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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종교와 개독교

교회가 돈의 지배를 받다

교회가 돈의 지배를 받다
[시사저널 1239호] 정락인 기자·조혜지 인턴기자 | 기사입력시간 2013.07.17 (수)


‘교회를 크게 지으라’는 하나님의 말씀은 성경 어느 구절에도 없다. 예수는 평생 검소한 삶을 살았다. 물질적 힘과 권세, 종교적 카리스마를 주겠다는 유혹을 모두 물리쳤다. 예수가 거부한 것을 오늘의 일부 교회들은 앞다퉈 쫓아가고 있다. 예수의 가르침과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화근이 돼 교회가 경매되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한다.

7월1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판교의 충성교회가 526억원에 경매로 나왔다. 종교시설로는 역대 최고가여서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원래 충성교회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서 개척교회로 출발해 규모를 키웠다. 2010년 판교 신도시가 조성되자 은행 돈을 빌려 교회를 신축했다. 지하 5층, 지상 7층 규모로 연면적 2만5980㎡(7859평)에 달하는 초대형 교회다. 예배당에서 3000명이 한꺼번에 예배를 볼 수 있을 정도다. 충성교회가 강남에서 판교로 옮긴 것은 신도시에 새로 유입되는 신도들을 겨냥한 것이다.

하지만 충성교회의 예측은 빗나갔다. 신도는 크게 늘어나지 않았고, 덩달아 들어오는 헌금도 적었다. 그렇다 보니 건축 부채의 원금은커녕 이자를 갚기에도 힘든 상황이 됐다. 교회측은 신도 확보를 위해 교회 부대시설 등을 지역민들의 문화센터로 개방하기도 했으나 생각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결국 자금난에 허덕이다 교회가 경매되는 최악의 상황에 내몰렸다. 이 건물은 입찰자가 없어 한 차례 유찰됐고, 8월5일 20% 낮은 최저가 421여 억원으로 다시 입찰이 진행될 예정이다. 현행법상 종교시설은 다른 용도로 변경하기 힘들다. 종교 목적이 아닌 경우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매우 까다롭다.

그렇다 보니 고가 매물의 경우 입찰자가 나서기 쉽지 않다. 경매 전문 부동산업체인 태인경매 박종보 연구원은 “충성교회의 경우 너무 큰 매물이라 낙찰이 쉽지 않을 것이다. 4~5번 정도 유찰되고 절반 정도로 가격이 떨어지면 그때 낙찰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충성교회는 말을 아꼈다. 기자는 충성교회측에 교회가 경매된 사정을 자세히 듣고자 했으나 교회 관계자는 “따로 할 말이 없다”며 일절 대응하지 않았다. 윤여풍 담임목사와의 전화 연결도 이뤄지지 않았다.

▲ (왼쪽)종교시설 역대 최고가로 경매에 나온 판교 충성교회. (오른쪽)인천 송도의 한 상가건물에 입주한 교회. 매물로 나와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매물 쏟아지자 교회 매매 사이트도 등장

경매나 매매 시장에 나온 교회는 충성교회만이 아니었다. ‘교회 매매 전문 사이트’가 등장했을 정도로 많은 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인 인천 송도의 성령교회는 지난해 10월 57억5000여 만원에 경매로 나와 팔렸다. 교회 관계자는 “채무 문제 때문에 교회를 내놓았고, 다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서울 관악구에 있는 한 교회는 지난해 9월 58억원(융자 16억원 포함)에 매물로 나왔지만 아직까지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 경북 포항에 있는 한 교회도 올해 2월 13억원에 매물로 나왔지만 여전히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교회측은 주변 환경에 대해 ‘5000세대 아파트 단지이며 근린공원 옆’이라고 했고, 특징으로는 ‘신항만 배후 단지이며 영일만 다리 건설 예정’이라고 적어놓았다. 신도들이 많아 헌금이 많이 들어온다는 뜻이고, 또 향후 개발이 되면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주변 환경도 좋고, 향후 유력한 개발 예정지인데 왜 교회를 팔려고 내놓은 것일까.

정 아무개 담임목사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종교적 색깔이 맞지 않는 성도들이 빠져나가면서 자금난을 겪었다. 이자가 돌지 않아 스트레스로 응급실에 실려 간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정 목사는 모든 것을 하나님의 뜻으로 여긴다고 했다. 지난해 6월 내놓은 매물이 아직까지 팔리지 않는 것에 대해 “계속 운영하라는 하나님의 뜻으로 알고 받들고 있다”고 했고,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면 팔겠느냐’고 묻자 “하나님의 뜻으로 알고 양보해줄 생각이 있다”고 하는 등 잘돼도 하나님 뜻, 못돼도 하나님 뜻으로 돌렸다.

신축한 교회가 법원 경매로 넘겨지거나 매물 시장에 나온 곳도 있다.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의 한 교회는 12억2000만원, 경기 파주시 탄현면의 한 교회는 29억8000만원에 경매로 나왔다. 신축 교회를 팔려는 경기 일산 동구의 한 교회 관계자는 “교회를 짓자마자 3개월 만에 불이 났다. 지금은 수리한 상태에서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10억원대 이상의 교회 매물은 전국에 수두룩했다. 매물로 나온 교회들은 하나같이 은행 융자가 끼어 있는 것으로 보아 빚더미에 쌓인 교회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태인경매에 따르면 교회를 포함해 경매로 나온 종교시설은 2008년 181건에서 지난해에는 312건으로 크게 늘어났다. 2011년까지만 해도 300건 이하였는데, 지난해부터 그 이상이 나오더니 올해는 6월 말 기준으로 벌써 150건이 넘었다.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20%가 증가한 수치다.

경매물은 교회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종교시설의 경매가 부쩍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박종보 연구원은 “2000년대 초·중반 부동산 호황을 맞으면서 종교시설 증축 및 신축 바람이 불었다. 그러다 부동산 버블이 시작되면서 신자들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부동산 채무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교회 매매 사이트를 운영하는 김선우 권사는 “경험상으로 봤을 때 교회를 매각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신도들이 종교적인 색깔 등의 문제로 다른 교회로 갑자기 이동해서 자금난을 겪거나 교인들과 함께 교회를 형편에 맞게 옮기는 경우”라고 밝혔다.


2000년대 초부터 증축·신축 가속화

교회는 가족 공동체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신도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해도 다니던 교회에 계속 나가는 특성을 보인다. 또 담임목사가 다른 곳으로 가면 그곳으로 교회를 옮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교회가 다른 종교단체에 팔려도 신도가 그 교회에 계속 나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교회가 매각되자 일부 신도들은 한 신도가 가지고 있는 사업장에서 주말마다 모여 예배를 보는 경우도 있다. 결국 교회 매매는 신도들에게 직·간접적인 피해를 주게 된다.

교회 운영 자금의 대부분은 신도들의 헌금에서 나온다. 헌금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교회 재정이 어려울 때는 건축헌금 등 특별헌금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교회측은 매각을 하면서 신도들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매각할 때가 돼서야 알려주는 곳이 있는가 하면, 경매나 매물로 내놓은 것을 숨기다가 거래가 성사된 후에 통보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신도들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하나님의 뜻”으로 돌리면 그만이다.


은행, 신도 수·헌금 고려해 대출 규모 정해

교회가 경매되거나 매물로 나오는 것은 ‘경기 불황’ 탓이 크다. 신도들의 주머니가 가벼워지면 헌금도 줄어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돈’이다. 교회는 신도 수만 일정하면 운영하는 데 큰 지장이 없다. 여러 가지 명목의 헌금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은행 빚이 많은 데는 무리한 확장에 원인이 있다. 신도를 늘려 헌금을 더 확보하기 위해 교회 규모를 키우려 하고, 은행 돈을 무리하게 끌어다 쓰다가 이를 갚지 못하면서 경매되거나 매매하는 것이다.

은행에서도 돈을 빌려줄 때 교회 규모나 신도 수 등을 고려한다. 한 시중 은행 지점의 간부는 “교회에서 대출 상담을 할 때 ‘우리 교회는 신도 수가 얼마이고, 헌금이 일주일에 얼마씩 들어온다’고 말한다. 우리도 신도 수와 헌금에 따라 대출 규모를 정한다. 은행 담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때 신도시에 큰 교회를 지으면 반드시 교인들이 찾아온다는 ‘신화’가 만들어지면서 신도시 대형 교회 신축 붐이 일기도 했다. 많은 교회가 양적 팽창을 추구하면서 대형 교회들이 우후죽순 들어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신도시에 대형 교회를 지으면 신도들이 몰려든다는 신화는 깨지고 있다. 사상 최고가 경매라는 ‘불명예’를 안은 충성교회가 이런 경우에 속한다. 개신교에서 교회 규모와 신도 수를 교회의 위상을 상징하는 것처럼 여기는 것도 교회 대형화를 부추기는 원인이다.

개신교 신자이면서 <예수 없는 예수 교회>를 펴낸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는 “예수님은 낮은 곳으로 직접 찾아다니면서, 씨알들과 동고동락했다. 한국 교회는 커질수록 낮은 곳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오히려 거대화되면서 특권이 있는 곳으로 높이 올라가려고 한다. 그래서 ‘예수 없는 교회’”라고 비판하며 “교회는 돈이, 권력이 지배하는 공동체가 아니고 사랑이 지배하는 공동체다. 사랑보다 더 진보적인 힘은 없다. 스스로 낮추어서 남에게 좋은 것을 서로 주려고 하면 거기에 참 평화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우리 교회는 역세권·대단지·신도시에 있어요”

▲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교회가 임대로 나왔다. ⓒ 시사저널 최준필
아파트와 일반 주택 밀집 지역이며 역세권. 보증금 5000에 월 180(추후 조절 가능함).’ 내용만 보면 목 좋은 호프집이 먼저 떠오르게 되는 이 부동산 정보는 사실 교회 매매 전문 사이트에 올라온 교회 임대물 광고다. 사이트 목록을 펼치니 비슷한 내용의 광고들이 우르르 쏟아진다. 신도시를 강조한 광고들이 먼저 눈에 띈다. ‘동탄 신도시 접경 지역’ ‘청라 신도시. 대단지 분양 예정’ ‘송도국제도시 1300세대 아파트 부근’. 전부 상가 건물 상층에 있는 물건들이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에 10층짜리 상가를 소유한 김 아무개씨는 얼마 전 교회 임대 광고를 하나 올렸다. 김씨 자신도 다른 교회에 집사로 적을 두고 있는 교인이라고 했다. “40명으로 시작한 교회가 500명 넘게 부흥했으니까 자리가 좋다. 신도시 지역인 데다 아파트 대단지 주변이라 목사님 설교 능력만 되시면 잘된다. 지금은 담임목사가 교회를 옮기기로 결정하는 바람에 급히 세를 내놓은 상태다.” 교회 광고 전면 사진엔 교회 대신 대단지 아파트 사진이 걸려 있다. 그는 “전화가 자주 온다. 대부분 갓 안수받은 젊은 목사님들이다. 5월에 안수를 받으시면서 4월에 계약부터 하겠다고 온 사람도 있다. 자금 사정 때문에 매매는 부담스러워 임대를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직접 신도시나 개발 지구의 교회 임대물을 알선해주기도 한다. 모두 신도들의 헌금으로 이뤄지는 과정이다. 신도시 지역이라고 해서 무조건 신도들이 잘 들어오는 건 아니다. 교회 임대 결정 시 가장 중요한 사항은 아파트 분양 시작 시점이다. 아파트가 다 들어서고 주민 이사가 완료되면 이미 때는 늦다. 발 빠른 주변 교회들에게 새 신도를 모두 뺏기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간혹 부흥에 실패해 교회를 철수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교회야 떠나면 그만이지만 남은 신도들은 다른 교회로 옮기거나 주말마다 각자의 사업장이나 가정집을 전전하는 등 길 잃은 철새 노릇을 해야 한다. “30대 초반의 젊은 목사님이 잠깐 하신 적이 있었는데 초보다 보니까 주변 상황을 잘 몰랐다. 신도들도 잘 안 모이고 해서 자금 압박이 들어오니까 어쩔 수 없이 그만뒀다.” 남은 신도들에 대해 묻자 김씨는 “다른 교회를 알아보든지, 목사님을 따라가든지 둘 중 하나가 아니겠느냐”며 얼버무렸다.

믿고 따랐던 교회가 온갖 상업적 수식어와 함께 임대 매물에 등장하는 현실. 교회를 임대하겠다고 시장에 내놓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하나님의 뜻이다”라고 말한다. 과연 하나님도 원하는 일일까.

빚 위에 성전 짓다 파산한 교회들

‘반석 위에 교회를 지으라.’ 마태복음의 한 구절이다. 베드로로 번역되는 ‘반석’은 교회를 세우는 목회자의 신앙심을 의미하기도 한다. 지금 한국에는 버려진 ‘반석’이 넘쳐난다. 부동산 전문 업체에 따르면 한 해 150여 개에 달하는 교회들이 경매시장에 나오고 있다.

2008년 당시 부동산 경기가 호황을 맞으면서 많은 교회가 대형·소형 가릴 것 없이 신축에 집중했다. 저당을 수차례 잡히면서 빚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실제로 서울 영등포의 한 교회는 부설 건물 신축을 위해 은행 대출에 손댔다가 늘어나는 빚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하고 말았다. 도산한 교회들은 새 주인을 만나기 전까진 거의 버려지다시피 방치된다. 종교 부지로 매입됐기 때문에 교회가 아니면 다른 사업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새 성전 신축을 위해 무리하게 큰 건물을 짓다 부도를 맞은 교회도 부지기수다. 중소 교회의 경우 주변 지역에 개발 지구 또는 신도시가 생기면 새 신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몸집 키우기를 시도한다. 유치 경쟁도 치열하다. 인천 송도 경제자유구역의 한 교회는 새 부지를 따내기 위해 60 대 1이라는 어마어마한 입찰을 뚫기도 했다. 하지만 이 교회도 현재 경매 매물로 올라와 있다.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사람이 아니라 건물이 전도한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다. 교회 건물이 크면 교인들이 모인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피해는 헌금을 내며 교회를 다니던 신도들에게 돌아온다. 성전 신축에 들이는 모든 재정을 교회 수입에서 충당하기 때문이다. 은행 대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단 은행 대출을 내고 그 빚을 다시 성도들의 헌금으로 갚는 일이 관행처럼 돼 있다. 설교하면서 ‘신축해야 하니 십일조 하라’고 반복해서 부탁하는 목사도 있다. 말이 부탁이지 강요나 다름없다.

김상구 종교권력 감시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방만한 교회 증축·신축의 해결 방안으로 ‘종교법인화’를 꼽았다. 덧붙여 “교회 재정이 투명해지면 무리하게 빚을 내서 건물을 짓기 힘들 것이다. 교회 대형화가 개신교 발전에 도움이 될지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교회가 돈의 지배를 받다