와 폭언이 반복되다 보니 공황장애까지 얻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인터넷에서는 누리꾼들의 비판이 이어지면서 남양유업에 대한 불매운동 조짐도 보인다. 일부 편의점 점주들은 매장 안에 ‘남양유업의 유제품을 받지 않는다’고 적은 뒤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올리며 불매운동에 동참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alvi****)는 “남양유업 영업소장 욕설파일 괜히 들어봤다 싶다. 아 화가 나다 못해 눈물 날 거 같음. 불매운동 할 만하네. 파일명 안 보고 들으면 사채업자인 줄 알겠어”라고 적었다.
본사가 대리점보다 우월한 ‘갑’의 지위를 남용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것은 이번뿐이 아니다. 지난 4월 경기도 용인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던 김아무개(43)씨가 숨진 채 발견되는 등 올해만 편의점 점주 3명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때문에 본사가 기존 편의점 인근에 무작위로 점포를 허가하고, 계약 해지 때 과도한 위약금을 내도록 하는 등 횡포를 부린 탓에 비극이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들끓었다.
‘고객’의 지위를 이용해 노동자들을 함부로 대하는 일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중순에는 포스코에너지의 한 임원이 대한항공 여승무원에게 가한 폭행과 막말에 대한 항공사 내부자료가 유포된 이른바 ‘라면 상무’ 사건이 벌어져 기업 대표가 나서 사죄했고, 지난달 24일에는 제빵회사 ‘프라임베이커리’의 강수태 회장이 한 호텔 현관에서 주차 시비 끝에 직원을 때린 사실이 알려져 ‘빵 회장’으로 불리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의 과도한 승자독식 문화가 전근대적인 계층의식과 만나 이런 ‘갑’의 횡포 현상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돈이나 권력이 있는 ‘갑’들이 ‘내가 어떤 경쟁을 뚫고 이 자리까지 왔는데’라는 생각을 가지고 약자에게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여기고 있다. 합리적이고 수평적이고 상식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최항섭 국민대 교수(사회학)는 “평범한 ‘을’들이 모여 있는 에스엔에스(SNS) 등에서는 소수 특권계층이라 할 수 있는 ‘갑’의 횡포에 대한 비판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이처럼 여론 등의 외부 자극을 통해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계층의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갑’은 정작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비판여론뿐 아니라 사법당국의 일벌백계 등 강제적인 통제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 남양유업 사원 ‘폭언·욕설 통화’ 음성파일
‘라면 상무’ ‘빵 회장’ 이어 ‘조폭 우유’ 등장
남양유업 영업사원, 대리점주에 욕설 녹음 공개
[한겨레] 정환봉 권오성 기자 | 등록 : 2013.05.05 20:04 | 수정 : 2013.05.05 21:17
이른바 ‘갑’의 ‘을’에 대한 횡포를 상징하는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사회적 공분이 높아지고 있다. ‘갑·을’은 계약 관계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빌린 표현으로, 흔히 사회적 우위에 있는 쪽을 ‘갑’, 열위에 있는 쪽을 ‘을’이라고 일컫는다.
남양유업 김웅 대표이사는 4일 자사 누리집에 ‘공식 사과문’을 통해 “통화 녹취록과 관련해 실망을 안겨드린 분들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3일 유튜브 등에 공개된 남양유업 영업사원과 대리점주의 통화 녹취록에 대한 사과다.
3년전 통화내용을 녹음한 이 녹취록에는 남양유업 영업사원이 한 대리점주에게 폭언과 함께 물량 떠넘기기를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30대로 밝혀진 영업사원은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점주 김아무개(53)씨에게 “물건 못 들어간다는 소리 하지 말고 당신이 책임지라”며 각종 욕설을 퍼부었다. 남양유업 쪽은 해당 영업사원이 이 문제로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사태의 엄중함을 감안해 즉각 수리했다”고 밝혔다.
대리점주들은 자주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2012년 2월부터 남양유업 대리점을 하다 적자 누적으로 지난해 11월 폐업한 정승훈(41)씨는 “남양유업이 대리점에 억지로 물건을 떠넘기면서 막말을 하는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녹취록에 나온 대리점주는 그 일이 있고 1년 뒤 대리점을 그만뒀다. 밀어내기와 폭언이 반복되다 보니 공황장애까지 얻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인터넷에서는 누리꾼들의 비판이 이어지면서 남양유업에 대한 불매운동 조짐도 보인다. 일부 편의점 점주들은 매장 안에 ‘남양유업의 유제품을 받지 않는다’고 적은 뒤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올리며 불매운동에 동참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alvi****)는 “남양유업 영업소장 욕설파일 괜히 들어봤다 싶다. 아 화가 나다 못해 눈물 날 거 같음. 불매운동 할 만하네. 파일명 안 보고 들으면 사채업자인 줄 알겠어”라고 적었다.
본사가 대리점보다 우월한 ‘갑’의 지위를 남용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것은 이번뿐이 아니다. 지난 4월 경기도 용인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던 김아무개(43)씨가 숨진 채 발견되는 등 올해만 편의점 점주 3명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때문에 본사가 기존 편의점 인근에 무작위로 점포를 허가하고, 계약 해지 때 과도한 위약금을 내도록 하는 등 횡포를 부린 탓에 비극이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들끓었다.
‘고객’의 지위를 이용해 노동자들을 함부로 대하는 일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중순에는 포스코에너지의 한 임원이 대한항공 여승무원에게 가한 폭행과 막말에 대한 항공사 내부자료가 유포된 이른바 ‘라면 상무’ 사건이 벌어져 기업 대표가 나서 사죄했고, 지난달 24일에는 제빵회사 ‘프라임베이커리’의 강수태 회장이 한 호텔 현관에서 주차 시비 끝에 직원을 때린 사실이 알려져 ‘빵 회장’으로 불리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의 과도한 승자독식 문화가 전근대적인 계층의식과 만나 이런 ‘갑’의 횡포 현상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돈이나 권력이 있는 ‘갑’들이 ‘내가 어떤 경쟁을 뚫고 이 자리까지 왔는데’라는 생각을 가지고 약자에게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여기고 있다. 합리적이고 수평적이고 상식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최항섭 국민대 교수(사회학)는 “평범한 ‘을’들이 모여 있는 에스엔에스(SNS) 등에서는 소수 특권계층이라 할 수 있는 ‘갑’의 횡포에 대한 비판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이처럼 여론 등의 외부 자극을 통해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계층의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갑’은 정작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비판여론뿐 아니라 사법당국의 일벌백계 등 강제적인 통제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 남양유업 사원 ‘폭언·욕설 통화’ 음성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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